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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핵 깡패’들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핵발전을 추진하는 나라는 일본과 한국뿐이다. 그들도 핵
에 대한 ‘막연한 공포’ 때문에 그런 결정을
했을까. 이렇게 무신경하고 겁이 없는 나라는 지구상에 다시없을 것이다.





최성각/ 작가·풀꽃평화연구소장


‘핵’은 환경문제의 핵이다. 북핵문제도 마찬가지고, 핵발전소도 핵쓰레기장도
마찬가지다. 환경운동은 환경문제의 사회적
해결을 지향한다. 그것은 생명에 대한 위협에서 비롯된 지탱 가능한 존속에 대한 고통스럽고 더
디지만 해결 가능한 질문이다. 이 땅의 반핵·비핵
운동의 핵심은 현실적으로 ‘핵폐기장 건설반대운동’이며, 나아가 핵발전소가 아니라 재생 가능
한 대체에너지 개발에 몰두하는 사회에 대한 소망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제 2의 광주로 생각하라?


사실 ‘핵폐기장’도 고상한 표현이다. 적실하게 말한다면 ‘핵쓰레기장’이다. 핵발전소 만
능론자들은 핵쓰레기장을 ‘방사성 폐기물 관리시설’이라
하더니, 최근에는 ‘원전수거물센터’라는 중의적 표현을 쓰고 있다. 그것은 ‘쓰레기소각장’
을 ‘자원회수시설’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낯간지러운
수사다. 그것은 ‘대량감원’을 ‘구조조정’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자기기만적이다. 그렇지만 필
자는 지난 3월, 청와대 앞에서 36일의 단식을 한
원불교 김성근 교무가 어깨띠에서 사용한 ‘핵폐기장’이라는 말을 취하기로 한다.

안정성을 강조하기 위해서겠지만, 핵발전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암에도 안 걸리고, 고준위
핵폐기물에서 발생하는 가공할 만한 플루토늄을
“먹어도 너끈히 소화된다”고 공영방송을 통해 당당하게 발언하는 학자들로 상징되는 핵발전소
신봉자들은 어떤 일을 했는가. 그들의 말보다도 그들이
한 일을 살펴보는 것만으로 그들이 누구인지 더 잘 알 수 있다. 핵발전소 만능론자들이 지난 17
년간, 멀게는 안면도와 굴업도에서 한 일과,
가깝게는 핵 마피아를 앞세워 고창·영광·영덕·울진 등지에서 자행해온 반민주적 행태는 언제
나 가장 비열한 깡패의 수준을 넘었다.

군의회에서는 7 대 5로 반대의견이 우세했건만 “우리 군에서 핵폐기장을 받겠다”고 부안군
수가 서둘러 핵폐기장 유치를 신청함으로써 비롯된
최근의 부안군 위도에서 일어난 폭력사태는 핵발전소와 핵폐기물만큼이나 끔찍한 반민주적 국가
폭력이었다. 더욱 놀라운 일은 청와대에서 부안군수에게
“용기를 잃지 말라, 더 많은 공권력을 보내주마”고 격려까지 한 점이었다. 노인과 부녀자, 어
린이들까지 포함된 서민들의 평화집회에 부안군수를
위해 정부수반이 보내준 경찰은 특수진압 전투경찰들이었다. 어떤 정권도 이룩하지 못한 핵폐기
장을 자발적으로 건설하겠다는 군수가 나타나자 그토록
갸륵했을까. 온라인을 통해 널리 읽힌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문규현 신부가
묘사한 폭력진압은 참으로 끔찍했다. 전투경찰은 위도
진압을 앞두고 ‘제2의 광주로 생각하라’는 정신무장까지 받았다고 경찰의 입을 통해 알려지고
있다.


대체에너지를 생각하라


저준위·고준위 폐기물이니 하는 어려운 말 쓰지 않아도 된다. 핵쓰레기가 포화상태냐 아니
냐, 유리고화기술로 고준위 폐기물을 얼마나 줄일
것이냐, 혹은 천층처분은 안정하다느니 하는 기술적 설왕설래는 본질이 아니다. 핵폐기장 확보
는 신규 핵발전소 건설의 전초작업일 뿐이다. 그렇지만
확실한 것은 지구상의 어떤 나라도 아직 고준위 폐기물을 완벽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이다. 가장 중요한 일은 이 나라 에너지 정책이
경제성이 없는 산업으로 이미 판명된 반생명적 핵발전소 건설에 의존해 짧은 정권 이후에도 영구
히 존속되어야 할 산하를 ‘죽음의 핵시장’으로 만들
것이냐, 핵발전소를 진작부터 포기한 다른 나라의 선례를 좇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매사에 일등
국이어야 하는 미국은 1979년 이후 단 한 기의
핵발전소도 건설하지 않고 있다. 유럽연합(EU) 15개국 중 14개국이 핵발전소 건설을 포기하거나
단계적 폐쇄조치 중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 국가 중 핵발전을 추진하는 나라는 일본과 한국뿐이다. 그들도 폭
력에 둔감한 우리 관리와 학자들이 자주 말하듯
핵에 대한 ‘막연한 공포’ 때문에 그런 결정을 했을까. 17년간 이 나라에서 핵발전소와 핵쓰레
기 부지를 위해 쓴 홍보비는 자그마치
2500억원이었다. 우리나라 대체에너지 사용량(2002년)은 총 1.4%(연 28억원), 그 1.4% 가운데 쓰
레기소각열이 93.5%, 재생
가능한 풍력, 태양열 에너지 비중은 1.5% 미만이다. 독일의 재생 가능한 대체에너지 목표는 전
체 전력량의 60%다. 세상에 이렇게 무신경하고
겁이 없는 나라는 지구상에 다시없을 것이다.


최성각 | 작가·풀꽃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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