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 관련자료

팔당댐물의 14시간 ‘정수여행…수지정수장을 가다

정수과정
좇아 수지정수장을 가다


















△ 최영철
한국수자원공사 수도권지역본부 정수과장이 지난 16일 수지정수장에서 정수과정을 설명하고 있
다. 최 과장 앞에 보이는 설비는 혼화지 시설의
일부이고, 바로 뒤에 보이는 것이 응집지, 응집지 뒤에 풀장처럼 보이는 것이 침전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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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정수장 77%가
    급속여과방식


  • 약품 섞고 플록 거르고…유해물질 99.99% 제거

    환경부가 지난해 전국의 중소규모 정수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질검사에서
    10곳 가운데 1곳 꼴로 수질기준을
    벗어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정수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수방법은 크게 화학
    적 방법·생물학적 방법·물리적 방법으로 대별되는데,
    국내 대부분의 정수장은 이 가운데 화학적·물리적 방법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가장 일반적 형
    태의 정수장 한 곳을 골라, 이곳에 보내진 상수원수의
    행로를 따라가며 정수과정과 그 과정에 포함돼 있는 물리·화학작용에 대해 알아본다.


    나는 물이다. 지난달 태백산맥의 한 바위틈에서 출발해 낮은 곳을 찾아 가던 나의 여행은 팔
    당댐에 막혀 중단됐다. 더이상 흘러갈 곳을 잃고
    맴돌던 나와 동료들은 지난 16일 새벽 순식간에 댐 옆 검은 구멍으로 빨려 들어갔다. 지름 2.8m
    의 지하 송수관 속으로 약 27㎞를 흘러
    판교가압장에 도착한 뒤, 강한 압력에 떠밀려 다시 지름 1.8m 크기의 송수관 속으로 밀려 들어갔
    다. 그렇게 9㎞ 가량을 더 이동해 다다른 곳이
    용인시에 있는 한국수자원공사 수지정수장이었다. 팔당댐을 떠난 지 대략 7시간 만이었다.

    사실 우리는 각기 수소원자 2개와 수소원자보다 조금 큰 산소원자 1개로 이뤄진 무색무취의
    깔끔한 몸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 물질이든 다
    받아들여 분자나 이온형태로 녹여주는 타고난 ‘박애주의자’이기 때문에 자연 상태의 우리에게
    는 많든 적든 이물질이 섞여 있기 마련이다.(이런 특성에
    과학자들은 ‘물의 용매효과’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따라서 이날 오전 수지정수장에 도착한
    우리에게서는 비릿한 냄새도 약간 나고 아주 맑지도
    않다. 우리의 깨끗함의 정도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탁도는 4NTU(물의 탁도를 나타내는 단위로, 물
    에 빛을 쏘아 물속 입자에 의해 빛이 산란되는
    정도로 측정함. 수돗물의 탁도 기준은 0.5NTU)였다.


    전염소처리로 유해세균 시들

    ■착수정= 수지정수장에서 처음 지하송수관을 벗어나 쏟아져 들어간 곳은 착수정이
    다. 착수정에 들어가면서 우리는 염소가스의
    희석용액과 섞이는 절차를 거쳐야 했다. 이른바 전염소처리로 불리는 과정이다. 염소는 강한 살
    균력으로 우리가 착수정을 지나가는 3분여 동안 물에
    섞여 있던 유해 세균 상당수를 인체에 들어가도 질병을 일으키지 못할 정도로 약화(불활성화)시
    킨다. 염소는 이와 함께 자신의 전자를
    내놓으면서(환원) 물속에 녹아 있는 다른 유해물질의 전자를 빼앗는(산화) 반응을 일으킨다. 이
    산화작용을 통해 유해물질들의 결합구조는 독성을
    발휘할 수 없거나, 이후 정수과정에서 제거하기 쉬운 형태로 바뀐다.

    여름철에 팔당호에 녹조류가 번성해 특히 우리한테서 냄새가 심하거나 탁도가 높을 경우는 석
    탄이나 야자껍질 등으로 만든 숯의 일종인 활성탄
    가루가 뿌려지기도 한다. 활성탄은 표면에 무수히 나 있는 미세한 구멍에서 비롯된 뛰어난 흡착
    력으로 물 속에 녹아 있는 유해한 유·무기물질을
    흡착해 물에서 분리하기 쉽게 만든다.


