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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하구가 떨고 있다

한강
하구가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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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구란?


  •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섬진강 등 이름 있는 국내 주
    요 하천의 하구
    가운데 하구 본래의 모습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곳은 어디일까

    정답은 한강 하구다. 한강 하구가 우리나라에서 개발이 가장 집중적으로 이뤄진 지역에 있으
    면서도 훼손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지정학적 특수성
    때문이다. 다른 주요 하천들의 하구 대부분이 하구둑 건설과 매립 등의 개발로 본 모습을 이미
    잃어버렸거나 급속히 잃어가고 있어 한강 하구의
    가치는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일부 환경운동가들 사이에서 한강 하
    구의 훼손 위험을 경고하는 낮은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더니 곧바로 한강 하구의 보존을 외치는 조직적 함성으로 바뀌고 있다. 한강 하구에 무슨 일
    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일까?









    △ 고양시
    이산포 나들목과 김포시 걸포동 사이의 한강을 가로지르는 한강의 25번째 다리가 될 일산대교 건

    현장.

    ● 밀어닥치는 개발압력

    최근 들어 한강 하구에 건설의 망치소리가 요란하다. 대규모 개발 청사진도 줄을 잇고 있다.
    지정학적 특수성이라는 보호막이 얇아진 탓이다.
    북한에 가깝다는 점이 정부와 국민에게나 예전만큼 경계심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것이다.

    한강 하구 보존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환경단체들 모임인 ‘한강하구 생태계 보전을 위한
    연대회의’(한강하구연대)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김포시 운양동, 장기동, 양촌면 일원 490여만평에 추진되는 김포 새도시다. 철새 서식지 주변에
    아파트숲이 들어서는 것도 문제지만, 새도시
    교통대책으로 전철과 도로망의 신설과 확장 등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파주 새도시 건설, 수도권
    서북부 광역교통망 확충, 일산대교, 불법공사가
    드러나 중단된 상태인 파주시 하수종말처리장, 일산대교 위쪽의 골재채취 등도 위험요소로 꼽는
    다. 또 지금은 중단된 김포·파주시의 한강변 수변공원
    조성계획도 군 부대와 철책선 제거문제만 협의되면 언제든 다시 추진될 것이라는 점에서 경계 대
    상이다.

    환경단체들이 한강 하구에서 이뤄지는 이런 개발사업에 민감한 것은 국제적 보호종인 재두루
    미를 비롯한 다양한 철새들의 이동 경로를 단절시키고
    서식 조건을 파괴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에는 조류 전문가들도 동의한다. 이기섭 에
    코텍환경생태연구소 소장은 “새도시 조성, 도로 건설
    등의 개발은 철새들을 일본 규슈 등 다른 지역으로 쫓아내고, 궁극적으로 생존 자체를 위험에 빠
    뜨릴 것”이라고 말한다. 환경단체들은 이에 따라
    김포 새도시 계획 자체를 백지화하고, 현재 진행 중인 일산대교 공사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
    이고 있다.








    ● 철새가 전부는 아니다

    철새 처지에서 본다면 개발계획을 철회하는 것이 가장 반가울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인간
    에 대한 고려가 빠져 있어 대다수 국민이 쉽게
    고개를 끄덕여줄 것 같지 않다. 원로 조류학자 원병오 박사는 차선책으로 대체서식지 조성을 제
    안했다. “활동반경이 넓은 재두루미까지 고려해
    100㏊(30만평) 정도의 대체지만 조성하면 철새들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것을 줄일 수 있다”
    는 설명이다.

    이 둘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하든 사회는 엄청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철새와 한강 하구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한강 하구의 가치에 대해 서주원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우리나라 큰 하천에서 유일하게
    남은 자연 하구”라는 점을 앞세웠다. 서재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은 “담수생태계와 해양생태계의 완충지대 특유의 생태적 가치가 가장 중
    요하다”고 말한다. 한강 하구의 핵심 구성요소인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강어귀, 개펄과 습지, 썰물 때면 드러나는 모래톱(사주) 등은 황복, 싱어, 뱀장
    어 등 회유·기수어종과 국제 보호조류를 포함한
    다양한 야생동식물의 번식·서식지가 되고 있다. 습지와 주변 야산에는 너구리, 오소리, 고라니
    등의 포유류도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강
    하구의 생태적 가치가 이렇게 다양한데도 철새만 부각된 것은 철책선과 군의 통제로 다른 생물
    에 대한 조사가 어려웠던 반면에 새들은 관찰이 쉬운
    탓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철새의 운명을 포함한 한강 하구의 생태적 가치만 앞세우는 것으로는 개발에 따른 편
    익을 포기하고, 외려 막대한 보존 비용을 지출하자고
    대다수 국민을 설득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이 대목에서 지적할 수 있는 것이 하구 특유의 경관
    이 인간에게 주는 심미적 가치와, 이를 바탕으로 한
    정서 안정과 휴식처로서의 가치다. 실제 단지 한강이 보인다는 이유로 아파트에 붙는 프리미엄
    과 공원 조성에 수십 수백억원의 예산을 아끼지 않는
    현실을 고려하면 한강 하구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기 때문이다.








    ● 어떻게 할 것인가

    지난해 환경부 산하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한강하구역의 환경보전 전략과 통합환경관리방
    안 수립’ 연구를 이끌었던 이창희 연구위원은 “지정학적
    특수성에 따른 접근의 어려움 때문에 한강 하구에 대한 자료는 조류에 국한돼 있고, 하구의 물리
    화학적 작용, 하구 생태계의 구조와 기능, 가치에
    대한 종합적 조사는 실시된 바가 없다”며 한강 하구에 대한 체계적 조사자료 확보를 한강 하구
    환경보전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의 하나로 꼽았다.
    충분한 조사자료 없이는 개발사업을 억제하고,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도록 논리적으로 설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강 하구에 대한 종합적 조사는 한강
    하구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도 필수적이다. 한강하구연대는 이미 환경부에 한강 하구에 대
    한 공동조사를 제안해놓은 상태다.

    이 연구위원팀은 지난해 말 내놓은 보고서에서 “환경기초조사를 기반으로 한강 하구를 하나
    의 관리단위로 하는 환경관리종합계획을 세워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종합계획에는 여러 법규와 부처에 분산된 하구관리기능의 통합
    과, 천연기념물보호구역, 생태계보전지역, 조수보호구
    등으로 부분부분 나눠져 보호되고 있는 한강 하구의 법적 지위를 단일화하는 방안 등이 검토될
    만하다. 또 피규제 지역 주민들의 개발에 대한 욕구를
    이해하고, 이들의 불이익에 대한 충분한 보상 방안도 검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황평우 문화연
    대 문화유산위원회 부위원장은 “보호구역 지정에 따라
    재산권 침해를 받는 주민에게는 국가유공자에 준하는 다양한 혜택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환경단체들은 종합계획을 준비하는 동안 우선 한강 하구 일대를 임시생태계보전지역으
    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점차 거세지는
    개발압력에 대한 방어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하나 시급한 과제로는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철
    책선과 도로로 단절된 생태계를 연결하는 생태통로를
    만들어 야생동물들의 활동반경을 넓혀주는 일이 지적된다. 철책선은 그 안쪽을 사실상 야생동물
    보호구역으로 만들어줬지만, 동물들을 좁은 지역에
    고립시켜 종의 다양성 유지에 역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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