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 활동소식

태국에 간 환경연합은 매국노였나

지난 6월 27일 저녁엔 환경연합(환경운동연합)이, 28일 오전엔 환경연합 사무총장인 제 이름이,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 1위와 2위에 올랐습니다. 환경연합이 지난 6월 23일부터 26일까지 태국을 방문해 한국수자원공사에 대해 발표했던 내용이 논란이 된 것입니다.

태국 물관리 프로젝트 중 6조1000억 규모의 방수로·저류지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국수자원공사에 대해 환경연합이 설명한 것을 두고 국익에 반하는 매국적 행위라고 규탄하는 보도와 기사들이 쏟아져 나온 결과였습니다. 환경연합에 대한 비난과 욕설이 난무하면서, 단체와 저를 걱정하는 친구들과 가족들의 전화도 제법 많았습니다.

한국 기업이 추진하는 일은 무조건 지지해야 하나


▲  댐 건설 예정 지역 주민 회의 Wong Chomphu ⓒ 염형철

한국 정부나 한국 기업이 외국에서 하는 일에 대해 무조건 지지하고 잘못에 대해서도 침묵하는 것이 과연 애국일까요?

사실, 태국 단체들로부터 ‘한국수자원공사 현황’에 대해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망설였습니다. 단체의 기존 활동도 버거운 데 국익 논란에 휘말리는 것이 적잖게 부담스러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나라에서 거대한 토목 공사를 벌이려는 기업에 대해 알고 싶다는 태국 단체들과 주민들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4대강 사업 반대운동을 통해 외국 단체들의 지원과 협력을 끊임없이 받았던 단체로서 다른 나라 단체의 요구를 외면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게다가 올 1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환경단체들이 ‘4대강 사업’ 태국 수출 에 대해 반대운동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던 적이 있습니다. 다른 목적의 환경 회의에 참여해 태국 단체와 4대강 사업에 대한 대화를 나눈 것이 전부였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대통령까지 나서 환경단체를 비판하고 <조선일보> 등은 사설까지 냈습니다. 그러니 이번 초청을 거절할 경우 환경연합은 정부와 한국수자원공사의 압력에 굴복해 국제연대를 포기하는 것으로 보여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

태국에서 현장을 보니 2008년 말 4대강 사업이 본격화 됐을 때와 너무도 유사했습니다. 28개의 초대형 댐 건설과 289km의 대형 방수로 공사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대규모 토목사업이, 기본적인 내용과 방법조차 공개하지 않고 추진 중이었습니다. 피해 지역 주민들의 동의는 물론이고, 환경영향평가도 없었습니다.

따라서 거대 토목공사에 대한 철저한 타당성 검토, 투명한 절차와 사회적 합의, 지역 공동체와 환경에 대한 충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발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또한 한국수자원공사가 현지에서 자신들이 많은 경험과 높은 기술을 지니고 있다고 홍보해 왔다는 것을 듣고, 그들이 방수로(A-5)와 대형 저류지(A-3) 같은 분야에는 경험이 거의 없다는 것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태국에서 귀국하자마자 기자들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기자들에게 잘못 보도된 내용을 전해 듣기도 했고, 발언의 진위 등에 대해서도 해명을 했습니다. 하지만 언론의 보도는 제가 현지에서 이야기 했던 내용과 전혀 다르게 전달됐습니다.

“해외 수주에 재뿌리기(KBS 9시 뉴스, 6월 27일)”, ‘泰 6조 受注’ 현지에서 방해한 환경연합, 우리 국민 맞나( <조선일보> 6월 29일) 등등 환경연합은 순식간에 매국의 주범이 됐습니다.

물론 환경연합 활동에 대해 다른 평가를 내릴 수 있으며, 이를 두고 논쟁을 벌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언론의 보도는 주요 사실을 왜곡하고 비틀어서 환경연합을 몰상식한 단체로 몰아갔습니다. 사설까지 동원한 일부 신문은 국토부의 거짓 보도자료에만 의존해 글을 작성했습니다.  

언론에 가장 많이 인용된 “환경연합이 한국수자원공사의 부채를 700%라고 부풀렸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우리 활동을 보도한 타이 언론 중 <타이포스트>라는 매체에서만 낸 오보일 뿐입니다.(<타이포스트>는 오보에 대해 7월 1일 정정보도를 냈습니다 – 박스 기사 참조) 그런데도 국토부는 이를 보도자료의 핵심으로 구성해서 배포했고,  대부분의 언론들이 검증도 없이 이 내용을 주요하게 보도했습니다. 특히 KBS는 취재와 편집 과정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잘못된 내용을 지적했음에도, 방송을 내보냈습니다.

아래 자료에서 볼 수 있듯이 환경운동연합은 수자원공사의 자본과 부채를 비교한 표를 제시했고(부채는 자본의 128%), 이어서 지난 3년간 수자원공사의 부채가 758% 증가했다고 제시했기 때문에, 국토부의 주장은 사실과 다릅니다.


