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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오, 하룻밤 새 돌변한 군수님! – 주민 우롱하는 핵 폐기장 유치 작전

주민 우롱하는 핵 폐기장 유치 작전… 부안은 분노로 끓
어오른다


7월10일 오후 1시30분께. 군산시청 앞마당에 주민 200여명이 모였다. 군산시장의 일방적인
핵 폐기장 유치 활동을 규탄하는 성난
목소리가 높아질 무렵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시장이 2시쯤에 폐기장 유치 신청을 포기
한다는 기자회견을 한답니다. 군산이 핵 폐기장 후보
지역으로는 지질이 부적합하다는 판정이 나왔다는데요.” 황당했다. 이렇게 쉽게 포기할 분위기
가 아니었던 탓이다. 지난 몇주 동안 벌어졌던 일들이
한순간에 머릿속을 스쳐갔다.


군산이 안 되자 급히 부안으로





사진/ 7월14일 부안군이 핵 폐기장 유치 신청을 하자 반대 집
회에 참석한 주민들이
‘핵은 죽음이다’라는 혈서를 쓰고 있다.(한겨레 황석주 기자)


군산시장은 18만명의 유치찬성 서명을 자랑했지만, 실상은 통·반장을 동원해 별
다른 설명도 없이 서명을 받아냈다. 뿐만
아니라 유치원생과 중·고등학생한테까지 서명지를 돌렸다. 시의원의 서명용지 공개 요구도 일축
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과 정부가
지방행정력을 동원해 직권남용을 한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냈고, 유치신청 과정에 대한 국민감사
청구까지 잇따랐다. 6월27일 군산시 주최 핵 폐기장
유치 찬반토론회를 시작으로 7월11일부터는 시청 앞마당에서 농성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7월12일
과 유치 신청 마감일인 15일에는 시청 앞에서
주민 전체가 모이는 대규모 집회도 계획돼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유치를 포기한다니.

잠시 뒤 기자회견문을 손에 넣었다. 폐기장 후보지역이었던 신시도의 지질이 부적합해서 유치
를 포기한다는 내용이었다. 유치 포기를 선언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지질 부적합 판정은 이미 7월3일께 공사 현장을 중심으로 흘러
나왔지만, 한수원과 산업자원부는 이를 극구
부인했었다. 기자회견장 안팎에서 “군산시장이 지질 부적합 판정 결과를 미리 알고 있었다”는
얘기가 떠돌기 시작했다. 정부와 한수원이 지질조사
결과를 자율 유치신청 마감날인 7월15일까지 숨기려 했다는 거다. 군산이 유치신청을 포기하면
삼척·부안 등 다른 지역의 유치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군산시장이 유치 포기를 선언한 직후, 전북에 핵 폐기장 유치를 장담했던 강현욱 도지사가 급
히 부안군으로 향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한계수
부지사, 민봉완 경제통상국장, 김양원 전북투자유치사무소 서울소장 등이 산자부·한수원 관계자
들과 함께 7월11일 새벽 1시께 김종규 부안군수를
만나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주민들의 증언이 쏟아졌다.

김 군수는 그동안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핵 폐기장 유치반대 입장을 밝혔고, 지질조사를
위한 굴착허가를 두 차례나 거부했다. 7월11일
오전 부안군 의회는 핵 폐기장 유치신청 여부에 대한 표결을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
가? 하룻밤 새 태도가 돌변한 김 군수가 핵 폐기장
유치신청을 하겠다고 미리 기자회견을 해버린 것이다. 회견이 끝난 직후 군 의회는 예정대로 이
문제를 회의에 부쳐 7 대 5로 부결시켰다.

난데없이 핵 폐기장 후보지가 돼버린 부안군 위도는 쓸쓸한 운명의 섬이다. 남으로는 영광 원
자력발전소가 자리 잡고 있고, 북으로는 새만금
방조제가 들어서고 있다. 윗물과 아랫물이 모두 변해가면서, 생존의 터전인 바다를 잃은 어민들
의 어깨는 산더미 같은 부채에 짓눌리고 있다. 그런
어민들에게 “핵 폐기장을 유치하면 막대한 보상금을 준다”는 소문이 들려온 것은 지난 5월8일
이다.

이날 한수원이 제공한 대덕연구단지와 부곡온천 관광에 나선 위도 주민들은 낯선 사내에게서
귀가 솔깃한 얘기를 들었다. 그는 주민들에게 “핵
폐기장을 유치하면 지역개발을 위해 3천억원의 자금이 들어온다. 이 지원금은 앞으로 위도 주민
600여 가구에 골고루 나눠줄 텐데, 그렇게 되면
한 가구당 3억~5억원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게 당시 관광버스를 탔던 위도 주민의 증언이
다.


