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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대응 최후의 보루, GCF 논의의 최전선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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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F 보드미팅이 열리고 있는 독일 외무부 건물 내부(베를린). 보드멤버 공동의장 2인(우측2인)이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방에서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여기는 베를린에 소재한 독일 외무부. 세계 각지에서 녹색기후기금(GCF)의 향방에 주목하는 자들이 모여들고 있다. 많은 사람들 가운데 보드미팅이 이뤄지고 있는 회의장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24인의 보드멤버와 ‘active’ 옵저버 4인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나머지 다른 모든 사람들은 같은 건물에 있는 별개의 방에서 보드미팅이 중계되고 있는 대형 스크린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자국의 보드멤버를 수행하는 정부 관계자, 이해가 얽혀 있는 기업체 인사, 기후변화 관련 연구원, 국제 시민사회 활동가 모두가 한 방에서 녹색기후기금 최전선에서 들려오는 논의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은 쉬는 시간이면 부리나케 복도로 뛰어나가 회의장 밖에서 휴식을 취하는 보드멤버에게 각자의 이해에 따른 로비를 전개한다. 


지난해 송도의 사무국 유치를 확정한 녹색기후기금 보드미팅의 3차 회의가 지난 3월13일부터 15일까지 베를린에서 개최됐다. 기금 운영 방식 및 조성 방안이 주요 어젠다였던 이번 회의에서는 개도국의 목소리를 반영해 기금에 대한 국가주도적 접근을 합의했다. 한편 ‘Governing Instrument’라고 통칭되는 운영 단위가 기금에 직접 접근하며 추가적인 공적∙사적 자원을 레버리지 할 수 있도록 운영의 큰 그림이 그려졌다. 세부 사업 모델에 대한 결정은 오는 6월과 9월 개최될 4차와 5차 회의로 미뤄졌다. 구체적인 기금 조성 방안 또한 기금 사용처에 대한 윤곽이 나오게 될 후일을 기약했다.


녹색기후기금 사무국은 현재 사무국 역할을 수행하는 단위가 있긴 해도 아직 조직체를 구성하기 전이다. 이에 대한 국내법상 절차도 남아있어 한국 정부는 녹색기후기금에 대한 법안을 마련해 오는 6월까지 국회 비준을 마무리 하겠다는 방침이다. 보드미팅에서는 현재 사무국 체계와 함께 인천에 기거하게 될 사무처장 인선 및 직원 모집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별다른 지연 요인이 없다면 GCF 사무국은 빠르면 올해 구성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4인의 보드멤버는 선진국과 개도국 동수로 구성되며 한국의 경우 ‘alternate’ 멤버 자격이 있다. 보드미팅에서 ‘alternate’ 멤버는 발언권이 제한되는 옵저버 자격을 가지지만 보드멤버의 부재시에는 해당 보드멤버를 대신하여 논의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 현재 기획재정부 정홍상 대외경제협력관이 한국의 ‘alternate’ 멤버이며 이번 회의에서는 보드멤버로서 논의에 참여했다.


녹색기후기금의 설립은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UNFCCC) 제15차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되고 2010년 멕시코 칸쿤 제16차 당사국 총회에서 확정된 사항이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단기 재원으로 매년 300억 달러(약 35조원)를, 2013년부터 2020년까지는 매년 1000억 달러(약 115조원)를 조성해 전세계적으로 시급한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과 독일의 사무국 유치 경쟁이 치열할 때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우리나라가 GCF를 유치하면 매년 3800억 원의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GCF에 대한 기대는 비누거품처럼 부풀었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1000억 달러 조성이 목표된 것을 마치 누적∙확대되는 것처럼 오인해 2020년이면 총 8000억 달러(약 900조원)의 기금을 유치하는 셈이라며 GCF를 8450억 달러 규모의 IMF에 견주어 ’21세기 IMF’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금 조성 여부는 불투명하다. 2013년까지 긴급 단기 재원으로 조성하기로 한 연간 300억 달러조차 추산 결과 236억 달러로 목표치에 미달했다. 게다가 지난해 11월 영국 국제환경개발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긴급 재정 236억 달러 가운데 GCF의 모체인 유엔 기금을 통해 지원된 경우는 겨우 2%에 불과했다. 당초 국내에 알려진 바와 달리 녹색기후기금의 돈이 사무국을 거치게 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얘기이다. 초기 3년간 GCF 수탁자는 워싱턴에 소재한 세계은행이다.


