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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유럽에서 높아져가는 유전자조작 농산물 반대 목소리 – “조제 보베는 정당방위다!”

유럽에서 높아져가는 유전자조작 농산물 반대 목소리…선
봉에 선 농민운동가 석방
운동 전개


“조제 보베 없이는 혁명기념일도 없다.”

조제 보베(49)가 수감됐다. 프랑스 경찰이 6월22일 이른 아침, 자택에 헬리콥터까지 동원해
법석을 떨면서 그를 감옥으로 데리고 갔다.
보베는 프랑스 농민총연맹회의 대변인으로, 농민의 이익을 위해 일선에서 투쟁하는 프랑스 농민
운동가다. 탱크로 밀어붙이기식의 세계화 물결 속에서
프랑스식 트랙터로 맞서 싸우는 ‘알터 세계화’ 운동의 기수다.


미국의 막강한 로비에 맞서…





사진/ 2월26일 파리 농작물전시회에 참가한 조제 보배(가운
데). 그는 징역
10개월형을 선고받았다.(GAMMA)


알터 세계화는 안티 세계화 운동의 새 명칭으로서, 안티세계화 명칭이 세계화를
반대한다는 어감을 준다는 점을 감안해,
특정 그룹의 경제적 세계화에 맞서는 또 다른 성격의 세계화 운동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며 최근
안티(anti) 대신 알터(alter)로 바꿨다.
그는 미국 식품의 세계화를 상징하는 ‘맥도널드’나 유전자조작농산물(GMO)을 반대해온 대표적
운동가이다. 미국의 한 경제학자는 “조제 보베는
과거 향수에 젖어 있는 듯한 프랑스에서 가장 역동적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런 보베가 전격
체포돼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국내외에 적지
않은 충격을 던져주었다.

보베는 1998년, 99년 유전자조작 농산물 실험농장에서 농작물을 파괴한 죄로 10개월형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보베의 행위는 유전자조작
농산물의 생산과 시장화에 반대하는 프랑스 농민운동의 일환일 뿐 아니라 유전자조작 농산물의
자유무역을 관철시키려는 미국의 움직임을 반대하는 프랑스
및 유럽 시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정치적 항의 표시였다. 즉, 보베는 농작물을 파괴한 범죄자가
아니라, 안정성이 입증되지 않은 유전자조작 농산물의
실험과 생산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등 일부 국가들과 다국적기업의 행태에 맞서 자국 농민의 이
익과 국민 모두의 건강과 환경보호를 위해 일선에서
싸운 사람이다.

이런 탓으로 형 선고가 떨어지자마자 보베의 특별사면을 요청하는 운동이 확산되었다. 유전자
조작 농산물의 자유무역은 스스로 대량 생산국이기도
한 미국을 중심으로 캐나다, 아르헨티나가 적극 후원하는 정책으로 이집트, 중앙아메리카 국가
들,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등도 지지하고 있다.
미국은 유전자조작 농산물의 시장자유화만 주장하는 게 아니라 시장화 과정에서 상품에 조작물
질 함량 표기조차 거부하고 있어,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처사라는 비판을 듣고 있다. 실제로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명기조차 되지 않은 유전자조작 농산
물이 시판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오레곤주에서 유전자조작 명기를 합법화하느냐의 여부를 두고 투표가 이루어졌으
나 73%가 ‘반대한다’는 의견이 나와 무산되고
말았다. 이런 움직임의 배경에는 미국쪽의 막강한 로비활동이 뒷받침되었다. 미국 부시 정부는
몬산토(Monsanto)처럼 생명공학이나 유전자조작물
생산에 앞장서는 기업과 국가옥수수생산업자협회(National Corn Growers Association) 같은 단체
들과 밀접한 유대를 맺고,
국내는 물론 세계를 무대로 유전자조작물의 시장화를 위해 로비활동를 전개하고 있다. 이는 주
로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한 유전자조작물 자유시장화
압력의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


유전자조작 표기 강화





사진/ 유전자조작 농산물 재배에 반대하는 프랑스 농민들의 시
위(위,SYGMA).
프랑스의 한 농장. 유럽은 1998년부터 유전자조작 농산물에 대해 유예조처를 내렸다(아
래,GAMMA).