허황된 보상금 소문 퍼뜨리기도





사진/ 6월18일 영광군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유치위원회가 기
자회견을 열고 핵 폐기장
등 국책사업 유치에 전남도가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연합)


정부는 핵 폐기장 건설을 추진하면서 ‘참여’와 ‘자율’을 강조했지만 지역 현
장에서 벌어진 일은 이런 수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지난 5월1일 산자부는 “핵 폐기장 부지 선정에서 민간 업체가 ‘역할’을 할 경우, 신
고리 원자력발전소 3·4호기와 핵 폐기장 건설업체
선정 과정에서 수의계약권을 보장해주겠다”고 발표했다. 건설업체 직원들이 유치신청 움직임이
있는 지역을 돌며 각종 탈법·과열 유치활동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부안군수가 유치신청서를 내기 하루 전인 7월13일 밤 부안에서는 지역주민의 유치서명
을 허위조작하던 건설업체 직원이 주민들에게
발각되기도 했다. 전주에 살고 있는 ㅎ건설 직원이라고 자신을 밝힌 유아무개씨가 부안군 주산
면 신곡리 이장과 함께 평소 이장 업무를 위해 보유하고
있던 대다수 마을주민의 도장을 핵 폐기장 주민유치신청서에 무단 사용하는 것이 주민들에게 발
각됐다. 그는 사문서위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었다.

이런 현실은 부안군에 국한된 일이 아니었다. 영광과 고창 등지에서도 유치 서명서가 수천원
에서 수만원까지 돈으로 거래된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유치 후보지역 가운데 하나였던 영덕에서는 7월10일 다방 여직원을 이용해 지역주민들
의 서명을 받아 비난을 사기도 했다. 폐기장 유치를
추진하던 몇몇 지역인사들이 유치 찬반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 조건인 유권자 5% 이상의 청원을
받아내기 위해 저지른 짓이었다. 이를 두고 영덕
주민들은 “자유당 시절에나 볼 수 있었던 작태”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부안군은 위도를 “허균의 <홍길동전>에 나오는 이상향 율도국의 실제 모델”이라고 소
개한다. 그러나 아름다운 섬 위도는 이제 핵
폐기장이라는 거센 풍랑을 만나 휘청이고 있다. 주민들은 김종규 부안군수에 대해 ‘현상수배’
를 내렸다. 군청 앞에서는 주민들이 교대로 농성을
하면서 매일 아침 8시에 출근하는 군수를 막아서기 위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어장은 파괴됐고 빚은 쌓여가고”





사진/ 부안군민들의 성난 목소리가 메아리친다. 초·중·고등
학생들이 등교 거부를
시작했고, 시장통의 아주머니들은 가게 문을 닫고 집회를 벌였다.(한겨레 황석주 기자)


군수와 군의장, 유치위원장의 행적을 쫓는 ‘체포조’가 결성됐고, 초·중·고등
학생들이 등교 거부를 시작했다. 시장통
아주머니들은 가게 문을 닫고 집회를 벌인다. 공무원직장협의회와 이장단협의회, 해병전우회와
자율방범대 등 지역사회의 반대 성명과 자발적인 반발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부안군개인택시조합은 핵 폐기장 유치 반대를 염원하는 깃발을 만들어
달고 달리고 있다. 한 주민은 분신을 시도하기도
했다.

현재 부안군에는 서울·충남·전남·전북 등에서 전투경찰 6천여명이 파견돼 있다. 군청을 몇
겹으로 에워싸고 있는 그들 사이로 주민들의 성난
목소리가 연일 메아리친다. “어장은 파괴됐고 빚은 쌓여간다. 핵 폐기장 들어서면 늙은 몸 이끌
고 어디 가 살지 모르지만, 그래도 보상금 받아
자식들에게 집 한채라도 사줄 수 있다면….” 한 위도 주민의 쓸쓸한 넋두리다. 하지만 그가 마
지막 희망으로 기대고 있는 ‘3억~5억원의
보상금’은 헛소문일 뿐이다. 그리고 위도 주민들이 이를 알게 되기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
리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그때부터다. 그런데도
정부는 장밋빛 지역개발 약속과 ‘불법·과격 행위 엄단’이라는 구태의연한 원칙론만 되풀이하
고 있다.


부안=양이원영 | 반핵국민행동 사무국장 yangwy@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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