▲ 환경운동연합이 태국 현지에서 발표한 수자원공사 관련 자료 ⓒ 염형철     

두 번째 국토부는 환경연합이 “한국수자원공사는 소규모 사업 경험밖에 없어 태국 방수로나 임시 저류시설 수행 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오류입니다. 기자 질문에 답하면서, “수자원공사의 방수로 사업과 초대형 저류지 사업에 대한 실적이 미흡하다”라고 했을 뿐입니다. 태국의 방수로가 289km에 이르는 반면, 유사 사업인 경인운하 사업의 길이는 18km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국토부도 보도자료에서 “수자원공사가 태국정부에 제출했던 사업계획서에서 유사사업의 실적을 4대강 사업이 22조, 경인운하 사업이 2.3조를 포함해 26조원”이라고 했습니다.  4대강 사업을 방수로 사업이라고 주장하는 국토부 입장에서 그런 주장을 할 수는 있지만, 방수로사업이라고 생각지 않는 단체로서는 “실적이 미흡하다”라고 주장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국토부는 또한 “환경연합이 ‘한국에서 한국수자원공사가 추진하는 대형 사업은 밀실에서 진행되고 환경영향평가나 공청회 등을 거치지 않았다고 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4대강 사업의 절차상 하자를 지적하면서, 국가재정법, 환경영향평가법, 문화재법 등을 편법적으로 통과했다는 것을 지적했을 뿐입니다. 이는 발표 자료에 나와 있는 내용으로 달리 해명도 필요 없는 내용입니다.

<타이포스트> 정정보도… 국토부, 오보에 의존해 자료 작성  

<타이포스트>가 7월1일자 환경연합
관련 두 가지 내용에 대해 정정보도를 냈습니다.  하나는 ‘환경연합이 수공의 부채비율 (부채/자본)을 700% 이상이다’라고
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인들이 수공의 수주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는 것’이 오보라는 내용입니다.

이에
따라 <타이포스트>에만 등장한 ‘부채 700%’ 기사를 근거로 환경연합을 비난했던 한국 언론들이 무더기로 오보를 낸
꼴이 됐습니다. <타이포스트>는 수공 부채가 최근 3년 사이에 758% 증가했다는 것을 잘못 이해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 총장인 제가  “환경문제 등을 일으킨 수공의 수주가 놀랍다(It is surprising that K-Water won the
bidding…)”라고 발언한 것을, “한국에서는 부채가 700%까지 상승한 부실기업이 사업을 수주한 것을 두고 매우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라고 소개(국토부 번역본)한 것도 오류라고 했습니다.  결국 언론들의 환경연합 비판 이유들이
<타이포스트> 정정보도를 통해 모두 사라진 셈입니다.

한국단체들이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

지구의 벗과 그린피스 같은 국제환경단체들은 선진국 정부와 기업들이 개도국에서의 벌이는 무분별한 개발을 비판하는 것이 주요 활동입니다. 더 정확히 국제 환경단체의 각국 지부들은 자기 나라 정부와 기업에 대한 모니터링을 핵심으로 맡고 있습니다.  한국 환경단체들도 대만이 핵폐기물을 북한에 수출하려 할 때 거세게 항의한 적이 있고,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와 중국 동해안의 핵발전소 증설 등에 대해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들을 비판하는 활동은 괜찮고, 한국 기업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일까요? 더구나 4대강 사업과 경인운하 등을 통해 국고를 탕진하고 환경을 파괴한 한국수자원공사의 해외 진출에 대해 무조건 모르는 척 해야 하는 걸까요?


▲ 한국수자원공사가 수주한 대규모 저류지 공사 예정지 Bung Bora Pet 습지 ⓒ 염형철

1990년대 세계시민운동의 현장을 가면, 한국의 단체들은 크게 환영을 받았고, 행사의 막바지에 참석자들이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한국의 시민운동은 국제사회에서 환영을 받지 못합니다. 세계 경제 대국이니 어쩌니 하면서도 다른 나라 단체들을 돕거나 그들이 문제에 진심어린 연대를 보내는 경우가 적어졌기 때문입니다. 1980년대부터 지금껏 도움만 청하는 한국 단체들에 대해 국제사회는 피로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환경연합은 창립 20년을 맞아 활동의 중심을 점차 아시아로 옮겨 가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의 환경문제도 여전히 많지만, 개도국에서 이루어지는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감시하게 될 대상은 우선 한국 정부와 기업입니다. 이는 도덕적으로나 효율성의 측면에서나 당연한 순서입니다. 환경연합은 아시아에서 가장 규모가 큰 환경단체로서, 더 이상 아시아의 요구와 내부 양심의 소리를 회피할 수 없습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해외에서 사업을 하려면 국제적인 기준과 감시를 수용해야 합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그들을 가장 잘 아는 한국 단체들의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건 비겁한 일이고, 자신의 실패를 숨기는 것은 당당한 일도 아닙니다. 국외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이 있다면 국내에서와 마찬가지로 국외에서도 도덕과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환경연합도 부족한 점이 많이 있지만, 아시아의 환경운동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이번 일이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저희의 길을 당당하게 가겠습니다.

※ 6월 28일 오후 태국 9개 단체는 환경운동연합 활동에 대해 감사 성명을 보내 왔습니다. 20년 환경운동을 한 제가 받은 가장 감명 깊은 편지 중 하나입니다.


태국 정부의 물 관리 사업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될 태국의 시민사회와 주민조직들의 네트워크는 물 관리 사업의 부분을 수주한
한국수자원공사(K-Water)를 둘러싼 사회적, 환경적 이슈를 공유하고 현장조사를 위해 대표단을 파견해준 환경운동연합의 용기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환경운동연합의 대표자가 발표한 내용은 그동안 태국 사회에 알려지지 않았던 것들이었습니다. 이것이 물
관리 사업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보장하고 참여민주주의에 기여하기 위한 과정의 시작입니다. 생태계와 환경에는 경계가 없습니다.”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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