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 활동소식

쓰나미가 휩쓸고 지나간 스리랑카를 보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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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연합은 지난 7월 5일부터 7월 14일까지 10일 동안 스리랑카에서 아시아 지진해일로 인한 환경영향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이번 조사는 아시아태평양인구개발협의체(Asia Pacific Alliance, International Council on Population and Development의)의 후원으로 이루어졌고 환경연합부설 시민환경연구소 안병옥 부소장, 거제통영환경연합 윤미숙 정책실장 등 4명이 참여하였고 스리랑카 현지 환경단체인 환경정의센터(Center for Environmental Justice)가 함께 했습니다.


* 이 참가기는 총 3회에 걸쳐 연재될 예정입니다.


출발과 알기





출발하기 전, 스리랑카(sri-Lank) 민주사회주의공화국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데 놀랐습니다. 유명한 불교국가중의 하나. 실론티의 원산지. 사자가 그려진 깃발. 가난하고 더운 나라. 태풍 스나미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나라중의 하나.
한국에 와 있는 스리랑카의 노동자들이 많고 거제 조선업종에도 꽤 있다는 것. 텔레비전의 코미디 프로그램에 나오는 ‘블랑카’의 고향… 이런 정도의 이미지가 전부였습니다.
그래도 사전 정보는 그 나라를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법.
출발 하루 전에야 인터넷과 서점에 들락거리며 스리랑카 급하게 알기에 들어가서 다음과 같은 약간의 정보를 더 보탰을 뿐입니다.





놀랍게도 이 나라의 대통령은 찬드라가 쿠마라퉁가, 여성입니다. 세습왕조가 아닌, 국민들의 투표로 뽑은 대통령입니다. 스리랑카는 인도 반도 남동쪽 인도양의 실론섬으로 이루어진 나라이며, 우리나라의 삼분의 일 크기입니다.
인구는 2,000만이 조금 못됩니다. 민족은 싱할라족(74%), 타밀족(18%), 무어족(7%)로 이루어져 있으며, 1948년까지 장장 450년간, 포르투칼(150년), 네덜란드(150년), 영국(150년)간의 식민을 차례로 겪었으며 전통 불교 국가의 수많은 문화재를 서구 열강 세력들에 약탈당했습니다.


수도는 콜롬보(인구 약 70만). 종교는 불교와 힌두교, 회교, 천주교가 섞여있으며, 기후는 고온다습의 열대성 기온(연평균 27도), 언어는 싱할라어(국어)와 영어(공용어), 화폐단위는 루피로 환율은 1달러=100루피입니다.
‘안녕하세요?’는 아유보완? 이라고 합니다.


2005년 7월5일, 겨우 그 정도를 알고 출발하였습니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아시아 지진해일 기금전달 및 스리랑카 지진피해 증가지역 현지조사, 환경보호로 인한 쓰나미 피해 예방지역 현지조사, 쓰나미 발생이후 수인성 질병, 쓰레기 집중을 통한 지역주민 보건환경조사, 피해복구시 친화경적인 재건조사> 등이었습니다.


조사단은 모두 4명. 현지 조사를 맡은 환경운동연합 멤버들로, 총책임자 안병옥(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 부책임자 윤미숙(통영·거제 환경연합 정책실장), 통역 및 프로그램 이성조(환경연합 국제연대팀), 복진오(환경연합 영상팀)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싱가폴까지 여섯 시간, 싱가폴에서 환승하여 스리랑카까지 두 시간 반, 총 여덟 시간 반의 비행 끝에 새벽 한시에 콜롬보 공항에 도착하였습니다. 한국과의 시차는 세 시간입니다. 공항에는 미리 연락된 스리랑카 NGO인CEJ(Centre for Environmental Justice)의 딜레나 국장이 나와 있었습니다.


피해지역의 난민촌들


역시 예상대로 덥긴 더웠습니다.
쨍쨍쨍 살을 태울 듯이 내리쬐는 강렬한 햇빛은 하루만에 팔목에 수포를 돋게 만들어 왜 원주민들이 입는 긴옷과 긴치마가 적당한지를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첫 날, 환경단체인 CEJ 사무실을 방문해서 조사루트와 현지사정에 대한 정보교류와 방문지 일정을 조정했습니다. 콜롬보 시내에서 점심을 먹고 먹는물 큰 통을 차에 실은 뒤, 곧장 9박 10일간의 빡빡한 조사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2005년 12월26일 발생한 지진해일 스나미로 인해 스리랑카 지역의 남동쪽은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스리랑카에서만 11,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고 도로와 집들이 휩쓸려 사라졌습니다. 스나미 최대 피해지역인 암파라를 향하는 곳곳의 크고 작은 피해 지역 마다 들러서 현장을 조사하고, 피해주민들을 인터뷰하면서 타고 내리고를 반복하였습니다.
콜롬보-골-마타라-함반보토아-암파라-바티칼로아-트린코말리-네곰보-콜롬보까지, 우리나라 지형으로 치자면 서울을 출발해서 군산 목포 남해 부산 포항 울진 다시 서울을 잇는 긴 여정이었습니다.






