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 활동소식

불편하게 아이 키우기-‘효원이 잘커요?’④

첨부파일 열기첨부파일 닫기

출산 얼마 전 아내의 친구이자 내 후배인 아이 엄마가 천 기저귀 스무 개를 가지고 집을 방문했다. 우리가 천 기저귀를 쓰겠다는
말을 듣고 온 것이다. 후배는 천 기저귀 사용하는 일이 만만치 않을 거라고 입을 뗀 후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천 기저귀
사용을 결심한 후배는 처음엔 의욕적으로 기저귀를 빨고 정리했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 돌보는 일이 가중되면서 기저귀 빨래가
크나큰 부담으로 다가오면서 빨래로 인해 몸의 피곤이 가중되었다고 한다. 그래도 아이에게 좋은 천 기저귀를 꿋꿋하게 사용했지만
몇 개월 사용 후 결국엔 포기하는 게 아이를 위해서도 오히려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준 후 후배는 천 기저귀 사용이 너무 힘들면 고집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좋을 거라는 충고도 덧붙였다. 그런데
후배가 천 기저귀를 계속 쓰지 못한 건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 보였다. 후배의 남편은 일찍 출근해서 늦게 집에 돌아오기 때문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기저귀 빨래나 기타 집안 일을 도와주는 게 힘겨운 상황이었다. 남편의 도움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천 기저귀를 쓸 경우 소요되는 많은 일들을 감당하기에 아이 키우는 엄마의 부담은 사실 너무 큰 것 같았다. 천 기저귀를 쓰기
위해서는 남편의 역할이 꼭 필요해 보였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나는 ‘기저귀 빠는 것은 내가 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아내는
기쁜 표정으로 흔쾌히 동의를 했고, 같이 있던 후배도 잘해보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천 기저귀 전쟁

출산예정일이 가까워지면서 우리는 후배가 준 천 기저귀를 삶아 빤 후 뽀송뽀송하게 말려서 가지런히 정리를 했다. 함께 기저귀를
널며 행복한 상상을 하기도 했고, 조금 번거롭다는 생각도 했다. 생각보다 일이 많을 수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닫기도 했다.
이런저런 생각에도 불구하고 깨끗하게 빨아서 깔끔하게 정돈된 천 기저귀를 보며 이제 준비는 끝났다며 흐뭇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출산 후 집에 돌아온 날 서울에 사는 아이의 이모가 몸조리를 도와주러 왔다. 이런 저런 음식을 만들고, 기저귀 빠는 법도 가르쳐
주었다. 기저귀 빠는 것은 내 몫이었으므로 열심히 배웠다. 똥 기저귀와 소변 기저귀를 따로 모아서 똥 기저귀는 매일 삶고, 소변기저귀는
그냥 손빨래를 하며, 일주일 간격으로 모두 삶아 주라고 했다. 아이의 이모가 기저귀 빨래까지 다해놓고 가신 후 흐뭇한 마음으로
아이와 집에서 첫 날 밤을 맞이했다. 그러나 그날 밤 우리는 우리의 준비상태가 얼마나 허술하고 엉망이었는지 철저히 깨닫게 되었다.
그야말로 공포스러운 밤이었다. 환경이 바뀌어서인지 잠을 잘 안자고 보채는 것은 물론, 쉴새 없이 대소변을 보았다. 우리가 준비한
스무 장의 기저귀는 하룻밤의 대소변을 받아내기에도 턱없이 부족했다. 새벽녘이 다가오자 천 기저귀는 떨어졌고 할 수 없이 신혼
초에 장난꾸러기 후배가 너무 앞서서 사다준 종이 기저귀가 있어 그걸 채울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없었다면 정말 큰일날 뻔했던걸
생각하면 지금도 그 후배의 선견지명에 감사하곤 한다.
많이 쓰면 하루에 스무 장도 쓴다라는 말을 무심코 흘려들었는데, 바로 그 일이 우리에게 닥친 것이다. 모유수유를 하는 아이들은
대소변을 자주 보기 때문에 많은 기저귀가 사용된다고 했는데 이건 상상 이상이었다. 새벽녘에 일어나 기저귀를 빨고 다리미로 정성스럽게
말렸다. 날이 밝자마자 스무 장의 천 기저귀를 추가로 사와서 삶은 빨래를 했다. 세탁기에 돌린 후에는 기저귀가 마를 때까지 다리미질을
했다. 힘들게 하나 하나를 말리는 와중에도 아이의 대소변은 계속되었다. 물론 밤중보다는 덜했지만 기저귀가 준비되자마자 곧바로
소모되어 버렸다. 이미 준비되어 있던 기저귀와 새로 구입한 기저귀를 합쳐 모두 40장을 가지고 몇 일 동안 계속해서 빨래를 해가며
겨우 겨우 대소변을 받아 낼 수 있었다. 나중엔 천기저귀를 60장으로 늘린 후에야 빨래에 여유가 생겼다. 아이가 태어난 지 한
달이 넘어가자 아이의 대소변 횟수는 많이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기저귀 사용양도 많이 줄어들었다. 그때쯤엔 기저귀 빠는 실력도
배가되어 힘겹게 진행된 기저귀 전쟁은 일단락을 짓게 되었다.

