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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팜, 어드보커시 노하우 한국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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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개최된 ‘2011 어드보커시 역량 강화 워크숍’ 장면. 옥스팜의 스티브 프라이스 토머스 국장이 어드보커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당신은 충분히 정치적입니까?”


정치에 관한 한 무관심을 미덕으로 삼는 풍토에서는 이러한 질문을 받는 것 자체가 거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정치적 무관심은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장벽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적 동물’이란 의미에 기대어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정치라는 개념의 외연을 확장시키면 거북함을 좀 덜어낼 수 있을까. 그래도 거북하다면 당신에게 정치란 정치인의 업무 영역일 뿐 지금 당신의 삶과는 아무 상관없다고 보는가? 국제 구호 단체로 잘 알려진 옥스팜(Oxfam)이 그런 당신의 생각에 아랑곳 않고 권력의 역학을 빈곤 문제 해결 등 그들 단체의 목적에 활용하고 있다면 충격인가?




시민 의사를 바탕으로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배우는 ‘2011 어드보커시(Advocacy) 역량 강화 워크숍’이 지난 21일 만해 NGO 센터에서 아름다운 가게 주최로 진행되었다. 옥스팜이 주관했던 이 행사는 신청자 모두가 참석 기회를 얻지 못했을 만큼 성황이었다. 참석자는 참가 신청 대기자 30 명을 제외하고 총 1백여 명 가량으로 대부분 학생과 다양한 시민단체의 활동가들로 구성되었다. 이들은 1만 원을 웃도는 참가비를 아까워하지 않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금요일 하루를 꼬박 이 워크숍에 바쳤다.





어드보커시? 그게 뭔데?

“전 어드보커시가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 모르고 왔어요”라고 입을 떼는 참석자 최 모 씨. 워크숍이 열리기 전까지 어드보커시의 의미를 잘 몰랐던 이는 비단 최 씨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만큼 어드보커시는 우리에게 친숙한 단어가 아니다. 그러나 ‘지지’ 혹은 ‘옹호’라는 단어의 원뜻으로부터 짐작할 수 있듯 어드보커시란 정책 혹은 법안으로 연결될 수 있는 특정 이슈에 대해 지지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기존의 로비와 닮은꼴이지만 기획자가 일을 되게 하는 수단으로서 검은 돈 대신 어드보커시의 다양한 방식을 활용한다는 점, 변화시키려 하는 사안이 대개 특정 사익과 무관한 공익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 시민의 지지에 기반 한다는 점 등이 큰 차이이다. 어드보커시는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쥐고 있는 사람 혹은 기관에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사회를 변화시키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로비는 로비이지만 부패가 만연한 곳에서 청탁과 얽히기 일쑤인 로비가 갖는 통상적 의미와는 구별되며 시민 의사를 통한다는 점에서 기존 로비의 방식과도 다른 것이다. 중립적 의미에서 로비는 어드보커시가 가진 하나의 방식에 불과하다.




이 워크숍에 전문 강사로 참석한 사람은 옥스팜의 스티브 프라이스 토머스 국장과 타쿠모 야마다 국장, 환경운동연합의 박창재 국장, 참여연대 안진걸 민생희망팀장 등 모두 네 명이었다. 옥스팜의 어드보커시 노하우가 전체 워크숍 내용의 뼈대를 이뤘으며 여러 사례 분석이 소개되었고 이중 한국에 해당하는 예로서 환경운동연합과 참여연대의 사례가 다뤄졌다. 




어드보커시의 실제


‘Make Poverty History’ 캠페인의 상징이 된 흰색 팔찌. 어드보커시 전략의 일환이었던 흰색 팔찌는 캠페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환기시켰고 시민의 참여를 유도했다.



