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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게 아이 키우기-‘효원이 잘커요?’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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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아이는 36개월인데 아직도 엄마젖에 메달려서 산다. 물론 모유로 배를 채운다거나 목마름을 해결하는 목적은 아니다. 단지
엄마 품에 안겨서 젖을 물고 있는 것이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이 행복하기 때문인 것 같다. 아빠지만 아이에게 정성을 쏫은 덕에
나름대로 강하게 형성되어 있다고 자부하면서도 항상 마지막 순간 넘지 못하는 벽이 있다면 바로 엄마젖이다. 아이가 태어나 두돌이
지나 잠깐 모유를 끊었을 때를 제외하면 엄마젖은 아이에게 최대의 안식처요 피난처이며 행복한 잠자리를 보장해주는 안락한 침대이다.
지금도 아무리 화가나고 짜증이 나더라도 엄마 가슴에 푹 안겨 젖을 한 번 빨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얼굴이 환해지고, 잠자기
전엔 항상 엄마 품에 안겨야 편안히 잠이 든다.
난 항상 누군가가 출산과 육아에 대해 문의하면 다른건 다 포기해도 좋으니 모유만은 반드시 먹이라고 권한다. 그 어떤 육아방법보다
아이에게 좋다는 것을 보고 느꼈기 때문이다. 아이의 건강과 정서를 위해서,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반드시 엄마젖을 먹일 것을 권한다.
그러나 아이에게 세상에서 가장 큰 행복을 주는 모유수유의 길은 부모에게, 특히 엄마에게 엄청난 불편을 안겨준다.

아내가 임신을 한 후 육아에 대해 막연한 인식을 갖고 있을 때부터 우리는 모유수유를 해야한다는
것에는 의견이 일치했다. 다만 직장생활과 출산휴가기간 60일 – 현재는 90일 – 을 고려하여 두 달 정도만 하다가 멈출 생각이었다.
직장생활을 계속하면서 모유수유를 하는 건 당시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아이가 아프면 면역성분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나온다는 모유의 장점을 알게되면서, 그리고 모유에 대한 잘못된 편견들이 바로잡히면서 우리의 선택은 확고해졌다. 문제는 직장생활이었다.
아내는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기 때문에 직장 다니면서 모유수유를 계속하기에는 너무 힘든 여건이었다. 방법이 없겠냐고 물었다.

“모유는 냉동하면 두 달, 극저온에서 보관하면
육 개월까지 보관이 가능합니다”

귀가 번쩍 뜨이는 말이었다. 직장생활을 하면 모유수유가 불가능할 줄 알고 있던 우리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은 말이었다. 그후 우리는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모유수유를 계속하자고 함께 다짐을 했다.

동냥젖을 먹고 큰 아이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엄마 젖을 물었다. 아주 편안하고 안정된 표정으로 엄마 젖을 빨았다. 빨았다기보다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꼭 붙어 있었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다. 태어나서 엄마 젖을 바로 물면 그 동안 탯줄을 통해 엄마와 연결되어 있던 아이가
갑자기 분리되면서 느끼는 불안감이 상당부분 해소된다고 한다. 물론 젖이 빨리 불어나게 하기 위해서도 젖을 곧바로 물리는 것이
좋다고 한다. 모유수유의 최초의 고비는 젖몸살이었다. 그 힘든 출산과정 중에 단 한 번 큰 소리를 내지 않았던 아내의 입에서
젖몸살을 푸는 과정에서 수없이 비명소리가 새어나왔다. 힘들게 젖몸살을 이겨내고 모유수유를 성공했지만, 직장생활이 문제였다.

그냥 빨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지만 짜내서 먹이려고 하니 절대적으로 양이 부족했다. 젖 짜는 기계를 구입하고, 젖 끝이 갈라지고
시린 고통을 참으면서도 짜보려고 시도했지만 예상되는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만 했다. 도저히 그대로는 직장을 다니면서 모유수유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때 우리를 도와준 것이 바로 동냥젖이었다. 조산원을 통해 인연이 닿은 많은 산모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
아이는 이유식을 본격적으로 하기전까지 스무명에 가까운 산모들의 젖을 빨았고, 동냥젖을 얻어 먹었다. 자기 것을 나눠주는 고마운
이들이 없었다면 분명 아이는 모유만 먹으며 자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두돌이 지나며 아내의 치료 때문에 네 달 정도 모유를 끊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다시 빨기 시작하더니 지금껏 아이는 엄마젖을
먹고 있다. 나도 네 살까지 젖을 빨았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아빠를 닮은 모양이다.

아이에게 최고의 선물을

모유수유를 성공하기 위해 겪은 주변의 눈물 겨운 이야기들을 많이 알고 있다. 2kg이 되지 않은 미숙아를 인큐베이터에서 꺼내
모유를 먹여 건강하게 키운 이야기, 피가나고 갈라지는 고통을 이겨내고 젖을 먹인 이야기 등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 모유수유를
고집스럽게 성공한 이들의 마음은 한결같다. 부모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모유라고 믿기 때문이다.
젖을 물린 아내는 사랑스런 눈으로 아이를 쳐다보고 등을 토닥여준다. 아이는 온몸을 들썩이고 땀을 뻘뻘 흘리며 젖을 빤다. 어느
정도 젖을 빨면 아이는 입 주변에 젖을 잔뜩 묻힌 체 엄마 얼굴을 한 번 쳐다보고는 환하게 웃고 나서 다시 엄마젖을 열심히 빤다.
이때 아이의 한 손은 빨지 않는 엄마젖을 열심히 만지고, 아내는 가끔씩 꼬집는 아이의 손을 말리며 노래도 불러주고, 사랑한다는
얘기도 계속해서 해준다. 가끔씩 엄마가 젖 먹이기 힘들다며 옷을 내리고 멀어지면 아이는 엄마 품에 파고들어 옷을 젖히고 젖을
찾아 들어온다. 그럴때면 엄마는 잠시 반항(?)해보지만 이내 아이에게 굴복하여 젖을 물리고 만다. 엄마와 아이가 젖을 먹는 과정에
아빠는 계속해서 시중을 들어야 한다. 물도 떠 주고, 자세도 잡아주고, 아이의 땀도 닦아주어야 한다.

젖먹이는 엄마와 젖 빠는 아이, 그리고 옆에서 지켜보며 시중드는 아빠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 인생에서 이 보다 편안하고 행복한
순간이 있을까? 송아지는 엄마소의 젖을 빨 때 가장 행복하고, 아이는 엄마 젖을 빨 때 가장 행복하다. 소젖은 소에게 돌려주고
우리 아이들에게는 엄마 젖을 먹여야 한다. 모유는 자연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다. 그 최고의 선물을 아이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부모가 해야할 가장 큰 의무가 아닐까!

*글: 박기복 님(폭력없는 출산, 엄마 젖 먹이기, 천기저귀 사용하기, 이유식 직접만들기, 수용적인
보살핌, 아빠의 육아휴직의 여섯가지 약속을 지키면서 열혈육아기를 쓰고계신 효원이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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