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 관련자료

수돗물, 또야?

수돗물, 또야?

최근에 울산의 정수장에서 수질검사 결과를 은폐·왜곡하려 하였던 사건이 발생하여 또다시 수돗
물 수질이 문제가 되고 있다. 또한 환경부가 2003년에 1일 생산량 5만t 미만의 중소 규모 정수
장 424곳에 대하여 운영과 관리실태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수질검사를 한 결과 9.7%에 해당하는
41개 정수장의 수질이 당시에 수질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었음이 밝혀졌다. 환경부의 조사
결과는 울산만이 아닌 여타 정수장들에서도 불리한 수질자료는 보고하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의
혹을 낳고 있으며, 수돗물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다시 한번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들이 밝혀짐에 따라 환경부에 또 다시 불신과 비난이 집중되고 있다. 물론 환경부도
관리의 책임을 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책임 추궁 이전에 한번 생각할 일이 있다. 수돗물
이 신뢰를 얻고, 수질이 개선되기 위하여서는 문제점이 올바로 밝혀져야 한다. 수질 담당자가 문
제점을 발표하는 데 부담이 없어야 한다. 그래서 수질업무 담당자는 항상 문제점을 찾고 공표를
함으로써 개선할 사항이 명확하게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 드러난 문제점들에 대하여 예산과 인력
과 기술을 투입하고 지혜를 모아서 해결하는 것이 신뢰를 구축하고 수질을 개선하는 지름길이
다.

사실이 그대로 밝혀지고, 사실을 조사하여 발표하는 환경업무 담당자들에게 눈총을 주고 해명을
요구하는 대신 포상이 주어지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번 환경부의 정수장 운영관리 실태
평가도 목적이 정당하고 그것을 발표하는 것이 문제점을 드러내고 개선하는 데 필요한 것이라면
환경부의 미흡했던 점만을 탓하기 전에 우선적으로 조사하고 발표한 담당자를 격려하여 주고, 제
도가 올바로 개선될 수 있도록 지원을 해 주는 것이 진정한 개선과 신뢰를 구축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울산시의 경우도 울산시의 자체 감사를 통하여 수질에 대한 종합적인 책임을 물어 수
질연구소장만을 중징계하면서 마무리지으려고 한다. 과연 수질연구소장에게 최종 책임이 있었던
것인지 또 이러한 조처만으로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을 것인지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사실 왜곡 또는 거짓 보고는 제도적, 구조적 미흡함이 있기 때문이다. 불리한 자료일지라도 사실
대로 보고하도록 하고 사실적으로 보고하는 수질문제에 대하여 문책 대신 해결방안을 제시하여
주는 제도적 장치가 구축되지 못한다면 단지 몇장의 공문이나 지시, 인사조처만으로 앞으로는 사
실이 왜곡되지 않도록 할 수는 없다. 불리한 수질자료를 사실대로 드러내게 하는 제도적, 구조
적 개선이 있어야 한다. 현재와 같이 생산자와 규제자가 동일한 관리구조는 문제가 있다. 당연
히 분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수질기준을 맞추지 못했을 때에 주민 공표를 포함한 행동지침이 수
질기준에 명시되어 있어야 하며, 주민들의 압력으로 시장·군수가 적극적으로 수도사업에 관심
을 가지게 하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더불어 이러한 모든 일들을 일관성 있게 지속적으로 연
구, 조사하는 기구조직이 있어야 한다.

수질사고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89년에 최초로 수질이 사회문제가 되어 전국이 혼란에 빠
졌던 이래 지금까지 다 기억도 못할 정도로 거의 매년 수질이 문제가 되어 수돗물에 대한 불신
은 더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수많은 수질사고 때마다 으레 개선대책이 나왔으니 이제는 수질
이 좋아지고 수돗물에 대한 신뢰가 쌓여가야 할 것인데도 아직도 여전히 수질사고는 터지고, 개
선대책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이제는 대증요법적인 개선대책보다는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하여 본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비록 실현에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이제는 더 주저할
때가 아닌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도사업이 제도적 개선과 구조적 개혁을 통하여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최승일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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