천 기저귀를 쓰는 이유

힘겨운 전쟁을 치르면서도 천 기저귀를 사용했던 이유는 무엇보다 환경 때문이었다. 한 명의 아이가 대소변을 가릴 때까지 소모시키는
종이기저귀 양은 적게는 3천 장에서 많게는 6천 장에 이른다고 하니, 그 환경적 피해를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아이 하나가 대소변을
가릴 때까지 숲 하나가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베어지는 나무는 물론 버려진 기저귀로 인한 쓰레기까지 상당한 오염이다. 한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부터 숲 하나를 없애는 끔찍한 자연파괴를 하며 자라는 것은 바라지 않았기에 고집스럽게 천 기저귀를 사용했다.
환경 뿐 아니라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도 천 기저귀가 좋다. 앞서서 아이를 키웠던 육아 선배들의 경우 기저귀 발진 때문에 고생을
했던 이야기를 많이 하는 걸 들었다. 심하게 짓물러서 병원까지 다녀왔다는 엄마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 아이는 기저귀 발진을 경험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주변을 봐도 천 기저귀를 사용하는 아이들의 경우 기저귀 발진은 정말 구경하기 힘들다. 항상 청결하고
기저귀 발진 없는 엉덩이가 건강한 생활을 보장하는 건 당연하다.
천 기저귀를 사용하면 아이의 건강 뿐 아니라 두뇌발달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순면이 주는 부드러운 느낌이 지속적으로 전해지기
때문에 아이의 감각이 발달하고 이는 곧바로 두뇌 발달로 이어진다. 대소변을 가리는 데도 천 기저귀 사용은 유리하다. 종이 기저귀는
소변을 본다고 해도 아이가 느끼는 감각에 거의 변화가 없지만 천 기저귀는 소변을 보면 아이가 금방 감각의 변화를 느끼게 된다.
이는 소변을 보는 것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게 되고, 이러한 아이의 인식이 바탕이 되어 대소변을 가리는 데 유리하게 작용한다.
천 기저귀 사용의 가장 큰 단점은 대소변이 밖으로 세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대소변이 새는 걸 막기 위해
우리는 여러 번에 걸쳐 기저귀 접는 방식과 채우는 방식을 변화시키기도 했다. 그런데 대소변이 밖으로 새어 나오거나 비치는 것이
천 기저귀의 큰 단점이기도 하지만, 천 기저귀만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대소변을 보자마자 돌보는 사람이 아이의
변화를 즉각 알아챌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대소변을 봤을 때 돌보는 이가 즉각적으로 반응해주면 아이는 돌보는 이에 대해 신뢰감을
갖게 되고 이는 올바른 애착형성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이렇듯 천 기저귀의 가장 큰 단점인 돌보는 이의 불편함은 바로 천
기저귀의 가장 큰 장점인 것이다.

불편함이 만드는 정성

이렇듯 천기저귀의 장점을 들며 주위 사람들에게 권하거나, 글을 쓰면 많은 이들이 지금도 생활에 쫒기는데 어떻게 천기저귀까지 쓰면
너무 힘들다고 이야기를 한다. 종이기저귀를 쓰는게 마치 아이에게 죄를 짓는게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들어 천기저귀를 쓰라는 말이
밉기까지 했다는 부모도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종이기저귀를 쓰느냐, 천기저귀를 쓰느냐가 아니다. 환경을 생각한다면야 당연히 천기저귀를
써야하지만 어떨 수 없는 상황에서 종이기저귀를 쓰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문제는 종이기저귀를 채워준 아이를 돌보는 이의 무신경이다.
종이기저귀를 채워놓고 소변을 언제 보았는지 신경쓰지도 않고, 몇 시간에 한번씩 갈아주는 무신경이 가장 큰 문제인 것이다. 천기저귀가
갖는 최대의 불편은 돌보는 이의 불편함이며, 이러한 불편함은 돌보는 이가 아이에게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게 만들며, 이 관심이
아이의 성장에 가장 필요하다.
요즘처럼 바삐 사는 세상에서 어쩔수 없이 종이기저귀를 쓸 수도 있다. 그러나 종이기저귀가 갖고 있는 무신경의 함정에는 빠져들어선
안된다. 천거지귀를 써야한다는 말은 단지 천기저귀를 쓰라는 강요가 아니라, 그만큼 아이에게 관심을 가지고 정성을 쏟아야 한다는
말이다. 근래들어 천기저귀를 빨아서 공급해주는 업체가 생겨나고 있는데 이를 이용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다만 천기저귀는 위생관리에
철저를 기해야 하므로 업체를 선택할 때 위생관리 실태를 확인해보고, 이용 중에도 정기적으로 위생관리 상황을 직접 확인하는게 좋을
것이다.

*글: 박기복 님(폭력없는 출산, 엄마 젖 먹이기, 천기저귀 사용하기, 이유식 직접만들기, 수용적인
보살핌, 아빠의 육아휴직의 여섯가지 약속을 지키면서 열혈육아기를 쓰고계신 효원이 아빠)

admin

환경일반 활동소식의 최신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