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 활동소식

공동체와 에너지 시범단지의 사이, 런던 제드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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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
제드(Beddington Zero -fossil- Energy Development)의 기본 방향은 탄소중화(carbon
neutral) 동력장치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통한, 문명의 편리함을 잃지 않는 친환경 주거.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주거 생활이 도시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2002년 3월, 영국의
대표적 환경 건축가와 공학자, ‘바이오 리저널(Bio Regional)’ 그룹에 의해 런던 근교에 세워졌다.
자체 하수처리 및 동력장치를 갖춘 3개 동의 아파트에 주로 전문직에 종사하는 총 1백여 가구 2백20명의
입주자가 살고 있다.
www.bioregional.com


※ 탄소중화(카본 뉴트럴)이란: 예를 들어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를 벌채했을 때 우리가 사용하는 것은 전체 나무의 70%뿐, 나머지 30%는 버리게 된다. 이
30%의 폐기물을 다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것을 ‘바이오매스 자원’이라 부르며, 이 연료를 태우면 원래
숲의 일부로서 소나무가 흡수했던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에 방출되었다가 다시 근처 숲에 흡수되기 때문에 ‘탄소중화’가
일어나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지 않는다고 본다.

베드 제드를 알게 된 것은 지난 해 말, BBC 인터넷 사이트를 뒤적이며 무료함을
죽이던 때였습니다. 런던 근교 즉 우리로 따지면 용인이나 의정부쯤 되는 곳에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화석연료 사용 ‘제로’를
외치며 자신만만하게 시작한 생태도시 프로젝트가 있다, 아이디어는 물론 내실 있는 디자인과 운영이 또한 뛰어나서 인자에
회구되고 있다,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얼씨구나. 가봐야지. 그리하여 뜸을 들이고 들이다 마침내 전화로 ‘가이드 투어’
예약을 하고, 자두마을에서 돌아온 그 주 수요일에 런던에서부터 30분 덜컹덜컹 기차를 타고 베드 제드에 도착했습니다.

남향창,
짚 벽돌

2차 세계대전 후 대량으로 지어졌다는 ‘국민주택’들의 천편일률적인 행렬이 끝나는 곳 벌판에 베드 제드는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건물 지붕을 장식한 빨주노초 색색의 환풍구. 그날 따라 바람도 몹시 불었습니다. 정신 없이 윙윙 돌아가는 화려한 환풍구의
풍경은 인상적이었습니다만 어쩐지 황량해 보이는 주변 분위기가 마음을 조금 무겁게 했습니다. 찾아오라고 하던 방문객 센터의
간판을 쉽게 찾을 수가 없어 이리저리 헤매어보니 마을 안은 쥐죽은 듯한 정적뿐이었습니다. 마을이래 봤자 3층짜리 아파트처럼
생긴 건물 세 동과 방문객 전용의 작은 주차장, 정체 모를 또다른 건물 한 채가 전부였습니다. 오후 2시. 베란다에 앉아
해바라기 하는 젊은 어머니나 세 발 자전거 끌고 가는 어린아이 하나쯤 마주쳐도 좋을 시간인데.



▲ 런던 근교 ‘써리’라는 동네에 <베드 제드>라는
희한한 이름의 마을이 있습니다. 정겨운 진짜 마을은 아니고 3층짜리 빌라 세 채 있는 작은 주거단지예요.
이곳은 단열 잘 되는 벽돌로 지은 집에서 태양열과 톱밥동력장치(CHP)로 전기 끌어다 쓰면서
한겨울에도 전기 히터 하나 없이 따뜻하게 지낼 만큼 완벽한 에너지 효율을 자랑합니다. 집안의
통풍은 저 위에 옥상 환풍구 보이죠? 그게 마구 돌아가면서 저절로 집안 속속들이 통풍이 됩니다.
ⓒ 미루

오늘 투어를 신청한 사람은 모두 열여섯 명이었습니다.
미국과 영국의 대학생들과 환경 관련 업체 직원들이 그룹으로 참여했고 중절모에 더블재킷을 정식으로 차려 입고 공공칠 가방까지
든 나이 지긋하신 신사 한 분도 있었습니다.

다들 ‘나는 이 대학에서 왔습니다,’ ‘저 단체에서 왔습니다,’ 하고 자기 소개를 하며 너는 어디서 왔냐고 묻길래, 전 한국에서
왔는데요. 멋적은 인사를 하고 말았습니다. 누구의 주선을 받아 온 것도 아니고 확실한 모토를 내건 단체의 일원도 아닌 나.
그런 나를 사람들은 재밌다는 듯 흘깃 바라봅니다.

투어는 방문객 센터의 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홀에는
베드 제드의 공학적 설계를 설명한 그림들이 걸려있습니다. 오늘의 가이드 싸이먼이 자기 앞에 놓인 벽돌을 가리킵니다.

