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 활동소식

쓰나미가 휩쓸고 지나간 스리랑카를 보다.-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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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사람들

스리랑카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매우 높다는 사실을 곳곳에서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좋고 비싼 물건들이
많아야 행복한(행복하다고 믿는) 선진국의 잣대로 볼 때, 가난하다고 익히 알려진 이나라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너무나 높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런지.
사실 행복감(幸福感), 행복을 느끼는 감정은 성적순도 아니고, 자동차의 대수나 빌딩 높이와도 상관없는, 돈의 많고 적음도 아닌,
양명한 마음의 평온에서 비롯되는 것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렇게 잘 웃는 사람들을 본적이 있었던가.

사람들은 눈만 마주치면 편안한 미소로 응대합니다. 어디서나 마주치는 사람들의 얼굴은 평화스럽고 웃음이 이어집니다. 순박한 인심과
순수한 얼굴들은 산업화 이전 우리네 6,70년대의 시골사람들의 그것과 너무나 닮아있었습니다.

▲ 얼굴 표정은 행복지수,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는 언제나 편안한 미소가
가득하다.

더러 사람들은 신발도 안 신는 미개한 나라에 갔다 왔다고 말하는 것을 봅니다.
맨발인 것은 더운 기후의 영향일 뿐, 신발이 없어서 못 신은 것은 아닙니다. 땅과 물이 오염되지 않았으므로 맨발로 다녀도 아무런
영향이 없습니다. 좀 멀리 외출할 때는 슬리퍼나 신발을 신고 갑니다. 더러 지저분하긴 해도 그것이 환경적으로 치명적인 유해물질이나
독성은 전혀 없습니다. 자연물에서 온 것들, 쌓인 흙먼지나 물때일 뿐입니다.
우리는 마을 안길까지 시멘트로 발라 놓고는 이제는 돈을 엄청 들여서 지압로를 만들어서 맨발로 걸으면 건강에 좋다더라고 밟으러
갑니다. 나무나 숲을 모두 베어 버리고, 개울물은 숨 막히게 덮어버리고는 그 위에 다시 돈을 엄청 들여서 공원을 만들고 돈을
내고 보러갑니다. 가만 돌이켜보면 바보들의 행진이거나 무슨 코미디 같습니다.
심사숙고와 병행, 사전 배려는 그리도 어려운 것일까요.

여관 혹은 숙소들

▲ 비데(?)가 갖추어진 화장실

우리는 주로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었습니다.
호텔 아래 수준의 값싼 여행자 숙소입니다. 뜨거운 뙤약볕 아래를 지치도록 걷다가 해가 기울면 어디선가 경을 읽는 기도소리가 공간을
울리며 시작됩니다. 스리랑카는 놀랍도록 종교적인 나라입니다.
달이 커다랗게 둥근 만월이면 가장은 집 한 켠에 마련된 기도실에서 밤을 새웁니다.
그날은 몸과 마음을 경건히 하고 아내와도 떨어져 지낸다고 합니다.

숙소나 가정을 방문했을 때 확인한 놀라운 것은 스리랑카에서는 오래전부터 비데가 일상화되었다는 것입니다. 유사 이래로 사용되었다는
점입니다.
우리처럼 비싼 값을 치러서 그다지 효율적이지도 않은 비데기를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변기 옆에 조그만 샤워기가 달려있고, 그것으로
볼일을 보고 씻으면 끝입니다.
화장지는 아예 쓰지 않았습니다. 시골 주택의 화장실에도 재래식 비데가 있었습니다. 화장실 마다 수도꼭지가 있고 그 앞에는 조그만
물통이 있어, 볼일을 마치고 꼭 뒤를 물로 씻습니다. 화장지 사용보다 더 깔끔하고 위생적인 것은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스리랑카에서
돌아와 물 대신 화장지를 다시 사용해보니 깔끔하게 처리가 되었는지 찜찜함이 남습니다.

화장지를 만든다고 나무를 수없이 베고 종이를 만들어 표백처리와 화학처리를 하고 그 과정에서 오염물질을
발생시키고, 사용한 화장지를 모아서 태우고, 대기오염과 소각시설이 필요한 소위 선진 서구식 문화와 비교해 볼 때 어느쪽이 선진국인가,
당연히 스리랑카의 문화가 앞선 것이 분명합니다.
우리는 전통적인 문화를 너무나 쉽게 저버리거나 무시하고 서양식 문화에 깊이 매료되는 우를 자주 범합니다. 천민자본주의의 활착이
아무런 검증과 비판도 없이 우리의 사고마저도 지배하고 있지는 않은지, 병든 정신을 깨워줄 한여름의 소나기 같은 냉엄한 질타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모든 숙소에는 쓰레기통이라는 것이 아예 없었습니다. 쓰레기 자체가 발생이 안 되는 생활방식 때문입니다.

