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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박용성 대한상의 회장 기고문에 대한 반론

[기고] “박용성 회장, ‘지속가능한 발전’을 제대로 아십시오”
2005-04-18 오후 3:02:39

지난 4월7일 <중앙일보> 31면에 실린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글은 기업가 입장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해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그 핵심적 내용에 있어서는 오역, 오해 등으로 심
각히 왜곡되어 있다.

우선 박 회장은 ‘세계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WBCSD)’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경제 성장
과 생태와의 조화, 그리고 사회 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경제 성장을 가장 상위 개념으로 친
다고 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WBCSD에서 발간한 보고서나 홈페이지(www.wbcsd.org)를 보더
라도 ‘sustainable development via the three pillars of economic growth, ecological
balance and social progress’라고 되어 있어, ‘경제 성장과 생태적 균형, 그리고 사회 진보의
세 가지 기둥(pillars)을 통한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번역되는 내용으로, 경제 성장을 가장 상
위 개념으로 친다고 하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 여기서 말하는 세 가지 기둥이라는 것의 의미
는 어느 하나라도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요소로서 동시적 중요성을 말하는 것으로 경제 성장이
상위라는 개념과는 전혀 다르다.

박용성 회장은 또 새만금 간척사업과 천성산 터널 등 대형 국책사업을 예로 들며, ‘국가 발전
을 위한 사업이 지연되면 대가는 누가 치르나’라고 말했지만, 이들 사업들이 과연 진정으로 국
가 발전을 위한 것인지 우리는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재조명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죽어버린 시화호 사례나 각종 산림 파괴 공사의 후유증을 굳이 예를 들지 않아도 1960년대
경제 개발 계획 이후 대부분의 사업들은 ‘개발 및 성장 일변도 정책’ 아래 추진되어 왔는데, 이
정책들 대부분은 바로 박용성 회장의 말대로 ‘경제 성장을 상위 개념으로 보던’ 시대의 시각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전 세계는 공히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박용성 회장
은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 적어도 국민 소득이 3만 달러가 넘는 선진국에서나 가
능하다고 하는데, 이 주장 또한 원래 개념을 왜곡한 발언이다. ‘지속가능한 발전’ 개념은 선진
국, 개발도상국, 후진국을 망라하는 발전 전략이다. 1992년 6월 브라질 리우회의 당시, 선ㆍ후진
국을 망라한 1백50여 개국의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여 여기에 서명했다는 사실은 이를 증명한다.

‘지속 가능한 발전’ 전략은 각 나라의 경제적 수준에 맞게 추진계획을 세워야 하는 것은 당연
하다. 선진국은 선진국의 처지와 수준에 맞게 지속 가능한 발전 전략을 세워야 하는 것이며, 후
진국은 또한 후진국의 사정과 처지에 맞게 추진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세계적 차원에서
각 나라의 지속 가능한 발전 전략이 종합되고 조정되어야 하는 것이 그 절차이다. 박 회장의 주
장대로, 경제 수준이 낮을 때는 ‘개발’과 ‘성장’을 해야 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은 선진국이
된 다음에 하자는 논리는 ‘지속 가능한 발전’ 개념을 정확히 모르고 하는 말이다.

우리나라 산업계 대표격인 박 회장조차 그 취지를 정확히 이해하기 힘들 만큼 ‘지속 가능성
(Sustainability)’이라는 개념은 복잡다단하다. 그래서 어느 학자는 잡힐 듯 하면서도 잡히지 않
는 추상적인 개념이 바로 ‘지속가능한 발전’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몇몇 환경윤리학자들
은 ‘지속가능성’을 윤리적 측면, 문화적 측면, 사회적 측면, 경제적 측면, 환경적 측면으로 나누
어 설명하기도 한다. 윤리적으로 생명과 평화를 구현하며, 문화적으로 다양성을 인정하며 상호존
중하고, 사회적으로 인권과 사회정의를 실현하며, 경제적으로 맹목적으로 최고의 이윤만을 추구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최적 이윤을 추구하고, 환경적으로 생태효율을 높이
고 환경보전을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글의 끝부분에서 “후손에게 깨끗한 환경, 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을 남겨 주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 우리는 개발도 하지 말고 자원도 쓰지 말자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라고 쓰고 있는데, 환경단체들은 ‘개발도 하지 말고 자원도 쓰지 말자’고 주장한 적은
한번도 없다. 단지 ‘지속가능한 발전’ 원칙에 따라서 개발도 하고, 이 원칙에 따라 자원도 사용
하자고 주장할 뿐이다.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화두로 첨예하게 논쟁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대한민
국’을 건설하기 위한 ‘생산적인 과정’이자,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사회적 산고(産苦)’의 과정으
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이나 후진국의 입장을 포함하여 지금 우리 세계시민이 견지하고
있는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은 다소 추상적이지만 다음과 같이 확고한 개념으로 자리 잡
고 있다. 즉, ‘미래 세대가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 세대의 필요
를 충족시키는 발전'(Development that meets the needs of the present without compromising
the ability of future generations to meet their own needs)이라는 개념으로.

황상규/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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