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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논란은 방사능처럼 오래 간다

핵 폐기장 건설에 끊이지 않는 문제 제기… 부안군 유치
신청서 제출은 문제의
종결이 아니라 시작






전북
부안군이 핵 폐기장 유치신청서를 제출했고 정부는 원전 핵 폐기물 처리를 둘러싼 논란이 종결됐
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여전히 방사능 폐기물 처분장에
대한 문제제기는 계속된다. 부안군은 분노로 들끓는
다.

“전북 부안군이 7월14일 전국에서 최초로 ‘원전 수거물 관리시설’을 위도에 설치하
겠다는 유치신청서를 공식 제출했다. 부안군의
유치신청서 제출로 1986년부터 과거 4대 정권 17년 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원전 수거물 관리시설
부지선정 사업이 마침내 해결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폐기물 저장시설, 정말 포화상태냐


부안군의 원전 수거물 관리시설 유치신청으로 정부가 한껏 고무돼 있다. 산업자원부는 지난 7
월14일 보도자료를 내어 “안면도·굴업도 등 두
차례 부지지정 실패 이후 장기간 표류해온 원전 수거물 관리시설 부지선정 작업이 지자체 자율유
치 신청으로 마무리될 경우… 첨예한 현안을 ‘참여와
자치’의 원칙으로 해소하는 참여정부의 한층 성숙된 국정역량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
고 기대감을 표했다.




사진/ 7월14일 전북 부안군청 앞에서 시위대가 김종규 부안군
수의 사진을 붙인 상여를
들고 방사성폐기물처분장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한겨레 황석주 기자)

부안군 현지에서 환경단체와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점차 거세지는 사이, 들뜬 정부는 더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정부는 7
월18일 “2조1천억원대의 부안군 지원사업을 신속히
시행하기 위해 특별법을 제정할 예정이며, 위도를 포함해 사실상 내륙의 부안 주민에게도 혜택
이 가는 종합사업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이하 방폐장) 건설을 둘러싼 논란은 마침내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걸까?

정부의 장밋빛 전망과는 달리 “섣부른 결론을 내리긴 아직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
된 지적이다. 오히려 “정작 문제는 지금부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부지 선정을 마친 뒤 지역 주민의 거센 반발로 물거품이 됐던 두 차례의
쓰라린 경험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방폐장 건설
문제는 원자력 발전을 계속할지 여부와 함께 국가 전력 공급체계 전반에 대한 논쟁과 긴밀히 맞
물려 있다. 이들 문제에 대한 정부 차원의 일관된
정책 수립 없이는 방폐장 문제도 쉽게 해결될 리 없다”고 지적했다.

방폐장 건설 문제가 쉽게 풀려나가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
선 방폐장 건설의 시급성을 강조하며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내놓은 폐기물 저장시설 용량 포화론에 대한 비판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정부는 방폐장 부지 선정에 나서기 앞서,
2006년 월성원전을 시작으로 울진(2007년), 영광·고리(2008년) 원전의 사용후 핵연료 저장용량
이 포화상태에 들어간다고 밝힌 바 있다.
“폐기물이 넘쳐나기 전에 처분장을 짓지 못하면 발전소 가동을 멈춰야 하고, 이럴 경우 전력공
급에 심각한 타격이 올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사진/ 원자력발전소 임시저장시설에서 작업자들이 저준위 폐기
물 드럼통을 옮기고 있다.
저장시설이 포화상태라는 정부쪽의 주장은 사실인가.(한국수력원자력)


그러나 이와는 전혀 다른 주장이 환경단체와 원자력 학계 일각에서 끊임없이 나오
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세계적인
핵 군축·비확산 전문지 <사이언스&글로벌 시큐리티>에 실린 ‘한국의 사용후 핵연료
추가저장 대안’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보면
△원전 호기간 이동(기존 원자로에서 나온 사용후 핵연료를 나중에 건설된 원자로의 저장시설로
옮기는 것) △밀집저장 등의 방법을 통해 적어도
2027~2030년까지는 사용후 핵연료를 기존 원전 부지 내에 저장할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중·저준위 폐기물 영구처리시설과 사용후 핵연료 중간저장시설을 같은 부지에 건설한다는 정
부의 계획 역시 논란을 부르고 있다. 한 원자력
전문가는 “중·저준위 폐기물과 사용후 핵연료는 방사능 차이가 수백만배에 달한다. 방사능 붕
괴로 안정 물질로 변화돼가는 시간이 수백년과 수십만년
차이가 난다. 때문에 전혀 다른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를 한곳에서 보관·처리할 이유가 없
다”고 지적했다.


