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 관련자료

황사에 맞선 사람들








베이징의
겨울은 소름끼칠 정도의 거센 바람이 불 때가 많다.

`휭휭` 거리는 바람소리는 아파트 이중 창문 너머가 바로 허허벌판인 듯한 느낌마저 준다.

봄철 거센 바람이 모래와 섞이면 베이징시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암흑천지로 변하고
만다.

바로 불청객 `황사` 다 . 이 황사의 발원지
는 매년
제주도 2배 면적씩 늘어나고 있는 중국 내 몽고 인근 사막지대. 이 지역은 건조기후와 과잉경작
영향으로 한반도 전체 면적의 3.7배에 달하는
36만9000㎢가 사막화되면서 황사 피해가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우리나라로서는 손에 잡히지도 않고 막을 길도 없는 이 중국산 괴물 때 문에 해마다 `어쩔
수 없는 고통` 을 감수해온 처지다.

더욱이 올해는 예년보다 40일이나 빨리 찾아와 누런 먼지 속에서 봄을 맞게 될 것이라 는 걱
정도 크다.

하지만 “정복할 수는 없어도 극복할 수는 있다” 며 황 사와 맞서싸우는 사람들이 있다.

언제 어떤 지역에서 어떤 규모로 생겨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면 피해는 크게 줄
일 수 있다는 신념으로 누런 먼지를 쫓아다니는
사람들이다.

■ 박순웅 서울대 교수 “눈 앞에 있는 손이 안 보여요. 코고 입이고 모래가 막 들어오죠. 말
도 못해요. 한마디로 먼지폭풍입니다.

” `황사박사` 박순웅 서울대 교수(63)는 지난 2002년 3월 중국 사막
지대 를 돌며 경험했던
황사와의 첫 만남을 이렇게 회상한다.

한국기상학회 회장, 영국 케임브리지대 선정 21세기 공로상 수상 등 화 려한 경력이 있지만
정작 유명세를 탄 건 환갑의 나이에도 온몸을
던진 황사연구 때문이다.

황사 샘플을 채취하고 발생상황을 분석하기 위해 떠난 이 여행에서
그 는 7000㎞ 강행군을 마친
뒤 마지막 날 호텔방으로 가다 계단에서 실신 했다.

모래를 너무 많이 삼킨 탓에 위장병까지 생겨 최근까지 병원을 들락거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이듬해인 작년 3월에도 타클라마칸 사막, 고비 사막, 내몽 골과 북부 연안 무하
스 사막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거의 모든 오지를
돌 았다.

황사 발생을 전후해 다녀온 중국 출장만 2002년 이후 6차례. 올해도
3 월 초 사막으로 떠날
예정이다.

“최근 내몽골 사막지형이 빠르게 넓어지고 있어요. 지난 2002년 3~4월 에 겪었던 것 같은 심
황사가 다시 올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죠. 후배 들에게 더 많은 성과를 남겨야
죠. 그게 과학자의 임무니까….” 박
교수의 노력은 이미 일부 성과를 보고 있다.

기상청과 공동으로 개 발한 그의 황사예측 모델이 지난해 3월부터 가
동중인 것. “이틀 전에
황사 발생 정도와 지역을 예상할 수 있어요. 아직 보완할 부분이 많지
요.” 그는 황사발생 조건을 연구하려고 지난해 8월 내몽골 두올룬(Duolun)지 역에 높이
20m에 이르는 측정탑을
설치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올해 연구실 연구비가 6000만원 정도인데 측정탑을 세우느 라 이미 1억원 넘게 썼
다” 며 “갈수록 다양해지는 황사 발생 패턴을 알 려면 이 같은 측정탑이 더 많이 필요하다” 고 말한다.

측정장치가 황사를 막아주는 건 아니지만 현재 최선의 방법은 정확
황사예보 시스템을 구축해 황사발생을 경고하는 것이
다.

박 교수는 “하지만 장기적으로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내몽골 지역 등 황사
원인지역에 대한 공동개발
등 사회ㆍ경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는 말도 잊지 않았다.

처음에 산성비 성분을 연구하다 황사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그
는 “다 른 욕심은 없는데 느지막이
시작한 황사사냥에 대한 욕심만은 크다” 고 말했다.

■ 기상청 기상연구소 전영신 박사 `서울에 흙비가 내려 낮이 밤처럼 어두웠다(王都雨土晝暗)
` -백제 무왕 (武王) 7년(서기 606년)
3월. `하루 종일 흙비가 내렸다(雨土竟日)` -백제 근구왕(近仇王) 21년(서기 174년) 4월. 늦은
밤 삼국사기 문헌을 뒤적이던 전영신
박사(기상연구소 응용기상연 구실ㆍ41)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늘에서 비처럼 떨어지는 흙먼지, 즉 황사를 가리키는 말이 문헌에
기 록돼 있었기 때문이다.

