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일반 관련자료

[한겨레21]솔로몬의 지혜, 새만금에 통할까

법원의 공사 잠정중단 결정으로 간척사업 기로에… 환경
·경제성 살리는 해법
나오기 어려워


7월15일 서울 행정법원의 공사 잠정중단 결정으로 새만금사업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삼보일
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사 강행만을 고집하던
정부도 제동이 걸렸고, 국민들 사이에서도 사업의 진실이 새롭게 부각되었다.

법원 결정 이후 가장 흥미로운 반응을 보인 곳은 전라북도다. ‘정권퇴진’ 구호가 나왔기 때
문이다. 전북의 반응은 새만금사업의 정치적 성격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사실 새만금 문제로 이 구호를 내걸고 싸움에 나설 수 있
는 실천력과 의지를 가진 진영은 유일하게
시민사회이다. 만약 전북지역이 새만금 문제의 향배에 따라 진짜로 정권퇴진 운동을 벌일 수 있
었다면 문제가 이렇게까지 꼬이지 않았을 것이다.
새만금사업이 중단되더라도 전북은 반정부운동에 나서기보다는 또 다른 대규모 개발사업의 카드
를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진/ 새만금의 핵심인 4공구 방조제를 막으면 어업 생존권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사진은 4공구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군산시 하제포구 모습.



전북의 정권퇴진 구호… 개발사업에 강한 미련


이처럼 새만금 문제의 진실은 논란의 배후에 숨어 있는 정치적 고려 속에 녹아 있다. 집권여
당인 민주당의 실세이자 한축인 전북지역 의원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는 민주당의 다른 지역구 의원들이나
참여정부에 몸담고 있는 청와대 실무자들도 인정하는
점이다. 청와대 이정우 정책실장은 시민사회 대표들과의 면담에서 “화물연대나 네이스 같은 문
제는 새만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면서 “전북에
대한 고민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여러분도 다 아는 문제가 아니냐”며 청와대의 속내를 털
어놓기도 했다.

이와 함께 흥미로운 것은 환경부와 해양수산부쪽의 조용한 표정관리다. 사실 2001년 5월 김대
중 정부 당시 국무회의에서 새만금사업의 재개가
결정된 이후 관련 부처는 ‘다른’ 의견을 낼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 법원 결정 이후 두 부처
공무원들은 환경단체 관계자들에게 ‘덕담 반 공감
반’의 축하인사를 건넸다. 애초부터 청와대나 농림부와는 다른 해법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노 대통령은 ‘사업내용의 변경을 통한 새만금사업의 지속 추진’이라는 기존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혔다. 그러나 사업 목적과 방향의 일관된
흐름이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방침 재천명이 과연 현실적인 힘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다. 농림부와 전라북도는
여전히 사업 목적과 방향에 대해 상반된 시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 새만금 간척지는 광활한 규모로 인해 활용방법을 떠올리
기도 쉽지 않다. 앞으로
공사가 지속되더라도 정부가 추가 예산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농림부는 아직 농지를 고집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지역 공무원이나 주민들조차 농지에 대해
서는 관심이 없다. “웃기는 소리 마라.
부안·김제·군산에 가면 농지가 얼마나 많은데 그런 말을 하는가. 새만금은 복합산업단지나 물
류기지를 통해 전북지역의 새로운 발전과 번영의 상징이
되어야 한다.” 농지라는 말을 꺼내면 지역주민들이 한 목소리로 하는 말이다.

복합산업단지나 물류기지라는 것도 구체적 계획이 없는 상황에서 막연하게 터져나온다는 데
문제가 있다. 먼저 산업단지나 물류기지라고 해도 현재
사업대상으로 설정된 터가 너무나 방대하다. 새만금 갯벌이 펼쳐진 연안의 어느 지점에서 보더라
도 전체 지구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 넓은
곳을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지와 관련해 현장 면적을 중심으로 한 공간적 개념 자체가 부재한 상
태다. 청와대를 비롯해 주무부처인 농림부까지
새만금지구 전체에 대한 현실적인 이해가 일천하다.

아울러 전북에서 떠도는 규모의 사업에 대한 예산을 정부가 향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
다. 1, 2천억도 아닌 10조~20조원의 천문학적
예산을 과연 정부가 지속적으로 감당할 능력과 자신이 있는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대통령의 해법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냉소적이다. 환경단체들은 이미 지난 6월의 4공구 공사
강행과 시민단체를 배제한 민주당의 새만금특위
구성으로 참여정부 자체에 대해 마음을 상당히 접은 상태다. 그러나 새만금 갯벌만큼은 포기하
지 못하고 있다. 아직 갯벌이 다 죽지는 않았다는 희망
때문이다.

현지 주민들 역시 같은 인식이다. “아직도 갯벌에 나가면 하루 5만원에서 10만원까지 조개
를 캐고 있다. 다만 어류는 과거 같지 않다.
지금이라도 바닷물을 유통시키면 갯벌만은 살릴 수 있다. 그러나 4공구를 이대로 두고 1년 이상
가면 갯벌은 급격히 죽어갈 것이다.” 김제군
진봉면 심포리 어민 신영모씨의 말이다.


아직도 새만금 갯벌은 살아 있다


현재 상황에서 새만금의 미래가 밝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이 사업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지겠다는 쪽이 한곳도 없다는 데 있다. 만약
“새만금이 시화호의 전철을 밟게 되면 내가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이가 있다면 상황은 많이 달
라질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 전북도지사, 민주당
전북지역 의원들, 농림부, 농업기반공사 등 실제 사업의 핵심에 있는 누구도 공사 강행의 논리만
을 내세울 뿐, 갯벌이 썩고 수질이 악화되는
부작용이 생길 경우 그것을 책임지겠다는 이가 없다. 농림부나 전북도의 입장에서 새만금사업을
미화해온 관련 연구기관의 전문가나 관련 학과의
대학교수들도 자신들의 주장이 정반대의 결과를 빚는 경우 책임을 지겠다는 이가 없다. 갯벌과
어민들의 생존권, 100년 앞을 내다봐야 할
환경정책이 표류하게 된 진정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글·사진 서재철 |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 kioyh@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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