현실성 없이 책정된 사후처리충당금


지난해까지만 해도 원자력계 내부에서조차 이에 대한 논란이 비등했다. 업계 전문지인 <전 기신문>은 지난해 8월17일치 기사에서
“방폐장에 중·저준위 폐기물 영구처분장과 사용후 핵연료 중간저장시설을 같이 설치하는 현행
정부 정책을 변경해 방폐장 내에는 중저준위 영구
처분장만 설치하고 사용후 핵연료는 그대로 원전 부지 내에 저장하자는 것으로, 원자력 학계를
중심으로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 전북 부안군은 전국 최초로 방사성폐기물처분장 유치신
청서를 제출했다. 유치신청서를
들고 있는 김종규 부안군수, 김형인 부안군의회 의장, 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왼쪽부터).(연합)


한 원자력 전문가는 “사용후 핵연료는 현 원전 부지에 그대로 저장하는 게 최선
이다. 아직까지 사용후 핵연료의 영구
저장과 관련된 정부의 정책도, 신뢰할 만한 기술도 없는 상태다. 저장 공간도 부족하지 않고, 폐
기물을 관리시설로 옮기는 과정에서 위험도만
높이는데 굳이 사용후 핵연료 중간저장시설을 지으려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업자원부와 한수원쪽은 “일부에서 그런 주장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사용후
핵연료 중간저장시설을 동시에 추진하다가는 중·저준위
폐기물 영구처리시설마저 짓지 못하게 될 것을 우려한 탓이다. 그러나 이제 자율유치가 됐기 때
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송명재
원자력환경기술원(한수원 산하기관) 연구개발실장은 “원자력발전소 부지 4곳에 흩어져 있는 중
·저준위 폐기물과 사용후 핵연료를 한곳에 모아 관리하는
것이 안전성과 경제성 면에서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지난해 9월 국회 국정감사 때부터 지적돼온 원전사후처리충당금 문제도 새롭게 논란거
리로 떠오르고 있다. “한수원과 원자력계가
중·저준위 폐기물 영구처분시설과 사용후 핵연료 중간저장시설 건설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현실
성 없이 낮게 책정된 사후처리충당금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주장이 환경단체와 원자력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원전사후처리충당금은 원자력발전소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사성 폐기물 처분 비용과 운영
이 끝난 뒤 발전소 해체 및 철거 비용 마련을 위해
발전사업자인 한수원이 적립해야 하는 돈이다. 원자력 발전 원가에 반영돼 전기요금으로 조성된
사후처리충당금은 지난 3월 말 현재 약 4조5천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한수원은 이를 원전 건설 등 차입금으로 사용해 현재 실제 잔고는 남아 있지 않
다.




사진/ 2월4일 배성기 산자부 에너지산업심의관이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후보지 4곳을
발표하고 있다.(한겨레 김종수 기자)


그렇다면 사후처리충당금과 방폐장 건설의 ‘함수관계’는 대체 뭘까 한 원자력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한수원은
그동안 원전사후처리충당금을 현실성 없이 낮게 책정해왔다. 사후처리충당금이 커지면 전기요금
은 높아지게 마련이고, 결국 원자력 발전의 채산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폐기물은 쌓여가고 폐기물 처분 비용은 모자란 상황
에 빠졌다. 더구나 그나마 모아놓은 돈마저 모두
신규 원전 건설에 썼다.” 이 전문가는 “한수원 입장에선 더 늦기 전에 폐기장을 건설해 원전
부지에서 관리하던 폐기물을 한곳으로 모을 필요가
있다. 이미 양산된 폐기물을 방폐장으로 옮기면서, 폐기물 관리·처분 책임을 새롭게 만들어질
방폐장 관리·운영 주체에게 염가로 떠넘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방폐장 운영을 맡을 ‘원전수거물관리센터’를 한수원 자회사로 할 것인
지, 별도의 독립법인으로 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부분에
대한 정책도 아직까지 결정된 바 없다.


위도는 제2의 안면도?


이에 대해 한수원 관계자는 “83년 당시 46만원/kg(약 580달러)이었던 사용후 핵연료 처분 비
용을 환율 변화에 맞게 92년에는
54만2천원/kg(약 580달러)으로 인상했고, 지난해 말에는 약 75만원/kg(약 600달러)으로 계상했
다. 국제 기준에 비춰 결코 낮은
금액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원자력연구소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이런 설명은 설득
력이 떨어진다. 원자력연구소가 지난 2001년 4월
프랑스 니스에서 열린 제9차 국제핵공학회에서 발표한 내용을 보면, 각종 지표를 통해 산출해낸
경수로 사용후 핵연료 평균 처분 비용은 △운송 및
중간저장 비용 287.5달러/kg △폐기비용 696.5달러/kg로 나타났다. 이를 합산할 경우 한수원이
산정한 사용후 핵연료 처분 비용의 2배
가까운 액수다.

석광훈 반핵국민행동 정책실장은 “2002년 말 현재 저장 중인 국내 경수로 사용후 핵연료는
2950t이다. 이를 처분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을 한수원 방식대로 계산하면 약 2조530억원이 소요된다. 그러나 원자력연구소의 연구결과
를 적용하면 3조7980억원이 필요하다. 차이가 나는
1조7천억원은 결국 다음 세대의 부담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계획대로 방폐장이 부안군 위도에 들어설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까지 확신할 수 없
다. 부지 선정을 매끄럽게 하기 위해 각종 지역발전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폐기물처분장이 건설된 뒤 누가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된 것이 많지 않다.

부안군수가 유치신청서를 냈던 7월14일, 부안군청 앞에서는 성난 지역주민들이 격렬한 시위
를 벌였다. 이튿날 주민들은 출근하는 군수를
막아섰고, 일부 초등학생들은 등교를 거부한 채 머리띠를 두르고 거리로 나섰다. ‘과거 4대 정
권 17년 동안’ 안면도와 굴업도 등지에서 벌어졌던
낯익은 풍경이 부안에서 재연되기 시작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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