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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재조합 어디까지 왔나

‘유전자
재조합’ 어디까지 왔나


















관련기사


  • ‘의정서 발효시대’ 맞은
    국내
    환경단체들


  • ‘생명의 설계도’에
    웰빙을 덧칠한다


    ‘항암제를 생산하는 식물, 먹는 백신이 든 사과, 오염물질을 분해하는 미생물, 인슐린을 만
    드는 세균, 파란색의 장미 등….’

    생명의 기본 설계도인 유전자를 원하는 대로 바꾸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이 농작물은 물
    론 미생물, 곤충, 축산·수산물에 이르기까지
    응용범위를 갈수록 넓혀가고 있다. 유전자 조작 시대는 1953년 디엔에이(DNA)의 구조가 밝혀지
    고 1960년대 유전자의 특정 부위를 자르고
    붙이는 효소들이 잇달아 발견되면서 가능해졌다. ‘가위’ 효소와 ‘풀’ 효소를 이용한 유전자
    재조합 미생물의 제작 기술이 1980년 미국에서 처음
    특허 등록된 이후, 유전자 조작은 이제 농업·의료 등 산업계에서 차세대 기반기술로 자리잡고
    있다.

    반면 유전자 조작 생물체들이 자연환경에 ‘유전자 오염’을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유
    전자 조작 농산물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가 최근 펴낸 <바이오안전성백서>를 통해 세
    계 유전자 재조합 기술의 현주소를 되짚어본다.
    지난 9월 발효된 세계 바이오안전성 의정서(카르타헤나 의정서)가 국내에서도 조만간 비준될 것
    으로 보여, 유전자 변형 생물체에 대한 관리 체제
    구축은 앞으로 우리사회의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GM 작물 재배면적 급증…30%나 잠식 유전자를 재조합해 만든 작물의 재배면적을 해
    마다 공식집계하는 국제기구(ISAAA)의
    보고를 보면, 지난해 말 현재 세계 유전자 변형(GM) 작물은 18개국 700만 농가에 의해 6770만㏊
    면적에서 재배됐다. 이는 지엠
    작물(토마토)이 처음 재배된 1996년의 170만㏊와 비교해 40배나 늘어난 수치다. 또 2002년의
    5870만㏊와 비교하면 1년만에
    900만㏊가 늘어난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남한 면적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경작지 비율로 봐도 지엠 작물의 잠식은 눈에 띈다. 2001년엔 세계에서 경작할 수 있는 총 면
    적의 10%인 5260만㏊의 경작지에서 지엠
    작물이 재배됐다. 지난해엔 더욱 늘어 그 비율이 30%에 이르렀다. 재배면적은 국가별로 미국
    63%, 아르헨티나 21%, 캐나다 6%, 브라질
    4%로 네 나라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엔 중국(4%), 남아프리카공화국(1%)도 주요
    생산국 대열에 빠르게 합류하고 있다.
    중국·남아공은 33%의 증가세를 보였다.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장 장호민 박사는 “거대국인 중국이 최근 들어 지엠 농작물의 재배에
    적극 나서 앞으로 세계 지엠 작물 재배의 동향과
    우리나라 농업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라고 말했다.


    미생물 곤충 축산물‥응용범위 갈수록 확산
    황금쌀·백신사과등 기능성 지엠작물도 나

    안전성 우려 여전‥환경위해성 심사
    진행중








    ◇옥
    수수·콩이
    61%…웰빙 겨냥 ‘2·3세대’ 활발
    상업적인 식품·사료용 재배로 허용된 지엠 작물의 품목
    은 세계에서 모두 18종 78품목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품목면에서 옥수수는 22품목을 기록해 단연 선두를 지키고 있다.
    유채(17)·토마토(6)·대두(6)·면화(6)·감자(4)·카네이션(3)·벼(2)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재
    배면적으로 치면, 옥수수와 콩이
    4140만㏊에서 생산돼 전체 재배면적의 61%를 차지했다.

    최근 들어 지엠 작물 재배에 변화의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아직 상업화하진 않았지만 이른
    바 ‘웰빙’을 겨냥한 갖가지 기능성 지엠 작물들이
    잇달아 개발돼 작물시험을 거치고 있다. 바이오안전성센터 성봉석 박사는 “지금까진 주로 해충
    저항성이나 제초제저항성을 키워 생산량을 높인 작물이
    상업화했으나, 이젠 비타민을 강화한 황금쌀이나 먹는 백신 생산 사과 등처럼 여러 기능성 작물
    이 개발되고 있다”며 “이른바 지엠 작물의 2,
    3세대가 등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의료·산업용 GM 미생물 이미 널리 활용 유전자 변형 작물에 대한 안전성 논란과는
    달리, 의료용 단백질의 대부분은 이미
    유전자 조작 미생물이나 동물세포에 의해 생산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생명공학기업 암
    젠은 유전자 조작 미생물을 이용해 생산한 3가지
    의약용 단백질을 판매해 2000년 32억달러의 매출(순익 11억달러)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산업용 효소에도 유전자 조작 기술이 이미 지배적이다. 백서는 기업들이 정확한 생산방법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식품용 효소를 제외한
    대부분의 공업용 효소가 유전자 변형 미생물에 의해 생산되는 것으로 추측된다”라고 밝혔다. 현
    재 생산되는 산업용 효소의 가격과 생산성을 고려할 때
    유전자 조작 미생물에 의해 생산되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식품·사료 분야에서 가
    장 널리 쓰이는 원료인 ‘아미노산’은 아직 유전자
    조작 미생물에 의해 생산된다는 공식보고는 없다고 백서는 덧붙였다. 사료용 라이신은 유전자변
    형 미생물에 의해 생산되고 있다.