상점에서 사먹은 음료수 병 값은 따로이 계산되는데 병 값이 거의 절반에 가깝습니다. 환불을 위한 영수증을 갖고 있다가 아무 상점에나
가서 반품하면 환불해줍니다.
합리적인 자원 절약입니다.

숙소의 각 방마다 공중에 매달린 ‘천정날개 선풍기’의 효과도 아주 좋았습니다.
더운 공기는 물리학적으로 당연히 위에 모입니다. 날개를 회전시켜 찬 공기와 섞이게 하는, 매우 천천히 돌아가는 천정 바람개비
하나로도 실내 공기가 시원해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방마다 빠지지 않은 것이 또 있는데 도마뱀입니다. 인도의 그것보다는 크기가 작아서 그리 많이 놀래지는
않았습니다. 노란색의 15cm 크기의 도마뱀이 대 여섯마리씩 형광등 옆 천장이나 벽에 붙어있습니다. 이들은 불빛을 보고 모인
모기나 날벌레류를 잡아먹는데 도마뱀이 많으면 모기가 그만큼 적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신과학으로 적용하는 천적을 이용한 친환경적인 방제인 셈입니다. 스리랑카 사람들은 도마뱀을 일부러 없애기 위해 살충제를
치거나 하지 않습니다. 현대식 게스트하우스에서 조차도 이들은 자연스레 공생합니다.
그래도 혹시나 자는데 도마뱀이 실수하여 침대나 몸 위로 툭 떨어질까봐 눈치깨나 살펴야 했습니다.

코끼리와 공작과 왕도마뱀 그리고…

스리랑카는 길쭉하고 둥그스름한 복주머니 모양으로 생겼습니다. 산이 적고 평야는 한없이 넓어서 어딜
가나 넓은 들이 시원스레 펼쳐져 있어 크기가 작은 나라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널찍한 들판 곳곳에 커다란 나무가 그늘을
이루고 있어 풍경이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땅 ‘이용중독증’에 걸린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면 왜 저렇게 비워났는지 몹시 궁금할
‘휴경지’도 상당히 많아서 곳곳에 형성된 습지에는 연꽃과 부레옥잠이 가득히 자라고, 중대백로나 뜸부기, 날렵하게 생긴 까마귀와
장다리물떼새가 한가로이 먹이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나무란 나무들은 모두 열매를 매달았습니다. 과일이 풍성해서 예로부터 굶어죽는 일은 없다고 합니다.
열대지방답게 꽃과 나무가 사방천지에 가득한 나라인데도 집집마다 꽃 화분이 많고 정원마다 꽃과 나무가 그득합니다.

도로는 대부분 이차선이거나 왕복 일차선으로 빨리 달려도 80km를 넘을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차량들도 간간히 보이지만 일본제 차들이 월등히 많습니다. 작은 도시에서도 삼성과 금성의 간판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들판에서 한가하게 돌아다니며 풀을 뜯는 코끼리를 볼 수 있었습니다.
꽤 큰 도시로 진입하는 도로변의 쓰레기매립장을 뒤지는 코끼리를 카메라에 담던 영상감독은 차에 올라서 코끼리가 너무 불쌍하다고,
200루피라도 주자고 합니다.

▲ 신성시 여기는 야생코끼리
▲ ‘라군’에서 서식하는 야생물소

숲 속에서 우아하게 거니는 공작새를 보던 일행이 농담 삼아 한마디 합니다.
“쟤네들 동물원에서 탈출한 거 아냐?”

동물원에서 탈출한 듯이 보이는 야생동물은 차창 너머로도 흔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느릿느릿 도로를
건너가는 왕도마뱀은 길이가 족히 1.5m 가까이 되어 보였습니다. 차들은 도마뱀이 길을 건너갈 때 까지 기다려주었고, 경적을
울리거나 쫓는 사람들도 없었습니다. 나무 그늘 아래에는 낯선 사람을 보고도 짖지 않는 순하게 생긴 동네 개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배를 뒤집고 달콤한 낮잠 속에 빠져있었습니다.

