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일반 관련자료

[지금 이곳에선] 공사 재개한 사패산 터널

한발씩 양보 갈등 뚫어 상생으로…
97년 계획 발표후 환경단체·불교계 반대
2년여 공사난항 겪어… 盧 설득으로 일단락
시공사·불교계 “누군들 불만 없으랴만…”
무사고 기원·환경친화 건설등 화해 노력

2년간의 정적을 깨고 사패산은 뚫리고 있었다. 온갖 색깔로 치장한 채 개발반대를 외치던 플래카
드들이 사라진 자리는 트럭들의 주차장이 됐고 하염없이 녹슬어 가던 중장비들은 다시 굉음을 내
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누군들 불만이 없으랴만 한 발씩 서로 양보한 뒤 길은 다시 길이 됐고 사
람들은 생업으로, 법당으로 제 할 일을 찾아 되돌아 갈수 있었다.
■ 트럭 굴착기 굉음으로 뒤덮여

20일 경기 양주시 장흥면 울대리 서울외곽순환도로 일산~퇴계원 4공구 사패산터널 공사현장. 지
난해 연말만 해도 이곳은 터널 관통을 반대하는 불교계와 환경단체들이 세운 감시용 망루와 각
종 현수막들이 어지럽게 걸려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곳은 대형 덤프트럭과 굴착기 등 중장비들
이 굉음을 내뿜는 분주한 공사현장으로 싹 달라졌다.

이날 작업은 터널 갱구부 굴착. 북한산국립공원의 서북쪽 기슭인 사패산 입구를 뚫는 작업으로
송추~의정부를 잇는 길이 3.99㎞ 터널의 초기 공정이다. 하루 3~4㎙를 전진해야 하지만 안전에
신경을 쓰느라 11일 발파작업 시작 이래 지금까지 20㎙를 파고 들어갔다.

2001년 11월 터널 앞에서 중단된 공사가 30개월 가까이 지체된 만큼 공사에는 주야가 없다. 발파
작업을 제외한 배전설비와 배수구조물 설치작업 등은 야간에도 진행된다. “푹 쉬었던 만큼 부지
런히 공사해야지요. 공기를 6~7개월 정도 앞당겨 2008년 2월께 터널 공사를 끝낼 예정입니다.”
사업총괄담당자인 서울고속도로 이창구(53) 사업관리부장의 웃음이 환하다.

■ 주민들 ‘불행중 다행, 사고없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사패산터널은 2008년 2월께 굴착공사가 마무리되고 그해 6월이면 부대시
설공사까지 끝나게 된다. 외곽순환도로 일산~퇴계원 (36.3㎞) 구간이 착공 7년만에 완전 개통되
는 것이다.

사실 공사재개까지 우여곡절을 말하자면 책 한권으로도 모자랄 정도다. 91년께 계획된 이 사업
은 97년 8차선 터널이 북한산 국립공원내 사패산을 관통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에 휩싸였
다.

2001년 6월 일산~퇴계원 구간공사가 시작되자 환경단체들의 터널 관통 반대운동은 본격화됐고 그
해 11월에는 수행(修行)환경 보호를 앞세워 불교계가 합세, 터널입구에 망루를 세우고 장기농성
에 들어갔다. 그후 2년간 사패산터널의 관통여부는 ‘개발’ 과 ‘환경보존’ 이 대립하는 상징
적인 공간으로 관심을 집중시켰고 지난해 12월 노무현 대통령이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을 만나
공사재개를 설득하면서 일단락됐다.

그러나 정작 가장 큰 피해자는 주민들이었다. 요즘 이들의 표정에는 기대가 가득하다. 2대째 마
을을 지키고 있는 박기왕(47ㆍ장흥면 울대1리)씨는 “송추는 서울에 가깝지만 골짜기마다 군부대
가 들어와 있고 개발제한구역에 묶여있어 수십년간 낙후됐던 곳”이라며 “그나마 지금에라도 터
널이라도 뚫을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공사를 반겼다.

“여기 살지않는 사람들은 길 막히는 고통을 모른다”는 강영민(50ㆍ여ㆍ부곡2리)씨는 “제대로
됐으면 올 여름엔 의정부까지 20분이면 갈 수 있었는데, 아직도 의정부에 가려면 1시간20분씩 걸
린다”며 아쉬워했다 .“그간 반대해왔던 환경단체나 불교계는 자기들 이익만 쫓은 엉터리였다”
고 반감을 드러내는 송모(59ㆍ부곡2리)씨는 “그래도 이왕 공사가 시작된 만큼 사고 없이 끝났으
면 좋겠다”고 말을 맺었다.

■ 사찰, 환경단체 ‘어쩔수 없는 상생…’

상처를 받은 불교계 역시 최근 시공사측에 화해의 손짓을 보냈다. 13일에는 터널공사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의정부 사암연합회 소속 6개 사찰 스님 50여명이 시공사측 사람들과 함께 ‘사패산
터널공사 무사고 기원대제’를 올렸다. 시공사측에 대해 형사고발도 불사했던 쪽은 불교계지만,
손길을 먼저 내민 쪽도 불교계였다.

사암연합회장 종명스님은 “1,000원 이득 볼 것에서 500~600원만 이득보자는 마음으로 마주앉자
고 반대자들을 다독거렸다”며 “힘의 논리 이전에 사람이 어울려 사는 게 더 중요하지 않느냐”
고 되물었다.

물론 상처가 완전히 아문 것은 아니다. 터널이 법당 앞을 지나가 반대운동이 가장 극심했던 회룡
사의 성견주지는 이젠 상생과 화합을 도모해야 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터널이 뚫려버렸는데,
뭘 어쩌란 말이냐? 이제 그 문제는 더 이상 말하기 싫다”고 말문을 닫았다. 불교환경연대에서
활동하던 회룡사 법현스님은 “어쩔 수 없는 상생 아니냐? 이제 북한산 말만 들어도 상처가 덧난
다“며 지난달 경북의 한 암자로 떠났다.

시공사 관계자도 이런 불교계의 아픔을 고려한 듯 사찰에서 개ㆍ보수 등 도움을 요청할 경우 최
대한 협조한다는 입장이다. 공사가 재개된 지난해 12월 현장에 파견된 김선용(39) LG건설 터널공
사과장은 “처음 왔을 때만해도 스님들과의 분위기는 냉랭했지만 지금은 많이 누그러졌다”며
“요즘 법당을 보수할 때 스님들이 요청하면 철근 빔도 빌려주고 사찰 진입로를 넓힐 때 포크레
인도 빌려주곤 한다”고 말했다.

한편 우이령보존회,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시민연합 등 사패산터널관통 반대운동에서 아픔을 맛
본 환경단체들은 최근 ‘북한산국립공원시민연대’ 를 구성해 향후 10년을 바라보는 장기적인 연
대운동에 들어갔다. 이들은 지난 3월부터 한달에 한번씩 공사현장 주변에 서식하는 희귀양치식물
인 고란초를 모니터하는 등 정기적인 생태감시 활동을 시작했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윤주옥(39) 사무국장은 “관통터널 저지의 목적달성에 실패한 것
보다는 결론에 이르는 과정이 합리적인 방법이 아니라 정치적 타협으로 맺어진 사실이 더 안타깝
다”며 “보존지역내 개발사업의 문제점에 대해 국민점 관심을 환기시킨 만큼 앞으로는 대규모
개발사업의 장기적인 영향을 평가하는 데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양주=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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