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 활동소식

동궐(東闕), 봄으로의 초대


저희 교육센터에서는 일년에 두차례, “궁궐의
우리나무 알기” 프로그램을 진행 합니다. 3기째를 맞이하고 있는
올 봄의 궁궐나무 알기 프로그램도 벌써 중반을 훌쩍
넘겨 마지막 2강만을 남겨놓고 있는데요, 다음 글은
성인반 “회화나무반” 강사님이 쓰신 글입니다.

박상인 선생님은 30년동안 교직생활을 하시다가
궁궐지킴이로, 숲 해설가로 활 약하시는 아주 열정적인 분이시랍니다. 선생님의 글을 읽다보면 어느새
궁궐의
모습과
그 속의 나무들까지 환히 눈 앞에 보여지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랍 니다. 우리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창덕궁을 만나러 함께 떠나실래요?

동궐(東闕), 봄으로의 초대

국보 제 249호인 동궐도(東闕圖)를 보신
적이 있나요?
1827년경 궁중 도화서 여러 화공들이 합작으로 그렸다고 예상되는 이 귀한 그림은 어쩌면 그리도 정교하고
화려하고 아름다운 지요. 지금 막 그 동궐도 상의 봄 정경이 그림보다 진하게 울긋불긋 꽃대궐을 만들고 있는
중입니다.
동궐(東闕)이라 함은 경복궁을 한양 북쪽에 있다고 하여 북궐(北闕), 경희궁을 서궐(西闕), 이에 대비하여
동쪽에 있는 창덕궁, 창경궁을 합해서 동궐이라 한답니다.
소중한 당신을 동궐, 창덕궁으로 초대합니다.
오실 때는 번거롭더라도 종로 3가 단성사 쪽에서 걸어오시면 더 좋습니다. 돈화문 용마루 위에 얹혀 있는
보현봉의 장엄한 자태도 보시고 가까이 와서는 돈화문 처마마루의 날렵한 모습과 한국무용수의 단아한 손놀림
멈춤의 멋을 보실 수가 있습니다.
대문 들어서 왼편 선 세 그루의 회화나무는 잎 나기 전에 지금 보셔야 그 자유분방한 줄기의 위용과 충신의
기개를 느낄 수가 있지요. 방향을 동으로 바꾸어 금천교 돌다리 건너 신문고가 울리던 진선문 지나 삼도를
따르다가 왼쪽으로 꺾어들면 법전 인정전을 받드는 조정(朝廷)과 조정바닥 박석(薄石) 돌틈 사이에서 어느새
꽃다지, 제비꽃, 민들레가 웃고 있네요. 우리는 여기서 인정전 내부의 용상과 일월오악병(日月五嶽屛)만 보시지
말고 용마루에 새겨진 오얏 문양도 보아야 합니다.

