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일반 관련자료

[한겨레21]홍세화와 함께하는 예컨대 – 새만금 어떻게 풀까

며칠 전 국어시간에 ‘연행가’를 배웠다. 조선후기 관리 홍순학이 북경에 사신으로 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쓴 기행가사로 그때 청나라
사람들의 생활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청나라 문화를 기본적으로 무시하지만 우리에게 부족한 것
은 배웠으면 하는 눈으로 바라보는 글쓴이의 태도를
통해 ‘문화의 상대성’과 ‘문화의 높고 낮은 질적인 차이’는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우
리 민족이 오랫동안 공통으로 만들어온 문화는 누구에
의해 옳고 그르게 판단될 수 없는 ‘고유’의 것이지만 그 안에 수준의 문제는 없는 것일까.




일러스트레이션 | mqpm 서영경


나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사회현상들을 보면서 우리가 쌓아가는 문화
의 ‘질’을 생각해보곤 한다. 물질적 가치에
정신을 내어주는 식의 수준 낮은 분위기를 느끼기 때문이다. 정신적으로 높은 문화란 인간 정신
의 깊은 곳을 울릴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일찍이
김구 선생님도 아름다운 나라는 문화가 높은 나라라고 하셨다. 나는 지금 얘기되고 있는 새만금
간척사업이 그 문화의 눈으로 보아 너무 걱정스럽다.

새만금 간척사업은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60, 70년대 산업화 정책으로 많은 농촌 사람들은
도시로 올라왔다. 특히 김제, 만경평야가 있던
전북지역은 더 심했는데 이때 발표된 서해안 간척사업은 전북도민이 반가워할 수밖에 없었다. 이
름을 새만금 사업으로 바꾸고 그 사업의 타당성을
조사하기 시작한 것은 87년 7월. 하지만 ‘식량을 들여오는 것이 엄청난 돈을 들여 땅을 만드는
것보다 더 경제적’이라는 이유로 사업은 하지
않기로 되었고, 당연히 전북 사람들은 실망하게 되었다. 그때에 맞춰 노태우 후보는 새만금 사업
을 ‘최우선 사업’으로 한다는 것을, 12월10일
13대 대통령 선거 6일 전에 발표한 것이다. 그리고 농수산부에서 1996년에 방조제를 다 짓겠다
는 말을 하고 지금까지 나아온 것이다. 민심,
표를 얻기 위한 공약에 흔들리고 있는 정책들…. 이것은 우리 역사 속에서 여러 번의 되풀이를
통해 일을 벌여놓고 책임을 지지 않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쌓아온 악습으로 질 낮은 문화라 생각한다.

새만금 사업은 쌀 생산을 위해서 한다고 농림부에서 말했다. 하지만 쌀은 90년대 한때 빼고
는 꾸준히 우리나라에서 거의 100% 자급되는
농산물이다. 결국 노무현 대통령은 농지로는 쓰지 않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공단으로 쓰이는 것
일 테지만 그 또한 그 주변에 공업지역이 많기 때문에
더더욱 필요가 없다. 결국 이 사업은 공업지역으로 이익을 얻을 아주 적은 사람들의 바람이 아닌
가. 공업지역으로 쓰게 되면 나타나게 될 공기오염,
물오염, 땅오염. 그리고 바다를 메우는 것만으로도 나타나는 환경문제들…. 생각할수록 새만금
사업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농림부는 환경기초시설을 세워 새만금 물을 깨끗하게 할 수 있다고 하지만, 환경부에서는 수
질대책이 계획대로 100% 효과를 거둔다는 가정을
하여도 썩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우리는 맑은 물을 얻기 위한 수질대책이 얼마나 효과를 거
둘 수 있는지를 알아내고 다음에는 환경을 덜 파괴하는
쪽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너도나도 새만금 사업을 막아 살리려 하는 것이 바로 갯벌이다. 새만금 갯벌은 만경강과 동진
강이 바다로 흘러들어 생긴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하구 갯벌로 많은 어류들이 알을 낳고 살아가는 곳이며, 또한 땅에서 들어오는 오염물질을 다시
깨끗하게 한다. 또 동아시아 지역을 날아다니는
철새들의 중간지점으로, 새만금 사업을 계속한다면 도요, 물떼새같이 나라와 나라를 날아가는 철
새들이 곧 없어질지도 모른다고 한다. 방조제를 쌓고도
20년 뒤 그 바깥으로 새로운 갯벌이 생긴다는 말도 있지만 그것은 지금 있는 갯벌의 3%밖에 되
지 않으며 역할도 줄어든다고 하였다. 그 지역에서
갯벌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온 주민들은 어디로 가라는 걸까.

공사를 그만두면 들어간 돈이 아깝다고, 정부 정책에 국민들의 믿음이 떨어질 것이라 하지만
그렇다고 타당성 없는 사업을 계속하는 것은 잘못된
길임을 알고도 돌아나가기가 아까워 더 깊숙이 들어가는 미련함과 같은 것이다. 방조제를 방파제
로 쓰자거나 다리를 세우고 풍력발전으로 개발하자는
것과 같은 대안들을 충분히 검토해보아야 한다.

때론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 지켜지지 않는 것을 보면서 참 이해가 되지 않는다. 도대체 뭐가
그리 복잡한 것인지. 진실이 통하지 않는 사회가
된 지 이미 너무 오래된 듯하다. ‘옳다’는 것의 기준. 우리가 갖고 있는 문제들은 그 옳은 것
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이 길지 않게,
현명하게 깨어 있어야 한다.

우리는 이미 ‘시화호’라는 과정을 거쳤다. 삼보일배를 하는 성직자들 모습을 보며 우리 마
음은 어떠하였는가. 이제는 더 늦기 전에 우리들
마음의 간절한 울림, 마음으로 옳다고 하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마음의 울림에 따를 수 있는 성
격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을 때라야만이 진정
정신적으로 높은 우리 문화를 가꾸어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새만금’을 통해 그런 가능성
이 있는 민족이라는 것을 세계에 널리 알릴 기회라고
생각한다. 새만금 사업은 지금 바로 멈추어야 한다.


이재인 | 충남 홍성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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