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보전 활동소식

이곳은 국립공원입니다. 8차선고속도로가 뚫릴 곳이 아닙니다.

첨부파일 열기첨부파일 닫기

2월 4일, 오늘은 봄에 접어든다는 입춘입니다. 이제부터는 낮의 길이가 밤보다 길어지고 따뜻한 바람이
불어서 언 땅을 녹이면 땅 속에서 겨울잠 자던 벌레들이 움직이고, 물고기도 얼음 밑을 돌아다니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사람들도 ‘입춘대길(立春大吉)’고 쓴 춘첩을 집집마다 기둥과 대문에 붙이고 새봄을 기다리는 즐거운
날입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사무실에 출근하자마자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지난 11월 20일부터 북한산국립공원
사패봉 아래에 꾸린 북한산 살리기 농성장에 포크레인이 들이닥쳤다는 이야기입니다. 북한산에 터널을 뚫고 8차선
고속도로를 건설하여 국립공원을 훼손하겠다는 건설업자들이 드디어 물리력을 행사하는구나 걱정하며 사람들과 함께
농성장으로 급히 갔습니다.

고속도로건설현장에서
산토끼 발자국을 보았습니다. 국립공원은 사람을 위한 땅이기 이전에 야생동물들을 위한 터전입니다.

농성장에 도착해보니 이른 아침에 들이닥쳤다는 포크레인은 밤새 농성장을 지키던 분들이 일단 막아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언제 다시 이들이 포크레인을 앞세우고 올지 몰라 다들 바짝 긴장했습니다.

지난해 초여름, ‘서울외곽순환 고속도로’가 북한산국립공원의 사패봉과 도봉산 일대뿐만 아니라 수락산과 불암산을
꿰뚫고 지나간다는 것이 알려지자 환경연합을 비롯한 환경단체와 종교계가 연대하여 북한산 살리기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각종 캠페인과 서명운동 등을 통해 고속도로 건설의 부당함을 알리던 환경단체들은 11월말부터 터널공사를
위한 벌목이 시작되자 사패봉 아래에 농성장을 꾸리고 추운 겨울 내내 북한산을 지키고 고속도로 건설을 막았습니다.
그렇게 석달 가까이 공사 추진을 몸으로 막았지만, 지난 주에 서울지방법원 의정부지원이 서울고속도로주식회사와
LG건설이 제기한 공사방해금지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는 상황도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 11시쯤에는
법원의 명령을 받은 집행관이 북한산 살리기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각 사찰과 환경단체측이 더 이상 건설공사를
방해하지 말라는 통보하고, 이를 알리는 대형 간판을 세우러 왔습니다.

공사방해금지
가처분판정에 따라 우리가 지난 수개월간 진행했던 관통도로 반대 운동의 모든 활동을 더이상
진행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정말 가슴 아픈 일입니다.

대형 포크레인이 간판을 세우기 위해 얼어붙은 땅을 파느라 굉음을 내고 있는데, 어디선가 “다다닥
다다닥” 나무를 두들기는 경쾌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 소리는 분명히 딱다구리 소리인데 어디서
나무를 쪼고 있을까 둘러보니, 포크레인이 작업하는 곳으로부터 20여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오색딱다구리
한 마리가 둥지를 만들기 위해 나무에 구멍을 내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둥지를 만들고 짝짓기를 하면 봄에는
너댓 개의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울 것입니다. 꼬리 끝을 나무에 대고 버티어 서서 동그란 구멍을 파고 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신기하고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공사현장에서
포크레인소리에 놀라 오색딱따구리가 날아갑니다. 앞으로 어떤일이 이들에게 닥치게 될 지
많이 걱정됩니다.

8차선 고속도로가 건설되려면 오색딱다구리가 둥지를 만들고 있는 나무가 베어질지도 모르고, 설령 베어지지
않고 남아있다 하더라도 발파작업과 터널공사가 이루어진다면 서식에 방해를 많이 받을텐데 무사히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울 수 있을까 걱정하는 사이에, 사람들이 몰려오는 것을 알았는지 딱다구리는 근처의 나무로 날아갔습니다.

얼마 전 눈이 많이 내린 날에는 터널 공사를 위해 베어놓은 나무들 사이로 다니던 산토끼(멧토끼) 발자국을
발견하고 기뻐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야생동물들은 대대로 살아오던 보금자리를 졸지에 잃게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도로공사 등 각종 개발에 의해 이들의 서식지가 자꾸만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북한산국립공원 입구의 간판에는 취사와 야영, 세탁뿐만 아니라 ‘계곡 주변의 좌대 설치와 시멘트를 바르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국립공원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그런 사소한 일까지도 일일이 금지하고 있는데,
지금 북한산국립공원의 심장을 터널로 뻥 뚫겠다고하니 참으로 기가 막히는 노릇입니다.
이제는 우리 인간들만 잘 사려는 생각을 버리고, 야생동식물도 함께 살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그것이
또한 우리가 더 나은 환경 속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입니다.
차들이 다니는 길은 북한산국립공원을 훼손하지 않고 북한산을 우회할 수 있도록 여러분께서 많이 관심 가져주시고,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국립공원에서는
취사와 야영 뿐만 아니라 이러한 사소한 행위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8차선 고속도로
건설 하려는 이들에겐 어떤 벌금을 물려야 하는 걸까요…

글 : 마용운
(환경운동연합 야생동물 담당 간사)

admin

생태보전 활동소식의 최신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