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 관련자료

도법·수경스님 생명평화 탁발 순례

밥 주면 밥 먹고 돌 던지면 돌 맞고…

도법(전 실상사 주지)스님과 수경(불교환경연대 대표)스님의 ‘생명평화 탁발순례’가 지난 1일
지리산 노고단에서 시작을 고하는 기도를 시작으로 대장정의 막을 올렸다.

스스로 평화의 존재가 되어 우리 모두의 삶터를 평화롭게 가꾸며 전쟁을 방지하고 평화를 정착시
키기 위해 시작된 두 스님의 탁발 순례는 하루 평균 12㎞, 3년간 1만2000㎞를 걸으며 전국 일원
에서 진행된다.

도법스님은 지난해 실상사에서 평화를 위한 1000일 기도를, 수경스님은 새만금 갯벌의 생명 평화
를 위해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서울시청까지 삼보일배를 올린 바 있다.

이 순례는 1000일기도와 삼보일배의 연장선상에서 시작된 것이다. 순례 사흘째를 맞이하는 3일
이 순례를 총괄진행하는 지리산 시인 이원규씨가 글을 보내왔다. 사진과 이 시인의 글로순례의
이모 저모를 살핀다.

〈사진〓박상문기자 moonpark@〉

“일어나 걷는 자는 얼어죽지 않는다”

지리산詩人 이원규씨‘함께 길떠나며…’

여여하시지요? 길 위에서 편지를 씁니다. 발자국마다 풀씨가 움트고 꽃이 피는데, 그대 또한 나
날이 그러한지요? 삼일절의 지리산 노고단에서 도법·수경스님 등 150 여명의 도반들과 함께 출
정 기도를 올린 지 사흘째를 맞았습니다. ‘생명평화의 탁발순례’는 이제 겨우 시작인 셈이지
요. 지리산권 5개 시·군의 면단위 마을을 걷고 걸어도 49일간 1500리를 걸어야 하니, 제주도로
갔다가 전국을 돌려면 매월 1000리 길을 적어도 3년은 가야겠지요. 우리가 가는 참회의 길, 고행
의 길, 생명평화의 길은 도착해야 할 내일의 그곳이 아니라 언제나 지금 바로 여기입니다.

노고단에서 전남 구례군 광의면의 천은사로 내려와 하룻밤을 묵고 사람의 마을로 내려왔습니다.
지리산 반달가슴곰의 복원을 꿈꾸는 지리산자연생태보존회의 우두성 회장과 한상훈 박사 등 국립
공원관리공단의 일꾼들을 만나고, 수한마을의 수령 500년의 느티나무와 지리산 적응에 실패한 반
달곰 ‘막내’와 구례군 광의면의 면장을 만나고, 중국집에 들어가 자장면 세 그릇을 구걸해 끼
니를 때우며 이미 가 닿아야할 그 곳에 함께 있었지요.

한일병합 때 절명시 4수를 남기고 자결한 매천(梅泉) 황현 선생을 만나고, 산수유꽃이 노랗게
핀 산동면 내온마을에 들러 한끼 식사와 하룻밤을 청하며 마을주민들과 어울렸습니다. 30여 가구
의 이 마을에서 가장 어린 사람이 48세였지요.

오래 걷다보니 비로소 사람의 발걸음이 바로 꽃이 피는 북상의 속도요, 단풍 드는 남하의 속도라
는 것을 알겠습니다. 그동안 나의 길, 인간의 길은 꽃의 속도와 단풍의 속도가 아니라 욕망의 무
한질주였으니 온 세상이 여전히 ‘불타는 집’이었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지금 바로 그곳에 이
미 도착하는 마음으로 둘러보니 세상도처가 생명평화의 마을입니다. 행선(行禪)의 깊은 뜻이 무
어 다르겠는지요. 삼보일배 참회의 길과 탁발 순례의 길은 다르지 않습니다.

밥을 주면 밥을 먹고, 돌을 던지면 돌을 맞고, 아프면 아프고, 길을 잃으면 길을 잃고, 술을 주
면 술을 마시고, 잠이 오면 노숙의 잠이라도 자고…. 그동안 지나온 길을 돌아보니 사람의 발걸
음보다 더 빠른 게 없고, 발바닥이 곧 날개였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비보(飛步)와 축지법이 따
로 있겠습니까. 그저 천천히 되새기며 온몸으로 바라보면 그것이 곧 일초직입(一 超直入)이 아니
겠는지요.

도법스님과 수경스님, 두 분께 길을 묻고 내 그림자에게 길을 물어 탁발 순례의 먼 길을 갑니
다. 돌이켜보면 나보다 더 불행한 사람도 없지만, 나보다 더 행복한 사람도 없습니다. 지금 나
의 화두이자 희망은 ‘일어나 걷는 자는 동사하지 않는다’―단 하나의 문장입니다.

〈생명평화 탁발순례단 총괄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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