거대시장인 유럽은
미국이 군침을 흘리는 시장이다. 하지만 유럽은 유전자조작 생산물을 반대하는 물결이 거세 미
국 요구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까다로운 시장이기도
하다. 유럽에서는 유전자조작물 시장 확장에 앞장서는 다국적기업의 팽창 야욕을 반대하는 데 그
치는 게 아니라, 유전자조작 물질에 대한 과학성과
안전성 그리고 환경적 요인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다양한 단체들이 앞장서 반대하고 있다. 이
들은 유전자조작 문화 자체가 자연생태계를 위협한다는
데 초점을 맞춘 자연 및 환경 보호 차원의 강력한 논리를 앞세워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은 1998년부터 유전자조작 농산물에 대해 유예조처를 내렸다. 따라서 수입
과 생산은 유예 상태에 있다. 또 2000년부터
정해진 양을 넘는 유전자조작물을 포함하는 농산물은 표기를 반드시 해 소비자에게 알리도록 하
는 정책 방침을 세워놓았다. 이처럼 유럽은 미국에게
있어 유전자조작물을 팔아먹기 힘든 그야말로 골치 아픈 시장인 셈이다. 그래서 미국은 끊임없
이 유럽의 유예조처를 해제하라고 세계무역기구를 통해
압력을 넣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월 유럽과 미국의 연례회담에서도 이 문제가 최대 쟁점이었다.

유전자조작 농산물의 반대는 생명공학 발전을 미국에 비해 크게 뒤처지게 만들고 있다는 점에
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유럽에서
유전자조작 농산물의 생산이 가능한 면적이 1만 ha에 그치는 반면, 유럽 외 지역에서는 자그마
치 6천만ha의 땅이 유전자조작 농산물 생산용으로
쓰여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전자조작 농산물의 연구와 생산을 장려하는 쪽의 입장에서는 누군가 유전자조작 농산물의
과학적 안전성을 증명해내거나 여러 반대단체들과의
협상이 원만히 이뤄지길 기원했지만, 오히려 반대 목소리가 더 높아져 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
린피스’를 기치로 각 나라의 녹색당 소속 정치인들과
농민 노조들이 반대 목소리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유럽은 유전자조작 농산물에 대한 수입 및 생산 유예조처를 올 가을께 해제할 예정이다. 대
신 7월2일 유럽 의회에서 채택된 ‘유전자조작
농산물 표기 강경화’ 법안이 중심 구실을 하게 된다. 유전자조작 물질과 그 농도까지를 정확히
표기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이 법안은, 소비자들이
제대로 알고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보강한다는 점에서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소비자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는 실질적 조처가 되기 위해서는 측정과
표기에 따른 엄격한 규칙이 지켜지도록 절차적·체계적 감시가 강화되어야 한다. 또 유전자조작
농산물 재배에 따른 일반 토양의 오염 가능성이
제기되고 유전자조작 농산물과 정상적 작물, 특히 바이오 식품의 재배가 병행될 수 있느냐는 의
문도 제기되고 있어 일각에서는 유전자조작 농법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럽시민 70%가 반대


나날이 의문을 더해가는 유전자조작 문화에 대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럽 시민의 70%가 유
전자조작 문화 보급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시민의 70%가 반대하는 유럽, 그것도 농민 노조의 활동이 가장 활발한 프랑스
에서 노조와 시민의 선봉에서 유전자조작 농산물
보급을 반대하며 농작물을 파괴한 보베의 행동은 ‘범죄’가 아니라 오히려 ‘정당방위’라는 논
리가 나오고 있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런 현상일지
모른다. 정당방위 행위에 내려진 10개월 감옥형은 그 자체가 정의에 어긋난다는 목소리가 많다.

농민들 및 좌익정치인들이 ‘보베 석방’을 외치는 가운데 시라크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보베
에게 2개월 특별사면을 허용했으며, 7월14일
혁명기념일에 관행적으로 실시해온 다른 사면 혜택을 적용시켜 모두 4개월 정도의 사면혜택을
줄 예정이다. 하지만 보베 수감 첫날부터 많은 농민들과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조제는 집으로, 시라크는 감옥으로’라고 외쳤다. 보베 석방운동은 나날
이 그 열기를 더해 이제 ‘무조건 석방’ 요구가
거리를 메우고 있다. ‘조제 보베 없이는 혁명기념도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파리=이선주 전문위원 gaseyo@free.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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