시민사회에서는 녹색기후기금이 추가적인 것이어야 하는데도 기존에 공약했던 각종 기금과 모호하게 중복 추산되는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옥스팜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긴급 재정의 33%만이 2009년 UNFCCC COP15 코펜하겐 이후에 새롭게 모인 돈이고 나머지는 이전에 이미 공약되어 있었던 돈이라고 밝혔다. 한편 옥스팜은 녹색기후기금이 개발원조로 약속된 돈과 중복되어서는 안됨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 대응에 쓰인 공공재정의 24%만이 기존 ODA를 통해 지출되기로 했던 돈에서 추가된 금액이라고 밝혔다.



GCF 보드미팅 대응을 위해 하인리히뵐 재단에서 머리를 맞댄 국제시민사회 활동가들. 보드미팅이 열리기 직전인 3월11일과 12일 열띤 토론이 펼쳐졌다.


이번 보드미팅이 열리기 직전인 3월11일과 12일 국제 시민사회 활동가 약 40인이 베를린 하인리히뵐 재단에 모여 머리를 맞댔다. 녹색기후기금이 기후변화 대처에 실효성 있는 자금으로 탄생되기 위해 이번 보드미팅에서 기금 운영, 자원 동원 등 세부 주제들이 어떻게 접근되어야 할지 논의됐다.


국제 시민사회는 GCF가 개발 사업의 병폐가 많은 세계은행과 같은 다자개발은행 모델로 운영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잃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시민사회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서 시민사회는 녹색기후기금을 유엔 체제와 밀착시키고자 한다. 그러나 현재 GCF 보드미팅 현장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유엔에 등록되어 있는 시민사회단체라 하더라도 별도의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한편 기후변화협약 총회 등 유엔 회의에 적용되고 있는 9개 메이저그룹 시스템 역시 GCF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보드미팅 회의장에 들어갈 수 있는 ‘active’ 옵저버를 메이저그룹 8개에 해당하는 시민사회에 2인, 메이저그룹 1개에 해당하는 민간섹터(기업)에 2인으로 제한함으로써 시민사회 참여폭을 줄인 것이다.


이번 보드미팅에서 GCF 거버넌스 참여폭 확대를 집중적으로 요구한 시민사회는 차기부터는 회의를 미리 공지 받고 논의 자료도 미리 공유되게 하는 등 소정의 성과를 얻어냈다. 회의 첫째날 회의장 밖으로 공유되지 않던 자료가 셋째날부터 공유되기 시작한 것은 시민사회의 끈질긴 요구와 이를 지지하는 보드멤버가 있었기 때문이다. 시민사회는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GCF 논의를 지켜볼 수 있도록 보드미팅을 웹캐스트 하라며 보드멤버를 설득했고 이에 대한 긍정적 검토가 이뤄졌다.


차기 보드미팅은 오는 6월25일부터 28일까지 인천에서 개최된다. 보드멤버들은 재원을 모으기 위해 민간섹터의 개입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지만 녹색기후기금은 아직 설계되고 있는 단계이다.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 최후의 보루인 GCF가 민간섹터의 노리개로 전락되지 않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시민사회의 거버넌스 참여 확대와 더불어 강구되어야 할 때다.



외무부(Auswartiges Amt)라고 적힌 건물 앞에서 미소짓고 있는 국제시민사회 활동가. 3월13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된 GCF 3차 보드미팅은 민간섹터 통제와 시민사회 거버넌스 참여 확대 방면에서 숙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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