    응집제 섞어 유·무기물질 중화

    ■혼화지= 착수정을 벗어난 우리는 수처리제를 원수에 혼합하는 시설인 혼화지를 통과
    하며 응집제와 섞여졌다. 물속에 녹아 있는
    유·무기물질들은 대부분 음(-)전하를 띤 채 서로 반발하고 있다. 이런 물속에 양(+)전하를 띤
    응집제가 투입되면 유·무기물질 표면의 전위차가
    없어지면서(중화) 반발력이 줄어 서로 뭉쳐진다. 이 과정은 물속의 각종 유해물질을 가라앉게 하
    기 위한 준비단계인 셈이다. 정수장에는 보통
    알루미늄계 응집제가 쓰이고 있는데, 수지정수장 혼화지에서 우리에게 투입된 것은 최근 응집제
    로 개발된 폴리수산화염화알루미늄이다. 최대의 응집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원수의 수질에 따라 응집제의 투입량이 최적화돼야 한다. 과다하면 응집효과가 떨
    어질 뿐더러 응집제 자체가 유해물질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응집효과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응집제가 최대한 짧은 시간 안에 확산되도록 하는 것
    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혼화지에서는 프로펠러나
    터빈 등이 동원돼 강력한 물결을 일으켜 응집제를 확산시킨다.


    응집된 오염물질 바닥으로

    ■응집지 및 침전지= 1분여 만에 혼화지를 빠져나온 우리는 응집지로 흘러갔다. 중화
    가 돼 반발력을 잃어버린 유·무기물질
    입자들은 이곳에서 서로 뭉쳐지면서 점점 커진다. 이때 응집지 수면에는 마치 콩비지를 풀어놓
    은 것 같은 누런 덩어리들이 둥둥 뜨고, 물속에는
    희끄무레한 작은 알갱이들이 무수히 보여 물이 더 더러워진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다. 물
    론 그렇지 않다. 눈에 보이지 않던 미세한 입자들이
    커져서 보이게 된 것일 뿐이다. 우리는 이들 오염물질 덩어리(플록)가 물에 쉽게 가라앉을 만큼
    충분히 크고 무거워질 수 있도록 30여분에 걸쳐
    천천히 응집지를 통과한 뒤 침전지로 보내졌다.

    물 속에 떠다니던 플록은 침전지에서 서서히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침전효율은 침전지의 표면
    적, 체류시간 등에 좌우된다. 따라서 침전지는
    정수장에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또 물 흐름의 속도도 분당 40㎝ 이하가 되도록 설계
    돼 있어, 침전지를 통과하는 데 3시간 이상
    걸렸다. 정수장 쪽은 이 단계를 지나면 각종 세균을 포함한 유해물질이 99% 이상 제거되고, 정수
    장에 처음 들어올 때 4NTU였던 탁도도
    0.3NTU까지 낮아진다고 설명한다.


    나머지 미세플록까지 걸러내

    ■여과지= 그다음 우리를 맞은 것은 여과지였다. 여과지는 침전과정을 통해 다 제거되
    지 않은 미세한 플록을 걸러내는 시설이다.
    수지정수장의 여과지 바닥은 맨 위에 굵은 모래 크기의 활성탄의 일종인 안트라사이트가 50㎝ 높
    이로 깔리고, 그 아래에 25㎝ 두께의 가는
    모래층, 모래층을 지지하기 위한 자갈층으로 이뤄져 있다. 우리는 이 여과지를 10분여에 걸쳐 천
    천히 통과해 정수 공정의 마지막 시설인 지하
    정수지로 흘러갔다. 침전지를 용케 벗어난 미세한 부유물질도 여과지 바닥의 안트라사이트와 모
    래층을 빠져나가기는 쉽지 않다. 여과단계를 거치고 나면
    물속의 유해물질은 99.99%까지 제거되고, 탁도도 0.04NTU까지 떨어진다는 게 정수장 쪽의 설명이
    다.


    살균소독후 수도꼭지로 콸콸

    ■정수지= 그래도 우리를 그냥 마시기는 이르다. 일부 유해세균이 제거되지 않았을 가
    능성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정수지로
    흘러들어 가면서 다시한번 염소가스 희석액과 섞여졌다. 염소는 살균력이 뛰어나지만, 물속에 들
    어 있는 자연유기물질과 반응해 발암물질인
    트리할로메탄을 비롯한 소독부산물질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에 따라 오존소독 등 염소소독을
    대체할 방법이 강구되고는 있으나 오존도 부산물을
    만들어내기는 마찬가지다. 따라서 대다수 전문가들은 염소를 소독제로 계속 사용하면서, 원수에
    소독부산물을 만드는 전구물질인 자연유기물질이 많을
    경우 고도응집으로 제거하는 것이 경제적인 동시에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정수지에서의 소독은 소독부산물 발생의 원인이 되는 염소의 농도를 최소화
    하고 그 대신 소독 시간을 최대화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나와 동료들은 정수지에 3시간 이상을 머물고 나서 ‘때 빼고 광낸’ 상태로 팔당댐
    을 떠난 지 14시간여 만에 각 가정의 수도꼭지를
    향해 새로운 여행을 떠났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도움말=최영철 한국수자원공사 수도권지역본부 정수과장, 박선구 국립환경연구원 물환경연구
    부 연구원, 이송희 한국상하수도협회 상수도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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