이 벽돌의 두께는 3백mm로 영국에서 쓰이는 일반 벽돌보다 세 배 두껍습니다. 그리고 속은 지푸라기와 헝겊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짚과 헝겊은 모두 주변 지역의 농장과 공장에서 얻어오기 때문에 재료비가 쌀 뿐 아니라 단열 효과가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기존의 집보다 벽을 무겁게 세움으로써 외부 온도의 영향을 덜 받는 효과를 거두게 됩니다.

음, 벽돌 하나 바꿔서 얻는 게 많구나. 영국 주택의 대표적인 문제점이 바로 벽으로 따뜻한 공기가 모두 새어나가 버리는 것이라고
싸이먼의 설명은 이어졌습니다. 변화를 싫어하는 섬나라 영국은 일반 주택마저도 하나의 ‘유산’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구조변경
공사를 하려면 관청에 서류를 내고 까다롭게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말을 한국 교민에게서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평범해
보이는 집들도 알고 보면 70년, 1백50년 된 골동품들이라고요. 문화유산 보호라는 면에서는 본받을 만한 점이지만 에너지
효율을 생각한다면 한숨 나오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옛날 집들, 단열 잘 안 되니까요. 영국에선 아이들 춥게 키운다는
말이, 뒤집어보면 단열 안 되는 집에서 산다는 말이 되나 봅니다.

유수와 같이 이어지는 싸이먼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베드
제드의 집들은 난방을 일체 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첫째 단열 벽돌, 둘째는 남향창 덕분이랍니다. 남쪽으로 베란다 전체에 통창을
내고 북쪽으로는 손바닥만큼 작은 창 하나만을 만듭니다.
아무리 구름이 많이 끼는 영국이라도 이렇게 창을 만들면 낮에 열이 모여서 저녁까지 간다는군요. 허허상식 수준의 디자인이구나.
속으로 조금 실망을 하려는 찰나, 정말 놀라버리고 말았습니다. ‘난방을 하지 않는다’는 말의 뜻은 중앙난방은 물론 그야말로
라디에이터 한 대, 그 어떤 종류의 난방기기 한 대도 주민들이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와는 반대로 겨울이 우기인 영국에선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일은 없지만 뼛속까지 스며드는 으스스한 추위가 사람을 얼어붙게
만듭니다. 그 겨울을 난방시설 없이 견딘다니. 단, 아이들 방만은 욕실에서 온수를 사용할 때 나오는 에너지로 난방이 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 결과 기존 가정에 비해 난방에너지의 70%를 절약하게 됩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영국 가정에서
방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원인 중 1/3은 통근하고 여행할 때 쓰는 자동차 연료, 1/3은 타지역에서 사들이는 음식재료 운송,
나머지 1/3이 바로 난방과 전기공급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내가 코웃음을 쳤던 남향창과 짚 벽돌 하나만으로도 벌써 가정
내 이산화탄소 방출량의 33%를 드라마틱하게 줄일 수 있다는 거지요.

그밖에도 집안의 모든 가전제품들이 에너지 고효율 브랜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전구부터 세탁기, 냉장고, 샤워기까지. 싱크대 바로 옆 눈에 잘 뜨이는 자리에는 수도 미터기가 놓여 있어서
쓸데없이 물을 틀어놓고 있을 때마다 팽글팽글 미터기 숫자 돌아가는 모양이 보이도록 해놓았습니다.
원래는 수도꼭지를 틀면 딸각딸각 소리가 나도록 하자고 주장한 디자이너도 있었어요. 돈 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각성하라는 의미에서요!
예상과는 달리 이같은 에너지 효율 제품들의 가격은 일반 제품들과 차이가 없습니다. 이렇게 해서 전혀 불편함 없는 가정생활을
유지하면서 감소시킨 전력량이 기존 가정소비량의 1/3. 이거 해볼 만한 게임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역사회도
살면 지구도 산다

모델하우스처럼 생긴 집을 직접 둘러보며 마지막으로 ‘세균이 득실거리는 카펫 대신 코코넛 잎으로 짜서 빨기 쉬운 깔개를 깔고,
새집증후군을 일으키는 화학 페인트 대신 독일 등에서 수입한 자연성분 페인트로 벽을 칠했다’는 설명까지 듣고서, 우리 열여섯
명은 바깥으로 통하는 문을 빠져 나와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 자체 하수정화처리장. 일명 <리빙 머신>. 핀드혼 공동체에서 처음 개발된 뒤 유럽
전역에 퍼졌다는 그 시스템입니다. 설명해주는 가운데 아저씨는 아프리카와 인도를 돌며 30년간 하수처리를
연구해온 이곳 담당 기술자입니다. 단지 내의 하수를 여기에서 한 번 정화한 뒤 빗물과 함께 섞어서
화장실 변기 용수로 다시 사용하게 됩니다. ⓒ 미루

집집마다 하나씩 가지고 있는 자그마한 잔디 정원이 보입니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연결하며 이웃간의 친목을 도모해준다는 구름다리도 보입니다. 온수를 덥히는 데 쓰는 태양열 집열판이 마치
이국적인 장식인 양 창문마다 아름다운 문양을 그리며 붙어 있습니다. 그리고 잉글랜드 남부의 활기찬 항만 도시 브라이튼의 낡은
기차역을 헐어낸 철골로 지었다는 재미난 모양의 아파트가 한 눈에 내려다보였습니다.

