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 활동소식

라푸라푸 섬에 사는 노인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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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푸라푸에서 나고 자라, 이제까지 74년을 이 섬에서 살았어, 어린시절부터 익숙하게 보아왔던 새들과 곤충들이 광산이 시작된 다음부터 하나 둘 사라지고, 섬에 살았던 풀과 나무들은 변화는 것을 보면서 다음세대들에게 이 섬을 물려주지 못할 것 같아 두려워.”

– 사깁이슬라(save island) 대표 안토니오(74세)의 인터뷰 중 –

<섬에서 나고 자란 사깁이슬라(save island)의 대표 안토니오(74세)




두 번의 환경사고와 기업의 파산 그리고 한국기업의 투자확대

한국기업인 LG상사와 KORES(대한광업진흥공사)의 투자확대로 주민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라푸라푸 섬으로 필리핀 환경단체 칼리카산 네트워크와 함께 라푸라푸 섬을 찾았다.


라푸라푸 섬에는 구리와 아연, 금을 생산하는 150헥타르에 이르는 노천광산이 있다.  2001년 호주 라파예트사는 필리핀 정부로부터 라푸라푸섬의 광산개발권을 획득해, 채광과 제련 공장을 가동해왔다. 사업 초기부터 LG상사와 KORES는 광산개발을 위해 26%의 지분을 투자했다.  2005년 라푸라푸 광산에서는 구리와 금 등을 제련하기 위해 사용한 시아나이드(청산염)와 산성수가 바다로 유출되는 사고가 2차례 발생했다. 사고는 바다의 물고기들이 떼죽음당하는 등 섬 생태계의 변화를 가져왔다. 사고 후 필리핀 정부는 광산의 운영을 중단시켰고, 라파예트사는 가동중단에 따른 자금난의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2007년 11월 회사는 파산에 이르러 광산은 가동이 중지되는 듯했다. 그러나 2008년 4월, LG상사와 KORES는 파산한 라파예트사의 주식 추가매입을 통해 이제는 70%의 지분을 갖는 대주주로서, 광산 재개를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하늘에서 바라본 라푸라푸 광산>


고기잡고 화전 일구며 살아온 가난한 섬…


마닐라 쿠바오에서 12시간 버스로 이동한 후 도착한 알바이지역의 중심도시 레가스피, 이곳에서 다시 보트를 타고 2시간을 가서야 우리는 라푸라푸에 도착할 수 있었다. 라푸라푸는 열 세 곳의 바랑가이(마을)중 열두 개 바랑가이가 해안가에 위치한 섬으로 주민들은 어업과 산비탈의 화전농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필리핀 7,000여개의 섬 중 라푸라푸섬은 작고도 가난한 섬 중의 하나이다. 


섬에서 만난 광산개발을 반대하는 주민조직인 ‘섬보호(save island)’의 활동가 오브레는 ‘라푸라푸에는 트라이시클도 자동차도 없는 조용한 섬이다. 전기는 저녁 일부 시간에만 사용할 수 있으며, 전화가 없는 섬’이라며 도시문명의 편리와는 색다른 섬 생활을 설명해주었다. 섬주민들은 섬과 바다의 자연자원을 이용해 자급자족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고기를 잡기위해 더 멀리,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우리는 여섯 차례의 간담회와 여덟 바랑가이의 방문을 통해 주민들의 생활과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었다.
“이제 물고기를 잡기 위해 더 멀리,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해요. 예전엔 생선 팔아서 집도 짓고, 아이들 학교도 보냈는데, 이제는 가난을 면하기도 어려워요. 점점 더 가난해지고 있어요.
“매일 바다에서 물놀이하는 아이들이 피부병에 걸리고, 물을 길러오기 위해 더 깊은 계곡을 찾아야 합니다.”

주민들은 최근의 광산재가동으로 바다와 물의 오염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기 잡고 화전 일구는 것 밖에 할 줄 모르는 그래서 도시로의 이동은 생각해보지 않은 주민들에게 섬의 파괴는 자신의 삶의 파괴와 직결되었다.




라푸라푸섬의 사람들은 태어나서부터 줄곧 바다와 함께 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가나한 섬, 장작을 이용해 밥을 하고, 전화도 없다. 바닷가에 위치한 집, 마을과 마을의 왕래는 바다를 이용해야 한다.


한국기업의 시설 투자로 사고는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데….


주민들과의 간담회를 듣고 우리는 라푸라푸광산 관계자를 만나기 위해 광산으로 들어갔다.  방문에 대한 협조를 사전 요청했음에도 처음엔 출입거부, 한 시간 후에 출입허가, 그렇게 광산측 관계자들과의 면담이 진행되었다. 

