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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갯벌이 금고였는데…” – ‘새만금 간척 논란’ 지역 민심의 현장을 가다


“갯벌이 금고였는데…”



‘새만금 간척 논란’ 지역 민심의 현장을 가다












ⓒ 연합뉴스
새만금 간척 사업 현장을 찍은 인공위성 사진. 위쪽 끊긴 실선
부분이 새만금 4공구
현장이다.

전라북도 군산시 새만금 4공구로 가는 길. 바닷모래가 깔려 있는 비포장 도로변에 보트와 닻
이 올라와 있다. 바다를 육지로 만들고 남은
흔적이다. 도로 오른쪽으로는 군장 산업단지 조성 공사가 한창이었다. 4공구 방조제 공사 현장에
는 바다를 메울 돌망태가 4겹으로 늘어서 있다.
줄지어 선 돌망태더미의 길이는 3백m가 넘어 보였다.

4공구는 비응도와 야미도를 연결하는 구간이다. 비응도와 연결된 방조제와 야미도에서 시작되
는 방조제가 만나려면 1.8㎞ 남았다. 이곳
주민들은 4공구 물막이 위치가 가장 중요한 지점이라고 말한다. ‘새만금 사업 즉각 중단을 위
한 전북 사람들’의 주용기 상임집행위원장은 “4공구는
물이 들어왔다가 휘감고 나가는 지역으로서 파랑이 세다. 4공구 공사가 끝나 물길을 막아버리면
갯벌은 끝장이 난다”라고 말했다. 취재진은
비응도에서 출발해 3.3㎞ 비포장 방조제의 끝에 이르렀다. 어민들이 조업 하고 있었다. 1.8㎞ 남
은 방조제가 연결되면, 더 이상 볼 수 없는
풍경이 된다.

군산시 내초 마을. 마을 사람들은 아직도 마을 이름을 내초도(島)라고 부른다. 육지로 변했지
만 이곳 주민들은 갯벌이 생계 터전이다. 농업이
10이면 어업은 90이다. 내초도 문영호 이장(64)은 새만금 간척 사업에 적극 반대한다. 새만금 공
사가 끝나면 마을 공동체는 파괴될 수밖에
없다는 걱정 때문이다.

새만금 사업이 시작되면서 주민들이 일부 보상을 받기는 했다. 보상금은 1인당 9백80만원꼴
로 나왔다. 문이장은 “그때는 모르고 찬성한
사람이 많았다. 갯벌에 나가면 하루 4만원 벌이는 된다. 한 달에 100만원은 버는데, 1년치 수입
도 안 되는 그 돈이 제대로 된 보상인가”라고
말했다. 억울함을 삭이지 못한 마을 주민들은 5월25일 상경해 정부에 새만금 사업 중단을 촉구하
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쌀 남는데 농지가 왜 필요한가?”

새만금 사업은 전북 부안과 군산 사이에 33㎞ 방조제를 쌓아 농지 2만8천3백㏊와 담수호 1만1
천8백㏊를 만드는 간척공사이다. 대규모
공사로 여의도 면적의 1백40배에 이르는 농지를 조성하려고 1991년에 착공했다. 한 해 농사만 망
쳐도 7백만 섬의 쌀 생산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식량 안보 차원에서 새만금 간척 사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농림부의 주장이다.

그러나 환경단체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세계 5대 갯벌에 속하는 생태계의 보고라 할 해창 갯
벌이 사라지고, 담수호 수질 오염을 막을 수
없어 환경 대재앙이 생긴다는 것이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식량 안보 때문에 농지가 필요하다는
농림부의 주장에도 이들은 견해를 달리한다.
환경운동연합 박진섭 정책기획실장은 “5년째 쌀 천만석이 남아돌고, 휴경 농지에 대해 보상을
하고 있는데도 농림부는 쌀 부족 타령을 한다.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이다”라고 말했다.










ⓒ 시사저널자료
새만금 간척 사업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해창 갯벌(왼쪽). 오
른쪽은 생태계 보전을
주장하는 환경단체 회원들이 갯벌 탐사에 나선 모습.

