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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케이블카, 약인가 독인가

국립공원
케이블카, 약인가 독인가












△ 덕유산국립공원을
가로지르고 있는 케이블카. 최근 잇따르고 있는 국립공원 내의 케이블카 건립요구는 케이블카가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한라산·지리산 3년째 논쟁중

케이블카(삭도)는 국립공원 훼손을 막아줄 약인가, 훼손을 가중시킬 독인가

국립공원의 케이블카 설치 문제가 환경현안으로 떠오른 것은 지난 2001년 제주도와 전남 구례
군이 각각 한라산과 지리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며 환경부에 공원계획 변경을 요구하면서부터다. 그 뒤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삭도
검토위원회가 삭도허용 여부를 결정할 구체적 기준에 일부
합의하는 등 이 문제는 꽤 진전을 보인듯 했다. 하지만 지난주 환경부 주최로 열린 ‘자연공원
의 삭도정책에 대한 공청회’는 케이블카 논쟁이 3년여
동안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음을 드러내주었다.


돈벌이 궁리 지자체 “등산로 이용 줄어
국립공원 훼손 막는다”명분 들어 압박


■“공원훼손 막는 친환경 시설”

환경부는 공청회에서 지난해 10월에 나온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용역 보고서를 바탕으로
식생양호지역, 급경사지역 등에는 설치를 불허하고,
천연기념물과 법정보호종 서식지 등은 인근에 대체서식지 조성이 가능할 경우 조건부로 수용한다
는 등의 기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날 공청회에서는 기준안 보다는 허용 여부를 둘러싼 해묵은 논쟁이 재연됐다. 국립
공원에 케이블카를 건설하려는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은
“기준안대로면 케이블카를 설치할 수 있는 국립공원이 없다”며 환경부를 비난하면서 “케이블
카를 허용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맞서
환경단체쪽에서는 “수익성을 노린 지자체와 개발업자들에게 케이블카 건설을 허용해서는 안된
다”고 환경부를 압박했다.

케이블카 건설을 추진하는 쪽은 케이블카를 등반객들의 발길에 훼손되는 국립공원을 보호하
기 위한 필수적 시설이라고 주장한다. 강원도 양양군의
정연덕 부군수는 공청회에서 “설악산의 오색집단시설지구와 대청봉 사이의 등반로가 등반객이
워낙 몰리면서 등반로는 ‘신작로’가 됐다”며 “이 구간에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정상에 올라가는 것 자체가 목적인 등반객 대부분은 왕복 7시간 이상 걸리
는 등산로 대신 삭도를 이용하게 돼 공원훼손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노약자와 장애인 등에게도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도 케
이블카 건설 추진론자들이 내세우는 중요한
명분이다. 하지만 지자체와 주민들을 케이블카 건설에 몰두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지역경
제 활성화다. 국립공원을 끼고 있는 고장은 관광 외에
특별한 산업기반이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보다 많은 관광객
을 유치해야 하는데, 삭도가 이런 유인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관광객유입 걱정 환경단체 “시설 설치하다 보면
공원 훼손 피할 수 없다”수익성에도
갸우뚱


■“필요하다면 환경부 주도로”








△ (좌로부터)●설악산 권금성을 이어주는 케이블카는 설악산의 명물로 많
은 관광객들이 이용한다.
●내장사
입구에서 연자대 전망대로 오르는 삭도는 단풍 절경을 감상하려는 관광객들로 만원이다.
< 한겨레> 자료사진

케이블카는 기본적으로 시발점과 종착점에 정
류장 시설이
있어야 한다. 또 중간에 케이블을 지지하기 위한 지주도 필요하다. 결국 면적이 얼마가 되든 공
원 훼손은 피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환경단체를
비롯해 케이블카 건설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이보다 케이블카가 운영과정에서 공원의 훼손을 가속
화할 것이라는데 더 주목한다. 케이블카가 보다 많은
관광객을 단시간에 국립공원 깊숙한 곳까지 실어나르게 되고, 이는 곧바로 공원 훼손으로 이어
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또 지자체나 지역주민들이 케이블카에 기대하는 수익성도 불확실하다고 지적한
다. 삭도검토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정주현 목포대 교수는
“케이블카를 추진하는 쪽에서는 케이블카가 황금알을 낳은 거위라도 될 듯 생각하고 있으나, 시
설비와 운영비 등을 잘 검토하지 않고 무리하게
추진하면 되레 애물단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이 케이블카에 대해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새로 케이블카를 설치하
는 것보다는 훼손된 등산로 등 파괴된 자연 복원을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뿐이다. 윤주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은 “케이블
카가 공원보호를 위해 필요한 시설이라면 환경부나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나서 적극적으로 검토할 일이지 지자체나 개발업자가 주도할 일이 아니다”
고 주장했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용역 보고서도 케이블카 건설계획 결정절차의 첫 단계로 공원관리청이 케
이블카 설치와 관련된 타당성을 예비조사한 뒤,
환경부에 설치되는 삭도평가위원회가 입지와 경제·사회적 타당성을 검토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공청회에서 케이블카 설치관련 타당성
조사와 공원계획 변경 입안 등은 지자체장이나 사업자 등이 하도록 하는 ‘대안’을 발표해, 이
권고를 거부했다.


설악산·내장산만 운행중
월출산·한려공원도 추진


현행 자연공원법과 그 시행령 등을 보면 케이블카(삭도)는 국립공원을 비롯한 자연공원의 교
통시설 가운데 하나로 포함돼 있다. 법적으로는
공원에서도 생물다양성이 특히 풍부해 규제가 가장 엄격한 자연보존지구에서도 규모의 제한은 있
지만 공원계획만 수립되면 설치가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1980년대 중반 이후 국립공원에 케이블카가 설치된 사
례는 전무하다. 법적으로는 인정되지만 환경적으로
워낙 민감한 사안인데다, 허용여부와 입지·시설기준을 판단한 객관적 기준이 없어 환경부가 케
이블카를 공원시설로 넣는 공원계획 변경을 거부해왔기
때문이다. 현재 국립공원 가운데 설악산과 내장산 등 단 2곳에 설치돼 있는 케이블카는 모두
1981년 이전에 공사가 끝난 것이다. 시·도지사에게
공원계획 결정권이 있는 도립공원 가운데는 대둔산, 팔공산, 금오산, 두륜산 등 4곳에 케이블카
가 설치돼 있다. 가장 최근에 준공된 케이블카는
지난해 2월부터 가동되고 있는 두륜산 케이블카다.

전국의 국립공원과 도립공원 등 자연공원에서 케이블카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곳은 10여 곳
에 이른다. 제주도는 지난 2001년 환경부에
한라산 해발 1080m 지점인 영실에서부터 해발 1650m에 위치한 윗새오름 부근까지 3.4㎞ 구간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는 신청서를 냈다. 또
전남 구례군은 같은해 지리산 온천지구∼성삼재∼노고단을 잇는 5㎞ 구간에 케이블카 설치를 검
토하다, 환경부가 반대하자 3㎞로 구간으로 축소한
수정안을 내놓은 상태다. 이밖에 오색~대청봉 사이 설악산, 영암의 월출산, 한려해상공원 등 국
립공원과, 울산시 울주군의 신불산, 경남 밀양의
천황산 등지에도 케이블카가 추진되고 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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