광산의 환경담당자는 ‘과거 호주 기업은 자금난으로 인해 환경시설투자들이 부족했고, 결국 사고가 발생했지만, 현재 LG상사와 KORES는 자금을 투자해 광산내부의 폐수가 바다로 흘러들지 못하도록 댐을 만들고 있다’ 며, 광산의 안전성을 자신했다. 그러나 광산주변의 계곡에는 광산에서 흘러나오는 산성수를 중화하기 위한 석회 포대들이 널려있었다. 또한 철성분이 함유된 노란색 폐수와 석회로 인해 하얗게 변화된 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라푸라푸 살리기 연대(save rapurapu alliance)’의 대변인인 아큐이나스대학의 퍼디간교수는 ‘라푸라푸섬은 지질학적으로 연약한 지반을 갖고 있어, 광산과 주민의 삶이 공존할 수 없다. 지속가능한 광산개발은 불가능하며, 섬의 특성상 환경사고의 재발은 뻔 한 일이다’라고 현재 전문가, 지역교회, 주민들이 광산은 반대하는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돌아오는 길, 필리핀에서 가장 큰 활화산, 언제 터져 오를 지 모를 불씨를 품고 있는 먀온화산을 보며, 언제 환경 사고가 발생할지 모를 광산으로 안고 사는 라푸라푸 주민들의 두려움이 이해할 수 있었다. 



필리핀 정부와 기업에 의해 무시되는 주민들의 삶과 생태계

7,000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필리핀은 생물 종 다양성과 풍부한 자원면에서 손꼽히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자연보호구역, 원주민들의 거주지역, 해양생물보호구역 할 것 없이 전국토가 필리핀기업과 정부, 외국기업들에 의해 광물과 가스개발을 목적으로 헤집어지고 있다.
라푸라푸섬 역시, 1997년 풍부한 생물종다양성에 대해 자연보호지역으로 지정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필리핀 정부와 외국기업의 광물 자원개발의 욕구는 주민들의 삶은 물론 자연생태계의 가치를 철저히 무시하였다. 한국 기업 LG상사와 한국 정부가 국민의 세금을 출연해 만든 KORES도 ‘해외자원개발’이라는 미명하에 필리핀인들의 삶의 터전을 파괴하는데 한 축을 차지하고 있었다.

타국의 자연생태계를 파괴하고, 주민들의 생존권을 무시하는 기업 행위가 자국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명분으로 이해될 수는 없다. 특히 과거 발생한 환경사고, 섬의 특성, 광산개발에 대한 문제점을 익히 알고 있었던 LG상사와 광업진흥공사가 투자를 확대한 이유는 무엇일까? 광산 운영이 100% 안전하다고, 환경사고는 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신뢰할 수 있을까?


우리의 해외자원개발로 인해 파괴되는 타국 민중의 삶에 귀 기울여야……

자원빈국 그래서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에서 정부는 해외 자주개발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나섰고, 기업들은 정부융자들을 이용해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해외 자원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동안 대우인터네셔널의 미얀마 가스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비윤리적 기업행위는 세계적으로 지탄을 받고 있다. 우리는 거리가 멀다고,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타국에서 벌어지는 한국기업의 행위를 듣지 않으려 했고, 보지 않으려 했던 것은 없을까?
기업의 이익을 위해 기업과 정부가 힘없는 나라의 자원을 수탈하고 있지는 않는지 우리는 감시와 비판의 눈을 아시아와 세계로 넓혀야 한다. 한국이 아시아 민중의 삶을 짓밟고 이익을 취하는 얼굴이 아닌, 함께 하는 아시아의 한 사람, 서로의 삶을 존중하는 아시아민중의 친구로 남기 위해서……



골짜기마다 돌들은 노란 옷을 입었다. 광산주변의 골짜기에는 노란색 물이 흐른다
철분으로 인해 노란색이 된다고 한다.
광산주변 풍경3- 산성을 포함한 폐수를 중성화시키기 위해 골짜기에 놓여있는 석회






돌은 이제 하얀색이다. 그래도 물은 노란색이다.
광산폐수는 흘러서 바다로 간다.




주민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들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그들의 상처를 알 수 있었다.
안전한 물을 얻기 위해, 더 깊은 계곡을 찾거나, 육지에서 물을 사야와 한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를 환영하는 배너
언제 터질지 모를 마욘 산을 배경으로 현지 활동가와 함께 한 사진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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