결국 새만금 사업은 환경단체의 반대로 인해 착공 8년 만인 1999년 5월 공사가 중단되었다.
그러나 2년 뒤인 2001년 5월 공사
강행이 결정되었다. 현재까지 들어간 돈만 1조4천억원. 방조제 공사는 73%가 진척되었지만, 농지
로 개발하려고 할 경우 천문학적 예산이
필요하다. 1998년 9월 감사원은 “새만금 사업을 2011년 완공한다고 볼 때 농업용지로 개발하려
면 5조9천5백30억원, 복합산업단지로
개발하려면 28조5천5백29억원이 필요하다”라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전북 주민들은 개발에 대한 기대 높아

새만금 간척 사업에 대해서는 어민들의 입장도 갈린다. 새만금 방조제 건설 뒤 육지로 변하거
나 관광지로 개발될 것을 기대하는 신시도·비안도
주민들은 물막이 공사에 찬성한다. 반면 갯벌과 어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비응도와 부안 어민들
은 반대하고 있다.

전라북도는 새만금 사업에 전적으로 찬성한다. 전주에서 만난 한 40대 주민은 “호남 가운데
서도 전북이 제일 소외됐다. 새만금 사업을 하면
개발되고 그러면 살기 좋아지는 것 아닌가. 반대하는 어민들도 보상 다 받아놓고 이제 와서 왜
딴소리인가”라고 말했다. 조성천 원불교 교무는
전북지역의 민심을 이렇게 전했다. “전임 도지사가 새만금 개발이 곧 지역 발전이라는 선전을
워낙 많이 해서 내용도 잘 알지 못한 채 ‘그런가
보다’고 믿는 주민이 많다. 그동안 소외되었다는 심리가 워낙 강하다.” 전북 지역의 한 언론인
은 “찬성하는 사람들은 새만금이 농지로만 조성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개발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새만금 사업에 찬성하는 전북 주민들은 삼보일배에도 대체로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지역 현
안에 관한 일인데도 무관심에 가까웠다. 여기에는
새만금 개발에 찬성하는 지역 언론도 한몫 하고 있다. 전북의 한 지역 신문 기자는 “지역 언론
이 새만금 사업에 찬성하고, 삼보일배를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개 지역 언론들이 관청과 인맥으로 엮여 있고, 건설사와 관
급 광고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새만금 사업에 대해서는
전라북도의 손을 들어주는 형편이라는 것이다.

부안군 해창 갯벌. 새만금 방조제가 건설되면 갯벌은 사라지게 된다. 지난 5월22일 오후 4시
해창 갯벌에서 소라를 줍던 한 할머니는
“갯벌이 금고였는데 이제는 많이 변했다”라고 말했다. 방조제 공사를 시작하고부터 갯벌에 뻘
이 많이 생겨 바지락·굴 등이 이전보다 많이 줄었다는
것이다. 이 할머니는 “반지락(바지락) 안에 흐레(뻘)가 들어가 있기도 하고, 무진장 안 좋아졌
어. 없는 사람은 이걸로 살았는데, 이거 없어지면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고 탄식했다. 아침 10시부터 캤다고 하는데 소라가 광주리의 반을 조금
넘었다. 방조제의 영향이다.

‘새만금 사업 즉각 중단을 위한 전북사람들’의 주용기 집행위원장은 “방조제 진척도가 73%
라고 선전하지만, 앞으로 농지를 만드는 등 남은
전체 공정을 따지면 20%도 채 진척되지 않았다. 본전 생각만 계속 하다간 투기판에서처럼 패가망
신할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지금이라도 공사를
중단하고 새만금 갯벌을 활용해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의 말처럼 꺼져가던 새만금 논란은 삼보일배로 다시 지펴졌다. 정부는 6월 초까지 ‘새만
금 신구상 기획단’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의
와중에도 부안에 있는 새만금 1호 방조제 공사 현장에는 돌무더기를 실은 덤프 트럭이 연신 오갔
다.

차형석 기자 papapipi@sis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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