기차로 세 시간 남짓 걸리는 꽤 먼 동네 브라이튼에서 자재를 얻어왔다는 것은 베드 제드 내에서는 흔치 않은 일입니다. ‘반경
35마일 내 지역사회 안에서 필요한 건축자재를 얻는다’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지역 경제를 살리는 동시에 자재를 장거리
운송할 때 발생하는 공해를 줄이기 위해 정한 이 원칙 덕분에 실제로 사용된 재료의 절반 가량이 모두 근처 지역에서 조달되었습니다.

동네 병원에서 사용하는 동력이 재생에너지인지 환경파괴
에너지인지조차 확인할 길 없는 세상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역사회 내에서 필요한 동력과 자재를 가능한 한 자급함으로써 지역
경제를 살리고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겨울에도 푸른 잔디 정원을 내려다보며 싸이먼이 소신있는 목소리를 냅니다. 이것은 바로 베드 제드를 만들어낸 환경 조사 및
실천 단체 ‘바이오 리저널’의 생각이기도 합니다. ‘바이오 리저널’이라는 이름이 벌써 ‘지역적으로 생각하는 친환경 운동’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지역사회와 전지구적인 환경문제가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걸까요?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전세계 열대우림의 파괴는 지구온난화 현상을 심각하게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이걸 어떻게 해결하나
고민하기 시작하면 밤잠도 안 오고 밥맛도 떨어집니다. 워낙 전지구적인 문제라 해결의 실마리도 오리무중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우림에서 잘려나간 나무들의 주요 용도는 첫째가 화장실 휴지, 둘째가 인쇄용 종이입니다. 이 두 가지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유럽 국가들이 남미 우림에 대규모 농장을 짓고 다양한 수종의 나무를 싹 베어간 뒤 그 다음부터는 종이나 휴지
만들기 쉬운 한 가지 나무만을 심습니다. 그러면 숲은 숲이되 자연의 생명력은 사라진 불모의 인공숲이 되고 도시 쓰레기장에는
천문학적 규모의 종이 폐기물이 쌓입니다.

이걸 막기 위해 지역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냐. 소극적인 대책으로 지역사회 내에 종이 재활용 공장을 세우거나 캠페인을
열 수 있겠죠. 혹은 바이오 리저널이 지난 97년 실행했던 것처럼, 지역 내에서 자체적으로 종이를 생산 판매한 뒤, 지역
내 사무실들에서 이면지를 적극 이용하는 방법으로 절약해서 쓰고 마지막으로 폐지를 수거해 잉크만 제거해서 비료로 쓴 다음 최후의
소량 찌꺼기만을 쓰레기장으로 보내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열대림의 무분별한 벌목도, 비윤리적인 교역도, 환경파괴도
없습니다! ‘지구를 생각하며 지역 안에서 행동’한 결과가 이렇게 아름답습니다. 런던 교외 지역 농가에서 나온 지푸라기로 종이
만드는 법을 개발해서 특허까지 받은 바이오 리저널 사람들이 존경스럽지 않습니까. 저는 그랬습니다.

베드 제드가 있는 써리(Surry) 지역의 잊혀진 산업,
마 농사를 부활시킨 것도 바이오 리저널이었습니다. 지역이 산업화되면서 마 농사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지만, 이곳의 토질과
기후는 마를 키우기에 이상적입니다. 지역에서 생산한 마를 가지고 지역 내 공장에서 가공해 유명 브랜드와 손잡고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면! 꿈 같은 이야기지요? 하지만 실제로 바이오 리저널이 생산한 마 섬유로 영국의 명품 디자이너 브랜드 ‘캐서린 햄넷’의
재킷이 만들어지기에 이릅니다. 지역 안에서 모든 것이 자급되어 만들어진 제품, 이 과정에서 공해가 최소화됩니다.