첫 번째 들린 아쿠랄라(Akurala) 해변 마을은 스나미의 흔적이 6개월이나 지났는데도 여전했습니다. 파괴된 해변들과 부서진 집들이 길거리에 즐비했습니다.
일차선 넓이의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바다를 마주한 전형적인 해변 마을들이었다.
난민들은 임시로 지어진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집단 난민촌은 집이라고 하기에 너무나 열악한 환경이었는데, 두 평도 못되는 임시가옥들은 얇은 통나무로 얼기설기 벽을 막고 양철지붕을 얹었는데 1cm도 채 못되는 시멘트 바닥을 친 것이 우리나라의 축사와 비슷한 모양이었습니다. 바닥에는 아무것도 깔려져 있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이 집도 두 달 전에야 지어졌다고 합니다. 양해를 구하고 들어가 본 실내는 그야말로 단 한 개의 가구도 없는 맨바닥으로 이 한 평 반의 공간에서 많게는 7,8명의 식구가 생활한다고 합니다. 맨발로 땟국물이 흐르는 옷을 입은 아이를 안은 젊은 엄마의 얼굴은 지치고 쓸쓸해 보였습니다. 남편은 목수와 어부를 겸하는데 요즘은 바다에 나가지 않고 일일 노동일을 나간다고 합니다. 169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았던 이 마을에서 스나미로 인해 104명이 죽었다고 합니다.
우리는 모두 잠시 말을 잃었습니다.






“오전 아홉시 삼십분 쯤, 저만큼 바다에서 커다란 파도가 벽처럼 일어서서 오는 것을 보았어요. 우리는 여기서 태어나고 여기서 자랐지만 바다의 그런 모습을 단 한번도 본적이 없어서 잠시 동안 바라보다가 어디선가 숲 뒤로 뛰어라는 고함소리가 나길래, 비로소 육지 쪽으로 뛰기 시작했어요.
아이들이 마을 여기저기서 놀고 있었는데 미처 불러서 챙길 여유가 없었고, 나는 갓난아기를 안고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무조건 뛰었어요. 1km 정도를 뛰었는데 바닷물이 거기까지 쫓아와서 우리는 몸이 물에 잠긴 채 코코넛나무(야자수)를 껴안고 물살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버텼어요. 그러기를 세 차례 했어요. 왜냐면 큰 해일이 세 차례에 걸쳐서 왔으니까….“ -비리야(Biriya/27세).


“나는 그때 임신 7개월이었는데 남편이 달려오더니 뛰어야한다고 해서 영문도 모르고 갑자기 뛰기 시작했어요. 남편은 한손에는 나를 다른 한손으로는 세살 먹은 딸을 안고 달리다가 야자수 나무를 껴안았는데 배가 부른 나와 아이와 야자수 나무를 한꺼번에 안고 있다가 손가락에 힘이 빠져서 그때 딸 아이를 잃었어요. 눈 앞에서 아이가 휩쓸려 떠내려갔어요…!” -마넬(Manel/31세).






말하는 여성도, 듣는 우리도 잠시 먹먹한 심정이 되었습니다.
원래가 태풍이 없는 지역이라 바닷가에 옹기종기 모여 집들을 짓고 살았는데 이제 그 집들은 흔적도 없습니다. 해일로 인한 파도와 함께 모래가 육역의 2km까지 들어와서 인근의 숲은 모래사장으로 변했습니다.


복구의 손길은 느긋하고 더디기만 했습니다. 이제사 영구주택들을 짓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마을 도로변에 놓인 검은 플라스틱의 급수통이었는데 유럽의 여러 NGO가 보급한 것이라고 합니다.


바다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햇빛과 어우러져 화사한 청옥빛을 띠고 있습니다. 시선을 붙잡을 섬 하나 없이 먼 수평선이 반듯한 인도양은 특유의 황금색 모래 해변과 코코넛 나무로 어우러져 풍경이야 더없이 아름다웠습니다.

저녁, 값싼 숙소를 찾아 헤매다가 여덟시가 넘어서야 해변의 여관(게스트 하우스)에 들어 짐을 풀었습니다.
왼종일 장거리에 시달리며 달려와서 피해 지역의 마을마다 들리느라, 차에 탔다 내렸다를 반복했더니 눕자마자 눈꺼풀이 저 먼저 내려오는데 가까이에서 파도소리가 들립니다. 처음으로 파도소리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결이 오가는 소리가 죽은 영혼들의 슬픈 울음 소리가 섞여있는 듯하여 오랫동안 뒤척였습니다.

글/ 통영거제환경연합 정책실장 윤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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