    ◇한국도
    GM 주도국 “아직은 재배시험중”
    우리나라에선 아직 공식적으로 유전자 조작 작물의 재배
    가 허가된 사례는 없다. 다만 이 분야의 연구개발을
    주도하는 농촌진흥청만 보면, 2002년 말 현재 벼·밀·감자·토마토·양배추·수박·콩·감귤
    등 18작물(45종)에서 광범위하게 지엠 작물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장호민 박사는 “현재 제초제저항성 콩 등 11품목의 유전자 재조합 작물에 대한
    환경 위해성 심사가 진행 중”이라며 “국내에서
    유전자 변형 작물이 상업적으로 재배되기까지는 3~4년 정도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유전자 조작 동물의 개발도 활발해, 지난 1988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사람성장호르몬을 생
    산하는 생쥐를 개발한 데 이어 의료물질 락토페린을
    분비하는 젖소,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형질 전환 닭·산양, 장기이식용 형질전환 돼지 등이 개
    발돼왔다. 유전자 조작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사람성장호르몬·간염백신·인터페론 등 의료용 단백질의 생산도 엘지·동아제약·녹십자 등에
    서 이뤄지고 있다.

    농림부 김종구 사무관은 “지엠 농작물에 대해선 의정서 국내 발효에 앞서 환경위해성 평가
    와 유통단계의 감시 체제를 마련해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약청 안재용 사무관은 “유전자 변형 작물의 단백질이 가공식품에 남아 있을 땐 ‘지
    엠’ 표시를 의무화하고 있다”며 “다만 지엠 작물의
    단백질이 식품에 남아 있지 않는 식용유, 간장, 맥주, 위스키 등은 표시 면제 대상”이라고 말했
    다.


    ‘바이오안전성백서’낸 장호민 박사
    “지엠작물 과학지식없이 거부감 심해”








    “유전자
    재조합은 이제 되돌릴 수 없는 기술이 되었지만 아직 불안전성의 증거도, 안전성의 증거도 없는
    형편입니다. 유전자 변형 생물체들이 자연환경에
    일으킬지 모를 유전자 오염에 대해선 만반의 대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바이오안전성백서>를 낸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안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장 장호민 박사
    는 29일 “지난해 9월11일 발효된 바이오안전성
    의정서에 따라 국내에서도 유전자 변형 생물체의 이동 감시와 안전성 평가가 체계적으로 이뤄져
    야 한다”라고 말했다. 의정서의 국내 비준은 관련법의
    시행령 정비가 끝나는대로 올해 안에 이뤄질 전망이다.

    장 박사는 “유전자 변형 작물의 위험성은 이들이 재배·유통과정에서 자연에 흘러들어 유전
    자 오염을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데 있다”며 “철저히
    격리해 생산하고 유통과정을 세밀하게 추적하는 체제를 세계 각국이 마련하고 있다”고 소개했
    다.

    그는 “백서 작성 과정에서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유전자 변형 작물에 대
    한 거부감은 큰 데 반해 관련 과학 지식은 매우
    낮게 나타났다”라며 “좀더 과학에 기반해 따져보는 자세가 아쉽다”라고 말했다. 소비자 1053
    명이 참여한 설문조사에서 유전자 조작 바나나가
    아무리 값 싸고 심장 강화 기능을 갖추더라도 자연상태의 바나나를 선택하겠다는 응답자는 53%
    나 됐다. 유전자 조작 콩·과일을 사지 않겠다는
    응답도 80% 이상이었다. 반면 ‘유전자 변형 동물은 보통 동물보다 크다’는 잘못된 답에 24.1%
    가 ‘그렇다’라고 답하는 등 대체로 과학상식의
    정답률은 매우 낮은 편으로 나타났다.

    장 박사는 연구·생산자한테는 “안전성의 우려가 여전히 큰 식품보다는 의료·산업용 물질
    의 생산에 이 기술을 우선 적용하는 데 관심을 기울일
    것”을 조언했다.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는 의정서의 국내 비준이 이뤄지면, 유전자 변형 생물체
    에 관한 국가정보센터로 지정될 예정이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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