그린벨트 혹은 방풍림

▲ NGO를 중심으로한 숲가꾸기 활동이 활발하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그린벨트를 조성하고 있었습니다.
스나미를 분석해 볼 때, 방풍림이 울창했던 지역과 베어낸 지역과의 차이는 매우 컸다는 것을 스리랑카 정부 측이나 시민단체들 모두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연적으로 생성된 숲 사이로 밀려든 바닷물은 수많은 나무 줄기를 거치면서 세력이 급속히 약화되었고, 숲 사이로 스며든 바닷물은
그리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물러갔지만, 나무들을 잘라내어 사방이 훤히 트인 마을의 경우, 2km 이상까지 파도가 들어와
휩쓸고 나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환경단체 CEJ는 그린벨트 조성의 필요성을 절감하여 재앙으로 잠시의 공황상태에 빠진 주민들을 일터로
불러냈습니다. 나무는 저 스스로 씨앗을 뿌리고 자라는 존재로 사람의 손으로 심고 기른다는 생각을 도무지 할 이유가 없었던 주민들은
서툴지만 새싹을 발아시켜 묘목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스리랑카 정부도 이 사업에 흔쾌히 동의했다고 합니다. 이 나무들은 곧 텅빈 해변에서 울창한 숲을 이루어 쑥쑥 자라게 될 것입니다.

나무를 심고 기른다는 일은 그 자체가 삶의 새 기운을 상호 북돋아주는 일이요, 언제 불어닥칠지
모르는 자연재앙에 대한 푸른 보험이요, 우리와 다음 세대간의 초록 희망선을 잇는 일이므로 더욱 가치롭다고 하겠습니다.

나쁜소식

▲ 무장경계중인 스리랑카 정부군

“나쁜 소식입니다!”
아침식사를 하던 중에 숙소의 주인이 소식을 알렸습니다.
마지막 방문지인 동해의 트린코말리(Trincomalee)에서는 피해현장 조사를 시작조차 못하고 숙소에서 이른 아침에 쫓기듯 떠나와야
했습니다.

각국의 노력으로 휴전상태이던 타밀족과 싱할라족간의 내전이 활성화되어 며칠전 네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였고, 타밀지역의 중심지인
트린코말리는 거의 ‘계엄령’ 수준이었습니다.

방탄조끼에 총을 맨 군인들이 줄줄이 늘어서 삼엄한 경계를 펴고, 거리의 상점들은 모두 문을 닫았습니다. 차량도 다니지 않는
거리를 2명의 싱할라족(가이드와 운전기사)과 동행한 덕분에우리는 꽁지가 빠져라고 달려나와야 했습니다.

떠나오기 하루 전, 수도 콜롬보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도시 네곰보(Negombo) 해안을 장식한 넓은 맹그로브 숲을 방문하였습니다.

자연적인 해안선에 자란 10여종의 염생식물인 이 나무 군락은 그 뿌리가 마치 인공적으로 만든 모래 포집기를 닮았습니다. 단단히
땅을 움켜진 뿌리는 어떤 태풍이나 물살에도 견딜 수 있는 천연의 요새입니다. 숲에는 새들이 둥지를 만들었고, 습지로 형성된 바닥에는
게들이 부산히 오가고 있었습니다.

▲ 해안의 맹그로브숲, NGO의 요구에 의해 15년전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 맹그로브나무, 뿌리가 깊어 모래포집 역할을 한다.

맹그로브 숲 한가운데 스리랑카 정부가 출연한 NARA(National Aqualic Resource Agency) 맹그로브
연구소가 자리해 있었습니다. 담당 행정사무관 Vasantha의 말에 의하면 27에이커에 달하는 이 맹그로브 숲이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것은 15년 전인 1993년으로 개인 소유의 땅들을 매입해서 보호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스나미 이전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맹그로브 숲을 없애고 건축물이나 도로를 만든 지역의 피해는 상상
이외로 컸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와 같은 지역이 많습니다만, 콘크리트 옹벽을 더 튼튼히 하자고 할 뿐, 방풍림을 조성하자는 정책은 아직도
묘연합니다. 사실은 방풍림을 심을 공간조차 남겨두지 않고 해안선을 모두 점령해버렸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앞서 우리의 천년전의
정치가들은 방풍림을 조성하여 자연재해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태풍으로 인한 큰 물살이 넘나듦을 자연재해라고 할 때, 이를 효과적으로 막는 것도 역시 자연재인
나무숲이었습니다.♣

글/ 거제통영환경연합 윤미숙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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