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 관련자료

[전문기자의눈]광우병의 교훈

광우병의 교훈

미국산 젖소의 광우병 발생은 우리 집에도 작은 고민거리를 던져줬다. 하루종일 애써 고아놓은
사골 때문이었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머리나 척수가 아닌 다리뼈이니 안전할 터였지만 생각 끝
에 먹지 않기로 결정했다. 수입소 살코기도 꺼리는 마당에 찜찜해서였다. 슈퍼마켓 육류매장에
가보았더니 한우와 돼지고기만 듬성듬성 놓였을 뿐 손님이 전혀 없어 둘러보기가 민망할 정도였
다.
조류독감에 이어 닥친 광우병 파동은 먹을거리를 고르는 즐거움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닭 오리
돼지 수입소엔 이런저런 병이 돈다 하고, 한우는 값이 오르거나 수입소를 속여 팔 게 분명하니
아예 “생선과 풀만 먹고 살겠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런 이들에겐 안됐지만, 우리나라에서
다이옥신이 가장 많이 들어있는 식품은 육류가 아니라 어류와 채소류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유기
농과 직거래를 하거나 생협을 통하지 않는 한 목숨을 걸고 식품을 선택해야 하는 세상이 됐다.
하지만 곰곰이 살펴보면 이 모든 식품에 대해 정부는 결코 “위험하다”는 판정을 내린 적이 없
다. 정부당국자들은 닭이나 오리를 잘 익혀 먹거나 수입소고기도 특정부위를 빼면 “절대 안전하
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시민들의 불안은 근거가 없는 것일까. 정부의 홍보만 잘 들으면 안심해
도 되는 걸까.

영국 농무부 장관 존 검머는 지난 90년 의사당 앞 방송 취재진 앞에서 “영국 쇠고기는 절대 안
전하다”며 딸과 함께 쇠고기 버거를 맛있게 먹는 시범을 보였다. 광우병에 대한 공포가 소비자
와 농민 할 것 없이 높아지던 때였다. 영국 정부가 광우병 발생을 확인한 것은 1986년이었다. 사
람도 광우병에 걸릴 수 있음을 인정하고 나이가 30달 이상인 모든 소의 식용을 금지한 것은 그로
부터 10년 뒤인 1996년이었다. 그 사이 영국 정부는 무얼 했을까.

먼저 과학자들에게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어도 괜찮은지 연구시켰다. 하지만 연구결과는 소
비자와 수출업자를 안심시키는 쪽으로 자의적으로 해석했다. 소의 부산물을 먹지 못하도록 했지
만 허술한 대책 탓에 일부 도살장에서 뇌와 내장 따위가 가공식품이나 사료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 광우병에 걸린 소를 살처분하면서 보상금을 절반만 줘 많은 농민들이 시장에 내다
팔도록 한 정책실패도 있었다. 그 대가는 컸다. 첫 희생자인 19살 청년 스티픈 처칠이 95년 뇌
에 스펀지처럼 구멍이 뚫리는 인간 광우병(변형 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 특유의 증상으로 사망했
다. 그는 쇠고기에 대한 남다른 식성을 가진 게 아니라 단지 운 나쁘게 프리온 단백질에 들어있
는 쇠고기를 잘못 섭취한 탓에 목숨을 잃었다. 현재까지 인간 광우병에 걸린 사람은 모두 153명
이고 그 가운데 143명이 영국인이다. 피해자의 평균 나이는 29살이다. 소의 광우병 발생은 많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영국에서만 올해 새로 확인된 148건을 포함해 모두 18만건에 이른다.

영국 광우병은 정책당국에게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문제의 불확실성과 심각성을 감춘다고 해결
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문제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알리고 협조를 부탁하는
게 신뢰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안전하다던 미국에서도 광우병이 발생했다. 세계화되어 가는 식품시장에서 사실 광우병에서
100% 자유로운 곳은 없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광우병에 대해서 우리는 모르는 게 너무 많
다. 프리온을 얼마나 섭취하면 위험한지, 열이나 방사선에도 끄덕없는 프리온을 어떻게 없앨 수
있는지 알려져 있지 않다. 애초에 프리온이 인간 광우병을 일으키는지 자체도 불확실하다. 역설
적으로 이런 불확실성은 광우병을 더욱 위험하게 느끼도록 만든다. 대중의 이런 불안감은 안전성
만을 일방적으로 홍보한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지난 25년동안 우리의 육류 소비량은 4배로 늘었
다. 슈퍼마켓의 깔끔한 진열대에서는 병든 양의 내장이 섞인 사료를 먹은 소의 고기인지, 살아있
을 때보다 요리가 되기 위한 들어간 오븐 속이 더 넓은 닭의 고기인지 알 수가 없다. 광우병은
세계화로 치닫는 식품에 대한 경고일지 모른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admin

환경일반 관련자료의 최신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