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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있는 성장으로]⑤기업족쇄부터 풀어라- 골프장 짓는데 결제도장 780번



















지난해 9월 서울에서 열린 동북아경제중심국
가 건설
투자유치 설명회에 참가한 다국적기업 CEO들이 우리 정부의 사업계획을 주의 깊게 경청하고 있
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경기 부천에 있는 ‘페어차일드 코리아’는 지난 2000년 공장을
세우면서 7000만달러를
국내에 투자하려 했다.하지만 공장총량규제로 외자유치가 무산돼 투자규모를 2000만달러로 축소
했다.1500명의 고용창출과 연 13억달러의
매출효과를 상실한 셈이다.


경기 이천에 위치한 ‘지멘스 오토모티브’는 공장을 확장하려 했지만 자연보존구역에 묶여
계획을 취소했다.지난 96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자동차엔진 반도체 칩을 제조하고 있는데 수요가 증가할 것에 대비해 공장이전을 검토하고 있지
만 이마저 여의치 않아 딜레마에 빠졌다.


다국적기업 레고랜드의 투자 무산건은 정부의 규제폐해를 지적할 때마다 나오는 단골 메뉴가
됐다.이 회사는 지난 97년 이천에 수십만평의
테마파크를 조성한다고 발표했었다.덴마크 본사 임원들이 이천에 현장실사를 벌이던 중 10만평
이상의 대규모 관광단지조성 금지조항에 걸려 경기도
수도권 심의위원회에 통과조차 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발길을 돌렸다.이 회사는 지난해 독일
뮌헨에 테마파크를 건립했다.


한번이라도 공장을 신설하거나 증설한 경험이 있는 기업인들은 정부의 각종 규제에 혀를 내두
른다.규제를 완화시켜 달라는 민원을 수십차례
제기했지만 ‘정부의 높은 벽’만 실감했다는 경험담을 누구나 가지고 있다.


재계의 ‘미스터 쓴소리’로 불리는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이 ”골프장 하나를 건설하려면 관
계기관으로부터 780개의 도장을 받아야 한다.”며
과도한 정부규제를 비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복잡한 인·허가 절차와 규제는 기업의 생산성만 떨어뜨리고 침체된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원
동력을 저해한다.기업인들이 투자를 포기하거나 제때
실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기업활동이 크게 제약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셈
이다.


결국 무등록 공장을 양산하고 공장부지에 대한 투기 등의 부작용만 낳는다는 게 기업인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경기 김포에서 전기부품업체인 삼덕전기를 운영하고 있는 이문수(50) 사장은 “제조업은 고용
창출의 엔진인데 각종 규제가 업체의 발목을 잡고
있다.”면서 “청년실업이 늘어나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일자리 창출은 규제완화에서부터 시작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인들은 공장을 짓는데 최대 걸림돌로 공장총량제와 ‘산업집적법 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을 지목한다.공장총량제로 인해 공장을
제때에 짓지 못할 경우 기업인으로서는 공장을 해외로 이전할 수밖에 없어 제조업공동화와 일자
리 부족 등의 폐해를 가져온다는 것.


실제로 지난해 국가경제차원에서 시급한 사안이었던 삼성전자와 쌍용차의 공장증설 허용여부
를 결정하는데에 무려 1년 이상 걸리기도 했다.


대한상의 박동민 차장은 “공장총량제는 사업수행에 필수적인 공장 신·증설을 억제해 기업경
쟁력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본래 목적보다는 투자감소와 국내기업의 해외이전 등 국가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저해하는 부작용
이 더 크다.”며 폐지를 촉구했다.


정부가 공장총량제를 비롯한 과도한 규제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대한상의가 발간한 ‘2003년
규제개혁 평가와 과제’ 보고서에서도 잘
나타난다.보고서에 따르면 규제개혁위원회에 등록된 7개 주요 경제부처의 규제건수는 지난해 말
의 3238건보다 137건(4.2%)이 늘어난
3375건으로 집계돼 4년째 증가했다.98년 3668건이던 경제부처의 규제가 99년 2736건으로 25.4%
줄었으나 2000년
2806건(2.6%),2001년 3013건(7.4%),2002년 3238건(7.5%) 등 매년 증가해 외환위기(IMF) 이전 수
준으로 회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경제관련 규제가 매년 늘어나는 이유는 각종 법률의 제정 등으로 새로운 규제가 계속
생겨나는 반면 기존 규제에 대한 폐지노력은
미흡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경제환경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법률과 규제를 도입하는 동시
에 기업투자를 저해하고 시장경제 발전을 가로막는 낡은
규제 또한 적기에 폐지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경기개발연구원 문미성 박사는 “출자총액규제,수도권 규제 등의 규제성역에 대해 전반적으
로 규제영향 분석을 실시하고,정부에 의한 규제 대신
시장에 의한 자율감시기능으로 대체하는 등의 획기적인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종락기자 jr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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