그래, 참 좋은 일이야. 놀랍다. 하지만 바이오 리저널의
이러한 단기적 실험들이 베드 제드 마을 안에 100% 실현되는 건 아니잖아. 지역사회 활동 통해 환경문제를 해결한다는 이들의
취지가 베드 제드 안에서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면 아쉬운 일이 아닌가. 몇몇의 전문가 집단이 공익단체과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아 기술적으로 진보된 대체 에너지 마을을 만들고 분양권을 팔아 입주자를 모집했던 베드 제드. 환경문제를 진심으로 고민하는
사람에서부터 단지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입주한 사람까지 구성원들의 성향도 다양하다. 베드 제드 사람들이 바이오 리저널의 이상대로
‘지역사회 살리는 대안’에 관심이 있을까?

생태마을과
공동체 사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어느새 투어는 막바지에 다가가고 있었습니다. 박테리아의 분해력을 이용한 하수처리 시스템 ‘리빙
머신(Living Machine)’과 톱밥가루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동력장치 ‘CHP(Combined Heat and
Power plant)’가 설치된 건물에 들러서 전문가의 열띤 설명을 들으며 지는 해를 바라보았습니다. 리빙 머신에서 처리된
하수에 빗물을 더해 화장실 용수로 이용하고, 근처 목재공장에서 거저로 얻는 톱밥으로 베드 제드 전체 전력의 1/2을 만들어낸다고
합니다. 톱밥을 이용한 CHP의 기술은 이산화탄소의 양을 증가시키지 않는 바이오매스 자원의 훌륭한 예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 이날의 가이드 싸이먼.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기계가 CHP
(Combined Heat and Power plant). 톱밥을 주면 전기동력을 내놓는 장한 화수분입니다.
여기서 생산되는 동력으로 단지 내 1백여 가구 2백20여 명이 쓰는 전체 전기의 절반을 충당하며,
톱밥은 써리 지역 내 목재공장에서 공짜로 가져옵니다. ⓒ 미루

오후 2시에 시작한 투어는 5시가 다 되어서야 끝이
나고, 마지막으로 베드 제드의 젊은 건축 디자이너와 홍차를 마시며 문답시간을 가졌습니다. 조경을 전공하는 듯한 한 여학생은
‘주변 풍경이 너무 삭막하다’며 생태적인 조경에 대한 계획을 묻기도 하고, 기술적인 건축 설계에 대해 묻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나도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습니다.

“당신도 베드 제드 안에 사나요?”

건축가는 조금 의외라는 얼굴로 ‘저요?’ 묻더니,

“난 여기 안 살아요. 직장 안에 살고 싶은 사람이 세상에 몇 명이나 되겠어요!” 대답하며 웃습니다.

베드 제드를 설명하면서 싸이먼이 ‘공동체’라는 말을 여러 번 썼는데요, 이곳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실제로 공동체 소속감을
느낀다고 생각하세요?
아, 네. 설문조사 결과 소속감을 느낀다고 대답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주민 가운데 원래 써리에 살다가 입주한 사람이 얼마나 되나요?
뱟중요한 질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대답을 드릴 수가 없네요. 모르거든요. 돈을 내고 입주 계약이 체결되면 그만이지 일일이
신상조사를 하는 게 아니니까요.

그 ‘설문조사’ 요약문을 나중에 이메일로 받아 읽어보았습니다.
혁신적인 CHP 시스템과 태양열 같은 대체에너지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은 개인차가 많은 걸로 나타났습니다. 아파트 안에 자기
집을 소유한 사람일수록 대체에너지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베드 제드의 부엌 싱크대 밑에는 편리하게 분리수거할 수
있는 쓰레기통이 놓여있지만 그것도 어떤 집에선 완벽하게 실행되고 어떤 집에선 거의 무시됩니다. 빈곤층이 많은 써리의 청소년들이
근처 벽에 그라피티(락카로 화려하게 칠한 힙합풍의 거리 벽화)를 그려놔서 위협을 느낀다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이웃간 정원을
연결하는 구름다리 때문에 ‘공동체 의식이 고취된다’고 한 싸이먼의 설명과 달리 ‘우리 집 정원이 건너다 보이는 것은 싫다’며
더 철저한 사생활 보호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지구적으로 생각하며 지역적으로 행동하기를 실천해온 한
환경 단체의 눈부신 결실, 베드 제드. 주민 스스로 지역에 소속감을 느끼며 뜻을 같이 할 때 진정한 대안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겁니다. 최신 기술과 상식 즉 전통지식과 친환경 디자인의 삼박자가 갖추어졌는데 또 뭘 바라냐구요? 세련된 재생에너지
마을에 살아도 대도시에 만연한 익명의 외로움이 치유되지 않는다면, ‘한 마을 사람’이라는 따뜻한 소속감이 없다면 말짱 헛것
아니겠습니까. 이왕 하는 거 마지막 그 하나를 마저 갖추는 마을을 만들어야 할 텐데. 허허. 네 박자 인생 아닙니까.

(블로그 http://blog.naver.com/aboveink)

※ 이 글은 월간[이장](http://www.e-jang.net)에
연재되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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