옥스팜은 단순한 구호 단체가 아니다. 이들은 빈곤국 가난의 원인을 구조적으로 분석하고 이에 대한 변화를 이끌어 내고자 한다는 점에서 제3세계의 지속적 발전을 지향하는 단체이기도 하다. 옥스팜은 체계적인 어드보커시 전략을 통해 그간 효과적인 개발 구호 사업을 추진해 왔다. 일례로 2006년 말라위에서 남편의 아내에 대한 살해 및 상해 문제가 심각한 수위의 사회 문제로 대두되었을 때 옥스팜은 가정폭력방지 법안이 통과되기까지 주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옥스팜은 다른 성에 대한 폭력 문제로 말라위가 충격에 휩싸였을 때 사회지도자들의 행동을 촉구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함으로써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하는 사람들의 지지를 이끌어 냈다. 법안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옥스팜은 기금 지원, 장관급과의 만찬, 국회의원에 대한 로비, 대중 캠페인 등 다양한 어드보커시 방법을 동원했는데 놀라운 것은 미디어와 말라위 경찰까지 옥스팜의 캠페인에 동참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스티브 프라이스 토머스 국장은 “어드보커시에 있어선 의외의 협력자가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며 “평소 보수적으로 알려진 상대라고 해서 협력자 자격을 배제시켜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한편 2005년 G8을 전후로 영국에서 대대적으로 일어났던 ‘Make Poverty History’ 캠페인에서도 어드보커시는 활용되었다. 양과 질적 측면에서 더 나은 원조, 부채 삭감, 공정한 무역 등을 기치로 내걸고 전 세계적으로 3천1백만 명의 참여를 이끌었던 이 캠페인에는 수상에게 엽서 보내기, 3백75 명의 의원에 대한 로비 활동, 흰색 팔찌를 통한 대중의 관심 환기 등 다양한 어드보커시 전략이 도입되었다.




어드보커시 전략 세우기

어드보커시 전략 수립에는 문제 확인, 총체적 목적 설정, 보다 구체적인 목표 설정, 참여 이유 확인, 영향력을 미치고자 하는 타게트 선정, 권력 분석 작업, 협력자 모색,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설정, 활동 기획, 기회와 이벤트의 활용, 인력 및 재정 자원 점검, 위험 요소 확인, 모니터링과 평가 등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13가지 요소가 있다. 모든 요소가 중요하지만 성공적 어드보커시의 핵심은 권력 분석이다. 권력 분석이 잘 되어 있어야 어드보커시의 다양한 전략이 궁극적으로 의사결정자의 변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타쿠모 야마다 국장은 “어드보커시란 어떤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하도록 다른 누군가를 참여시키는 것”이라며 “해당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 단위와 의사결정자를 확인한 뒤 권력 분석을 통해 이중 누가 가장 쉽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지, 이 최종 그룹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누가 우리 캠페인의 주요 대상이 될 것인지 미리 분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어드보커시 전략 수립시 고려해야 하는 13가지 요소.




어드보커시에 대한 제반 설명과 사례 분석이 끝난 뒤에는 그룹별 어드보커시 실습이 이뤄졌다. 해결 과제에 따라 네 개 그룹으로 나뉜 참석자들은 실습 후 논의 결과를 발표하는 기회를 가졌다. 캄보디아 에이즈 환자에게 정부가 약을 제공할 수 있도록 어드보커시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그룹에서는 우선 캄보디아의 정치, 경제, 문화에 대한 배경지식, 캄보디아 에이즈 문제의 특수성과 심각성 등이 거론되었다. 그 후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캄보디아 국교인 불교를 활용해야 한다거나 국제 구호 단체 등과 협력하는 안들이 제시되었으며 마침내 권력 분석을 바탕으로 수립된 다양한 어드보커시 전략이 한 데 모아졌다. 같은 시각, 다른 그룹에서는 ODA 증액, 소각장 백지화, 아동 급식 등에 대한 어드보커시 논의가 각각 진행되었다.




권력 분석에 토대를 둔 어드보커시는 분명 정치적 측면을 내포한다. 그러나 개별 시민들의 정치적 의사를 사안별로 이끌어 내고 이를 의사결정자에 대한 영향력으로 기획해내는 어드보커시를 정치적 선동으로 매도하긴 어렵다. 어드보커시는 스스로 사회의 주인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제도 정치권에 대한 의사 표출 통로를 마련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드보커시의 성패 또한 시민의 지지 여부에 따라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 가능성을 갖는다. 그간 제도 정치권과의 거리 때문에 그저 지켜보는 것에 그치고 말던 시민 한 명 한 명의 공감과 참여는 어드보커시를 통해 변화를 향한 더 큰 영향력으로 거듭난다. 당신에겐 여전히 정치적이라는 수사가 거북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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