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 활동소식

더 깊고 단단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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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고 사랑을 알게 되면서 어떤 가요의 가사가 참 가슴에 와 닿았다. 정확한 가사는 떠오르지 않지만 이별의 슬픔을 아는 사람을 소개해 달라는 것이었다. 순전 무결한 첫 사랑의 소중함만이 중요했던 철없던 시간이 지나고 나니 가슴 아픈 이별을 겪은 경험이 어느 정도 있는 성숙한 사람이 내 인생의 고단함을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 또래 친구들의 아이들은 유치원을 다니거나 빠르면 초등학교에 다닌다. 하나나 둘밖에 없어서 그런지 아이가 어디 하나 다칠 새라, 맘에 혹시라도 상처 받을까 전전긍긍하면서 애지중지한다. 세상의 행복과 즐거움만 알려주고 싶단다. 세상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곳인지, 좌절과 시련은 우리 아이들에게는 찾아오지 않았으면… 하지만 좌절과 시련을 모르는 사람과 어찌 삶을 논할 수 있을까.

유복한 가정에 태어나서 하고 싶은 것은 다 해보고 경쟁에서 실패 없이 늘 승승장구해서 S대를 졸업하고 억대 연봉의 탄탄 직장에 다니면서 강남의 고층 아파트에서 적당한 취미생활을 즐기고, 매끈한 자동차를 몰고 사는 사람에게 매력을 느낄 수 있을까. 삶의 여유는 느낄 수 있겠지만 인생의 참 맛을 나누기에는 싱겁고, 너무 가벼운 사람일 것 같아 몇 마디 나누면 더 할 말도 별로 없을 것 같다. 스치는 쾌락을 나누기는 좋겠지만 내 고단함을 나누고 위로받으며 인생을 길게 함께 하기에는 뭔가 부족할 것 같다. 마치 깊고 푸른빛의 이야기를 간직한 청자와 비교되는 빤질빤질한 플라스틱 용기처럼.  


시련을 겪으면서 자기 성찰을 합니다

1992년 이후로 환경연합은 탄탄대로 길을 걸어오면서 아시아 최대 시민단체의 규모로 커왔다. 그러나 겉을 키우면서 챙기지 못한 속의 문제로 환경연합은 일순간 무너졌다. 시민단체가 기본으로 지켜야 할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고 두고두고 회자되는 문신으로 남을 것이다. 그동안 안팎에서 들려오던 비판에도 불구하고 실패를 모르고 전진만 외치던 환경연합은 좌절했고 시련은 계속 되고 있다.

신뢰와 소통이 부족한 한국사회에서 시민단체들은 무결한 도덕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둬야했지만 환경연합에게는 흠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이 흠이, 이 시련과 좌절이 새로운 비상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인다.

정치적인 목적의 탄압도 있겠지만 구실은 우리가 제공한 것이다. 우리는, 아니 나는 너무 안일했다. 나는 지난 10년을 넘게 내 분야에서 참 열심히 일 해왔다. 하지만 ‘열심히만’ 했다. 조직의 재정구조가 어떻게 되는지, 각 지역조직은 어떻게 굴러가는 지, 회원과의 소통은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해 거의 무지했고 무책임했다. 내 일만 열심히 하면 그냥 그렇게 가는 거라고 생각해 왔던 것이다. 지난 가을 이후로 우리는 참 많은 생각을 하고, 공부를 한 것 같다. 재정과 회계와 조직구조와 우리 운동의 방식, 회원과의 소통방식 등. 당연한 것이 당연한 것이 되기 위해서 얼마나 지난한 노력과 자기 성찰과 긴장감이 필요한 지 새삼 깨달았다.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내 운동도 새삼스럽게 보였다.



환경연합은 더 깊고 단단해질 겁니다

지난 겨울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주 환경연합도 임원단이 사퇴하고 비상대책위를 꾸리는데, 이를 지원하기 위해서 지난 한 달간 경주에 머물면서 많은 회원과 경주시민들을 만났다. 따끔하고 신랄한 비판을 하면서도 오히려 잘 된 것이라고 힘을 주고 회원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회원인 친구 따라 사무실에 들렀다가 상수원 인근에 들어오려고 하는 골프장이 있다면서 여기는 꼭 지켜야 한다고 우리 손목을 잡고 험한 산길을 달려 보여주는 아주머니가 있다. 그녀는 보험 드는 것보다 회원 가입해서 돈 내는 게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일이라면서 한 웅큼 회원 가입서를 들고 돌아갔다.

산골짜기 깊은 곳에 도로가 뚫리면서 인근의 산을 허물어 산업단지를 지으려는 업자에 맞선 한 암자의 스님이 계신다. 외롭게 대구지방환경청이나 경주시청으로 다니면서 환경연합 회원이 되었다. 환경연합 새로 시작하는 것을 도와달라며 소개 받고 만나는 와중에 알게 된 한 숲 연구가가 이 얘기를 듣고 주변 사람들을 모아서 현장 조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이 소식을 들은 환경연합 회원들도 함께 가겠다며 연락이 왔다.  

어려움이 없었다면 못 만났을 소중한 사람들이다. 내가 사무실에서 내 일만 한다고 머리 파묻고 있었으면 느끼지 못했을 감사함과 행복감이다. 하느님 또는 세상의 이치는 우리 삶에서 성공 뒤에 좌절과 실패를 적절히 배치해 주어 교만하지 않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같다. 함께 하는 여러분이 있어야 이것도 가능한 거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시민사회신문에 기고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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