대조전 뒤란 화계(花階)엔 만발한 앵두꽃이 문종 임금의 효성을 다시 한번 생각나게 하고요, 그대 한 발짝만
빨리 오신다면 소담한 옥매(玉梅)의 고운 자태도 보실 수 있고, 그 옆에 숟가락만한 잎을 내밀고 있는 옥잠화는
며칠 후면 저 로큰롤의 황태자 엘비스 프레슬리가 노래할 때 잡았던 마이크 같은 꽃대에 흰 꽃이 만개하고
있을 겁니다. 이 꽃의 열매꼬투리가 옥비녀 닮았다고 옥잠화(玉簪花)랍니다.
고향 마을 종갓집 같은 낙선재는 언제 봐도 왕조말년의 슬픈 사연들이 아지랑이와 함께 피어나고 있는 듯 합니다.
이 곳에 오시거든 꼭 문살 창호를 잊지 마시고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가장 한국적이고 아름다운 문살 무려
25가지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이 낙선재 뒤 화계 위에 부귀영화의 상징인 모란과 작약, 그리고
그 석분 변두리에 있는 두꺼비도 꼭 보셔야 합니다, 아마 지금쯤은 봄의 기를 받아 궁장 너머 춘당지로 달아났을지도
모릅니다. 두꺼비 문양이 거기 있는 것은 그곳이 바로 신선의 영역, 아니 달세계라는 상징이랍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해묵은 돌배나무의 위용과 그 희디흰 이화에 입을 벌릴 것입니다. 저기에 봄 달이
서울의 달이 비춰지면 그게 이화에 월백이 되는 것이 아닐까합니다. 잠시 수강재를 들렸다가 나오면 어정(御井)이
있고 그 길 건너편에 춘매는 이미 전부 낙화입니다. 후원으로 드시죠? 흔히 비원이라고 하는데 비원은 한말에
후관리 부서의 이름으로 쓰였답니다. 일본인들이 의도적으로 사용한 말이니 별로 좋은 말이 아닙니다. 원래
성정각인 내의원 담장 아래 해묵은 매화 한 그루는 옛날 중국에서 선물 받은 것이지만, 그 꽃 참 그윽합니다.
돌담사이로 난 길을 잠시 걸으면 좌우에 해묵은 갈참나무, 느티나무, 주목, 말채나무, 상수리나무, 단풍나무…
봄 내음, 연두빛 웃음을 한껏 물씬 풍기고 있네요. 내려가서 아래쪽 작은 연못 부용지엔 물고기 노는 모습도
보입니다. 무엄하게 종아리 걷고 양다리를 물에 잠근 개구쟁이 같은 작은 정자 부용정, 그 안에서 금방이라도
익선관 쓰신 나라님의 모습이 나오실 듯 하고, 동그란 작은 섬의 소나무도 오늘따라 한층 더 푸른빛이 도는
듯 연못가 장대석 하나 그 돌에 돋을 새김한 잉어는 이제 막 어변성용(魚變成龍)하여 어수문(魚水門)을 타고
주합루(宙合樓)로 막 오르고 있습니다, 아래층 규장각에서 정치개혁을 추진하던 정조 임금과 학자출신 젊은
신하 박지원, 정다산, 박제가 등등의 열띤 토론의 목소리도 들어야 합니다.
과거보시는 날 친림하신 임금님이 정좌하신 영화당. 그 앞 넓은 마당엔 팔도선비 묵향이 은은하고 옆 언덕자락에
노거송(老巨松) 한 그루가 보이시죠. 줄기에 거북등 문양이 뚜렷한데, 알성시 장원급제 호명(呼名) 소리도
듣고 어사화에 각대 한 장한 모습도 숱하게 많이 봤다오.
다시 발걸음을 옮기어 통돌로 된 불로문(不老門)을 지나면 당신은 이미 몇 살은 더 젊어지고 다이어트가 됐답니다.
전에 이 대통령이 낚시하던 애란정을 스치면 연경당이란 민가를 만납니다. 순조가 국사를 아들 효명세자(孝明世子)에게
일임하고 평민 같은 삶을 살자며 세웠다는 집이데, 생각하면 군군신신(君君臣臣)이라 좀 개운잖는 감이 들고,
그 집 앞에 서면 오래된 느티나무며 별목련, 작은 도랑 못미처 석분(石盆) 하나 있지요, 이 석분가에도
두꺼비가 나들고 있으니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 연경당 뒤쪽 사랑채와 안채를 가르는 담장에 있는 작은
쪽문의 용도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안채 뒤에도 해묵은 돌배나무가 있어 조상 제례에 긴요하게 쓰고, 앞마당
담장가 정심수(廷心樹) 한 그루가 있지요, 이 나무 뿌리 쪽을 보셔요. 왕가이나 파격적으로 사가에서처럼
나무 시집보내기 한 흔적이 쪽문 아래 느티나무에 양석(陽石)으로 박혀있어 우리를 웃게 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북쪽 옥류천 쪽의 반도지며
그 숱한 누정(樓亭)을 꼭 봐야하는데, 지금은 삼엄한 금역(禁域)이라니 아쉬움을 안고 연경당 앞 언덕을
올라야 합니다. 아름드리 음나무는 차라리 원래대로 엄(嚴)나무라 해야 옳다는 생각이 들것입니다. 저런 위요을
갖추었으니 누가 감히 범접할리요? 하여 다자란 엄나무는 가시가 없답니다. 그 오솔길 양가에 생울타리처럼
늘어선 국수나무며 화살나무는 취병(翠屛)을 틀어놓은 듯하고 다 내려와선 작은 돌다리를 건너면 지금도 한창
공사중인 옛 선원전 규장각 영역인데, 길가에 선 향나무 한 그루를 보시게 됩니다. 이 향나무가 천연 기념물
제 194호로 지정된 바로 그 향나무이지요. 이 향나무에서 아홉 마리의 용을 봐야 제대로 본 것입니다.
통제구역이라 못 보게 됩니다만 저 뒤편 옛 대보단 자리에 다래나무도 천연 기념물로 지정이 됐답니다. 조금만
더 내려오다가 공사장 울타리 안쪽으로 270년 해 묶은 느티나무 한 그루가 붕대를 감고 있는 모습을 보실
수 있는데 이 나무가 얼마 전 신문에도 났던 2억이나 들어서 옮긴 고귀하신 그 느티나무랍니다. 이제 자연
아니 나무사랑은 민관이 따로 없답니다.
궁을 나오시는 문은 옛날에는 관리들의 전용 출입문인 금마문(金馬門)인데 안쪽에 부귀와 영화의 상징인 모란이
한창 힘차게 잎을 내밀고 있습니다. 아마도 님께서 입시(入侍) 하실 그날이 되면 양팔 벌리고 함박웃음으로
맞아 주실 것입니다.
이봄이 다 가기 전에 정중히 당신을 초청하오니 이런 금림(禁林)안 고궁에서 역사의 향기도 맡고 싱그러운
새봄의 기를 한껏 가슴에 담아 가시기 바랍니다. 지금 동궐(東闕)엔 그 동궐도(東闕圖) 상의 그림 보다
더한 봄 풍경이 한창 무르익고 있습니다.
창경궁은 다음에 다시 초대하기로 약속합니다.

계미년(癸未年) 음삼월 보름.
동궐 후원 동산바치 종9품 一水去師 노거수(老巨樹) 拜上

글 : 박 상 인 (
숲 해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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