98년 조선왕조실록에 나타난 황사 현상에 관심을 갖고 사료를 분석
한 이래 거의 1년 만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구입했던 삼국사기와 고 려사 CD롬에도 황사
대한 기록이 남아 있었다.

황사에 대한 국내 기록은 중국보다도 앞선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자료
였 다.

근무 시간을 피해 연구하다 보니 밤을 새거나 주말에도 꼬박 책상 머리 에 붙어앉아 있기 일
쑤. 침대 머리맡에는 늘 고문서 복사본이 굴러다녔
다.

그러기를 2년. 결실은 상상 이상이었다.

삼국시대 7건, 고려시대 48건, 조선시대 46건 등 우리 역사 속에 수록 된
관련 기록을
밝혀내 발표 자료를 만들었다.

하지만 국내 반응 은 냉담했다.

“국내 몇몇 기관에 연락을 했는데 논문으로서 가치가 없다고 평가절하 하는 분들도 많았어
요. 한국기상학회지에서 겨우 연구노트로 받아줬죠.
그런데 오히려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제 발표를 잡지로 발행하기도 하고 더 크게 인정을 받았던
것 같아요.” 장마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서울대에서 `황사 발원지의 배출 조 건을 고려한 장거리 수송 사례 연구
` 로 97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내 에서 두 번째로 나온 황사 관련 박사논문이었다.

당시 황사라는 자연현상은 일반인에게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해 마
음 고생도 심했다.

더구나 2년 전에는 황사가 구제역을 몰고 온다는 학설 에 대해 반대
주장을 폈다가 관련 부처와의
미묘한 관계 때문에 지방전 출을 당할 뻔하기도 했다.

그 일로 1년 반 동안 황사 관련 업무에서 완전히 배제되는 아픔도 겪
었 다.

하지만 요즘 그의 스케줄은 30분 단위로 짜여진다.

계속되는 회의 와 보고 그리고 황사에 대한 예측과 연구 등으로 매
일 마치 `전쟁을 치 르는`
기분이다.

“지금은 황사 발생 2~3일 전에 예보를 하는데 단 두세 시간이라도
더 앞당기고 정확성도
높여야죠. 현재는 중국에서 세부적인 데이터를 넘겨 받지 못해 오차가 30% 선에 달합니다.

중국 본토 미세먼지 농도 등 세 부적인 정보를 받게 되면 오차를 한 자릿수 이하로 줄일 수
있어요.” 이를 위해서는 중국 일본 등과
동북아시아 황사 조기경보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게 절실하다고 덧붙인
다.

“늘 3월부터 5월 사이가 가장 바빠요. 몸이 먼저 긴장을 하죠. 퇴근하 다가 다시 불려들어오
는 것은 당연하고 행여 주말에 황사라도 겹치면 주말도 꼬박 반납하고 일해야죠. 제 아들이 일기에 이렇게 썼
더군요. ` 황사의 진정한 피해자는 바로 나` 라고요.” ■ 환경연구원 박일수 박사 91년부
터 14년째 환경연구원을 지켜온
박일수 박사(57ㆍ대기물리과장) 는 `황사` 라는 개념조차 낯설던 90년
대 초부터 현장을 뛰어다닌
황사 연구 분야 산증인이다.

한국과 국교도 맺기 전인 93년부터 중국 시안(西安) 모래먼지를 뚫고 비포장 도로를 달리며
`황사흙` 을 구하러 다녔다.

“연구소장 명함 하나 얻어들고 다니면서 중국 사람들을 구슬려 켄트 담 배 몇 보루와 100달러
를 주고 황사흙 몇 포대를 얻었는데 그게 적지 않 은 도움이 됐지요.” 우여곡절 끝에
얻은 흙은 아직도 인천 환경연구원에서
유용하게 활용하 고 있다.

초기 황사 성분분석 연구에서 최근 `장거리 오염물질 이동에 관한 동
북 아 3국
공동프로젝트(LTP)` 에 이르기까지 환경연구원에서 박 박사 손 길이 미치지 않은 황사 연구는 없다.

“처음 시작할 때는 1년 예산이 1000만원 정도였지만 지금은 LTP에 들어 가는 예산만 한 해 10
억원이니까 격세지감이 들어요.”
LTP는 황사 속 오염물질이 어떻게 한국과 일본으로 이동하고 환경에 영
향을 주는지 분석하는 대형 연구
프로젝트. 박 박사가 일본과 중국 연 구팀을 4년 동안 어르고 협박(?)한 끝에 99년부터 시작된
이 연구는 일 본 `EANET` 프로젝트와
함께 아시아권을 대표하는 황사 연구로 꼽힌다 . “일단 2010년까지 한ㆍ
중ㆍ일 3국이 동의하는 정확한
오염물 이동패턴 이 나오면 객관적 근거를 갖고 중국측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겁니다.

” 박 박사는 요즘에도 서해 덕적도에 타워를 세워 수도권에 유입되는 황 사를 상시 측정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작업을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 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태근 기자 / 유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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