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일반 관련자료

[한겨레21]남극 생태계의 아노미 상태

더운 지구 영향으로 외래 생물종 침범 위험… 지구 해류
순환 시스템도 흔들릴
가능성 높아


현재 지구상에서 고체 상태로 된 물의 90%는 남극에 분포되어 있다. 남극 대륙의 98%가 만년
설로 덮여 있으며 얼음의 두께는 평균 2천m
이상이고 5천m나 되는 곳도 있다. 만일 이 얼음으로 지구 표면을 덮는다면 60m 두께로 깔 수 있
다. 그동안 남극 빙하가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일부에서는 빙하가 두꺼워지고 있다는 가설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서
남극의 빙상이 붕괴되는 징후들이 30여년 전부터
속출해 ‘더운 지구’를 부정하기는 쉽지 않다. 남극 대륙을 덮은 두꺼운 빙상은 단열재 구실을
한다. 만일 빙상이 없다면 남극은 지하 깊은 곳까지
완전한 동토가 되었을지 모른다.




사진/ 남극의 빙하(위,GAMMA)가 녹으면서 생태계 먹이사슬이
흔들리고 있다. 남극의
대표어족인 크릴(아래 오른쪽)과 산성용액을 내뿜는 리본 벌레.


남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생태계도 급격한 변화에 휩싸이고 있다. 남극 싱니섬의
한 겨울 호수는 1980∼95년에 물의
온도가 섭씨 1.3도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얼음이 얼지 않는 시기가 길어지면서 플랑
크톤 수가 급증하는 등 생태계에 이상현상이
발생했다. 침하된 빙하를 서식처로 삼고 있던 펭귄들은 오랜 서식처를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이
주하기 위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전 세계
분포 펭귄의 25%가 둥지를 틀고 있던 로스해 일대의 침하 현상이 지속되면서 펭귄들은 먹이사냥
을 위해 장거리를 옮겨다녀야 하기에 빈번하게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다.


먹이사슬의 중추인 크릴의 위험한 미래


남극에 서식하는 고유의 물고기와 고래 같은 바다 포유류들도 위험에 처했다. 이들의 주요 식
량원은 남극의 주변 바다에 고루 분포된 크릴이다.
크릴은 특히 해류의 흐름에 의해 와류가 형성되는 곳에 높은 밀도로 서식한다. 심지어 450㎢의
면적에 무려 200만t의 크릴이 몰려 있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바다 얼음의 두께에 따라 군락의 규모가 다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빙하가 녹으
면 크릴의 서식환경도 영향받을 수밖에 없다. 남극해
먹이사슬의 중추에 해당하는 크릴이 서식지를 옮겨다니면 모든 생태계에 치명적 손상이 나타날
게 틀림없다.

최근에는 남극의 급격한 기상변화로 인해 독특한 생명체들이 위협받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
고 있다. 남극 생물의 50% 이상이 고유종이며,
성게류의 경우 남극 연안에 서식하는 44종 가운데 34종(77%)이 고유종이다. 이들은 지구상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생물자원으로
생물 다양성과 유전자 다양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남극의 기온이 높아지면서 고유
생물들을 약탈하는 포식자들이 유입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만일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남극의 해저생물 공동체는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다. 이는 지
구 해양체계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남반구 해양이 지구 전체의 해류와 기후 등과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남극의 해양생태계는 약 2500만년 전에 남극 대륙 주변에서 형성된 남극순환해류의 영향을 받
아 형성됐다. 연중 수온이 영하 1.8도~영상
2도로 유지되기에 저온 환경에 적응한 생물들이 오랜 기간 종분화 과정을 거쳤다. 남극 연구자들
에 따르면 3500만년 전에 남극의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온난 열대성 해양생물들이 자취를 감추었다고 한다. 북극에는 게들이 서식하고 있지
만 남극에는 바닷가재나 게들이 없다. 이런 남극의
바다가 따뜻해지면 외래생물 침범을 막는 극지 부근의 해류 시스템이 파괴될 게 틀림없다. 파괴
의 징후만 보여도 온난 열대해양 지역의 ‘약탈자’들이
몰려올 가능성이 높다.

남극의 저온 환경은 생물에 다양한 영향을 끼친다. 무엇보다 저온 환경은 생체 내 고분자 물
질의 운동에너지를 감소시켜 신진대사 속도를
떨어뜨린다. 주로 지방질로 구성된 세포막의 유동성을 떨어뜨려 세포 안과 밖 사이의 물질교환,
신호전달 등을 중단시키기도 한다. 게다가 빙점
이하의 온도에서는 세포 안에 얼음 결정이 만들어져 개개의 세포가 파괴되는 경우도 있다. 이처
럼 낮은 신진대사율을 보이는 남극의 해양생물들은
일반적으로 온대나 적도 지역 생물들에 비해 느리게 성장하는 것으로 알려져왔다. 하지만 남극
큰띠조개 등 일부 남극생물에서 오히려 성장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면서, 남극생물의 성장률은 온도와 먹이의 섭취량 등이 결정하는 것으로 여기게 됐
다.


리본벌레들의 무기가 약해지고 있다


남극의 해양생물들은 저온 환경에 적응·진화하면서 생체 내 고도불포화지방산 (DHA, EPA, 오
메가 계열 지방산 등)의 비율이 높아지고
부동단백질을 함유하게 됐다. 또한 많은 극지역의 무척추동물은 다른 무척추동물의 약탈을 막기
위해 화학적 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생물로는 리본벌레(ribbon worms)를 꼽을 수 있다. 이 생물은 거대하고 뚱뚱하며 길이가 1m나 된
다. 평상시 리본벌레는 진흙 속에
들어가 흔적 없이 조용히 지낸다. 하지만 외부의 침입자가 나타나면 가공할 만한 공격을 퍼붓는
다. 이들이 분비하는 산성용액은 잠수복을 뚫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만일 남극의 바다온도가 상승해 리본벌레의 산성용액의 기능이 떨어진다
면 외부 침입자를 막아내지 못할 것이다.

지금 남극에서는 엘니뇨 현상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이는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하는 동시에
차가운 바닷물의 용승효과(unwilling)를
일으켜 저온화를 가져올 수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대기가 충분히 더워져서 얼음이 녹아 아래
에 숨겨진 표면이 드러나게 되면 그 지역은
태양에너지에 의해 한층 뜨거워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 100여년 동안 2.5도 가까이 상승한 남극
반도는 이미 지구 해류를 조절하는 컨베이어
시스템을 파괴하고 있는지 모른다. 남극을 서식처로 삼던 생물종들이 다른 어디론가 흩어진다면
그곳의 먹이사슬도 흔들리게 마련이다. 수백만년 동안
이뤄진 자연의 순환현상이 순식간에 일어난다면 지구는 대재앙에 휩싸일 것이다.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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