생태보전 활동소식

지리산과 생명을 살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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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살리기를 위한 회의

지난 주말 1박2일의 일정으로 지리산 북쪽 자락에 있는 실상사를
다녀왔습니다. 실상사는 신라 구산 선문 중 가장 먼저 문을 연 사찰입니다. 신라 흥덕왕 3년(828년)에
홍척국사가 창건하였고 제자들에 의해 절이 크게 중창되고 선풍을 떨쳤다고 합니다. 정유재란을 맞아 소실되었다가
몇 번의 중창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지니고 있습니다. 절에 가보면 커다란 주춧돌들이 과거의 웅장한 규모를
짐작하게 합니다.
이번에 실상사를 찾은 이유는 지리산을 어떻게 보전할 것인가를 논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지난 2000년 초,
지리산 인근에 네 개의 대형 댐을 건설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알려지자 지역의 환경단체와 종교계가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였고, 전국의 환경·시민단체 및 종교계가 연대하여 ‘지리산 살리기 국민행동’을 결성했습니다.
지리산 살리기 국민행동은 결성 이후 적극적인 댐 반대운동과 지리산 보전운동을 펼치며, 민족화해와 생명평화를
사회의 화두로 부각시켰습니다. 그 성과로 지난해 지리산 인근의 댐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이 되자, 지리산
살리기에 참여했던 단체와 사람들은 이제 지리산의 생태·문화·역사적 가치를 어떻게 장기적으로 보전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현장을 중심에 두고서 어떻게 장기적이고 대안적인 운동을 펴나갈 수 있을지가 앞으로 계속
논의해야 할 사안입니다.

실상사
주지 도법스님

이번 회의는 특히 실상사 주지스님이신 도법스님이 함께 해 주셔서
그 자리가 더욱 뜻깊었습니다. 가끔씩 실상사를 찾을 때마다 스님은 맑은 차를 내주시며, 세속의 일상사에
찌들어 있는 저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넓히고 삶의 방향을 바로 잡는데 도움이 될만한 말씀을 많이 해주십니다.

실상사(實相寺)라는 절 이름의 뜻을 묻는 우매한 질문에 스님은,
“실상이란 말 그대로 가짜가 아니란 뜻이야. 사실을 있는 그대로 봐야지. 사실을 정확히 보는 사람은
어느 상황에서도 절망하지 않지. 절망스러운 상황 그 자체를 정확히 보고 행동하는 거거든.”
“지리산 살리기를 어떻게 하게 됐냐구? 뭐 환경이다, 생명이다,
귀농이다 말들이 많은데 난 그런 것 잘 몰랐고, 그저 불교만을 생각했어. 나는 불교에 귀의한 사람이야.
불교에 귀의한 사람으로서 불교를 제대로 하는 게 뭘까를 고민했지. 그러다 보니 이렇게 연결이 된거야.”

도법스님은
차 한잔과 함께 깊은 이야기들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우리가 지닌 평화, 환경, 그 일상의
깊은 의미들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서울 떠나기 운동을 해야 돼. 한 사람이 있어야 할
곳에 열 사람, 백 사람이 들어차서 덥다고 에어컨 틀고, 그래서 건강이 나빠지는 부작용 생기면 또 그것만
해결하려 들어. 서울과 수도권에 2천만 인구가 집중되어 교통과 주택,
환경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를 해결하려고 서울에만 투자하니 문제가 악순환 될 수밖에. 지방에 대한
투자는 줄어들어 지방이 더욱 소외되지. 그러니 서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울이 아닌 지방에 투자할
수 있도록 당국자들이 안목과 소신을 가지고 과감하게 큰 틀을 바꿔야 해. 서울 떠나기가 곧 서울 살리기지.”

최근,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해놓고 도발적인 발언을 계속하고 있는 미국의 부시 대통령에 대해서도
지금은 전쟁이 매우 걱정되는 위험스런 상황이야. 그런데,
진짜 문제는 미국이 아니라 한국 사람들이 어떻게 하느냐이지. 이러한 위험이 나타났는데, 극복할 노력은 하지
않고 미국만 쳐다보며 떨고 있거나, 설마 전쟁이 일어나겠냐며 가만히 있으면 어떻게 해? 평화는 우리가
가꾼 만큼 오는 거야
. 한국의 모든 종교·정치·학계·언론·시민단체가 몽땅 일어나 통합된 입장을 가지고,
전쟁은 절대로 안된다는 목소리로 세계에 호소한다면 전쟁은 일어날 수가 없지. 환경연합의 8만 회원이 노고단에서
100일만 버티고 전세계에 호소한다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야. 길은 있는데 우리가 안가고 있는 것이 문제지.”

눈 녹은 물이 처마에서 뚝뚝 떨어지는 것을 보며 차를 마시는 사이에 문득 봄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환경연합 회원 여러분도 봄이 오면 실상사에 찾아가 스님과 따뜻한 차 한잔 드시고 오세요. ‘함께 사는 길’을
찾는 사람이라면 더욱 반기실 것입니다.


위로부터
해우소(解憂所), 수세식 화장실, 생태뒷간

실상사 해우소의 진화

‘해우소(解憂所)’는 절의 화장실을 가리키는 말이며, ‘근심을 푸는 곳’이라는 뜻입니다. 실상사에 가보면
과거로부터 해우소가 어떻게 진화하고 발달해 왔는지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처음의 해우소는 곧 쓰러질
것 같은 작은 나무 건물인데, 이제는 창고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붕의 기와 아래 틈새에 박새가 둥지를
틀고 살기도 합니다. 이 해우소에는 문도 칸막이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만들어진 것이 수세식 ‘화장실’입니다. 이전의 해우소에 비하면 서너배쯤 되는 큰 규모로 시멘트
콘크리트와 타일로 만든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화장실입니다. 천년도 넘은 신라시대의 고찰에 어울리지
않는 멋없는 화장실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해 가을, 실상사에는 ‘생태뒷간’이 만들어졌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판자로 얼기설기 어설프게
만들어졌지만 그 속에는 생명을 살리겠다는 소망이 담겨져 있습니다.
생태뒷간 안내판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있습니다.
“뒷간은 농약과 화학비료가 등장하기 전까지 모든 생명의 먹거리를 키워내는 소중한 거름이 만들어지던
공간이었습니다. 쌀을 비롯한 온갖 채소들은 똥·오줌의 또 다른 모습입니다. 농토와 쌀로 순환되지 못하는
수세식 화장실은 겉으로는 깨끗해 보이지만 우리가 식수로 사용하는 하천과 강물을 오염시키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입니다. 땅을 살리고 먹거리를 살리며 농사짓는 농부님을 살리고 그 쌀과 채소를 먹는 우리들의 생명을
살려내는 길은 똥을 제대로 대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냄새는 좀 납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를 되살리는
고마운 향기입니다.”
아주 깔끔하지는 않지만 우리의 환경과 생명을 살리는 생태뒷간, 볼 일을 위해 앉으면 눈 앞에 난 조그만
창으로 지리산의 최고봉인 천왕봉이 정면으로 보이는 예쁜 뒷간입니다. 이 생태뒷간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걱정하고
염려하는 ‘환경에 대한 근심을 풀어주는 고마운 곳’입니다.

우리의
환경과 생명을 살리는 생태뒷간, 볼 일을 위해 앉으면 눈 앞에 난 조그만 창으로 지리산의
최고봉인 천왕봉이 정면으로 보이는 예쁜 뒷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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