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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사르 총회와 녹색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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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습지, 건강한 인간’을 주제로 한 제10차 람사르 협약 당사국 총회가 경남 창원에서 열렸다. 이번 총회는 158개국 협약 가입국 정부 대표와 국내외 전문가, NGO 관계자 등 약 1500명이 참석하여 습지의 중요성을 새삼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다. 우리나라 정부에서도 대통령을 비롯하여 국토해양부 장관, 환경부 장관, 경상남도 도지사 등이 참석하여 가히 ‘환경올림픽’이라 할 만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 주었다. 언제부터 이런 분들이 갯벌과 습지의 중요성을 역설해 왔던가 회상해 보면 카멜레온처럼 상황에 따라 자신의 모습을 바꾸어 처세하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인사말과 축하의 말을 하는 바로 그 순간에 세계 5대 갯벌의 하나였던 새만금은 죽어가고 있었고, 경남지역 해안가를 비롯하여 전국의 25군데 갯벌이 굴삭기 굉음아래 처참히 무너지고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람사르 총회에서도 ‘저탄소 녹색성장’을 다시금 강조했다. 그간의 사정을 잘 모르는 외국인 참가자들은 한국 대통령의 친환경적인 비전과 녹색성장을 향한 리더쉽이 대단하다며 칭찬에 열을 올리기도 하였다. 정책의 일관성과 구체적 내용 없이 내던져진 ‘저탄소 녹색성장’ 넋두리는 마침내 은유적 운하 건설 의지로 마무리되었다. “전국 각지에 습지와 물길, 생태•문화 탐방로를 연결하는 생태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푸르고 여유로운 국토공간을 국민들에게 되돌려 주도록 하겠습니다”  물류에서 관광으로, 내륙개발에서 하천 정비와 수질관리 등으로 변신을 거듭해 온 운하의 묵시록(黙示錄)이다.  


이명박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이 발표된 지 두 달이 넘었지만, 아직도 비전과 중장기 목표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저탄소’와 ‘녹색성장’이라는 화두를 선점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중요한 것은 이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일이다. 시민단체의 입장에서 무조건적인 비판보다 건설적인 관점에서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해보면 다음과 같다.


녹색성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추진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해야 한다. 현재 청와대나 총리실에서 총괄하지도 않고,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도 먼 산 불보듯하고 있다. 그래서 결국 환경부와 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사무국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구조를 가지고는 범정부적 ‘저탄소 녹색성장’을 추진하기는 난망(難望)이다. 총리실에서 총괄해도 부처들이 말을 듣지 않아 골머리를 앓았는데, 환경부에서 이를 추진하게 되면, 국토해양부나 지식경제부가 환경부의 말을 듣겠는지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녹색성장포럼이 구성되어 분과별로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별다른 진척 없이 회의만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둘째, 국가차원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정해야 한다.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목표도 없이 ‘저탄소’사회를 이루겠다는 것은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는 지난 8월 기후변화대책기본법을 입법 예고하였지만, 온실가스 총량 규제에 대한 산업계의 반발에 부딪혀 국가 차원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과연 대통령이 선언한 ‘저탄소 녹색성장’비전을 청와대나 총리실은 물론 부처차원에서 제대로 추진하겠다는 것인지 아닌지 분명히 해야 한다.


셋째, 녹색성장은 지속가능한 발전의 관점에서 비로소 가능하다.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해서는 국제적으로 이미 많은 논의와 연구가 진행되어왔다. 현재 이명박 대통령은 녹색성장을 ‘에너지를 덜 쓰고 탄소를 덜 배출하면서 환경 친화적인 성장을 하자’는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데, 진정한 녹색성장이 되기 위해서는 경제발전과 환경보전이 조화를 이루고 이 과정에서 사회의 정의가 실현되고 균형적으로 발전해 나가는 전략으로 넓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넷째, 정부(1섹터)와 기업(2섹터)과 시민사회(3섹터)의 긴밀한 협력 속에서 녹색성장은 완성된다. 이미 시민사회는 독자적 발전의 길에 들어섰다. 어용시민단체라면 정부 마음대로 할 수 있겠지만, 그런 단체는 금방 정체가 드러난다. 좋든 싫든 한 사회를 제대로 효율적으로 꾸려나가기 위해서는 1,2,3섹터가 서로 협치(Governance)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섯째, 원자력 확대 정책은 재고하여야 한다. 세계 어느 나라도 녹색성장 한다면서 원자력을 확대하는 나라는 없다. 원자력은 사고의 위험성과 핵연료 공급의 불안전성, 일상적 위험과 폐기물 문제 등으로 결코 친환경 에너지원이 될 수 없다. 현재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는 불가피한 측면을 고려하여 현상 유지한다손 치더라도 추가적인 건설계획은 백지화해야 한다. 원자력발전은 전형적인 경성(硬性)기술로서 이는 줄여나가고, 풍력, 태양력 등 연성(軟性)의 에너지 기술을 늘려나가야 한다.


여섯째, 대통령, 국토해양부장관, 환경부장관까지 한 목소리로 습지의 중요성을 확인한 마당에 시화호와 새만금 갯벌을 최대한 원상 복구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대법원 판결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용도가 뒤바뀌며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새만금 사업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전북도민들은 더 큰 생태계 재앙이 오기 전에 갯벌 파괴의 미망(迷妄)에서 깨어나 갯벌의 가치에 눈을 떠야 한다.


일곱째, 졸속적인 그린벨트 해제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 그린벨트는 국토의 계획적인 활용과 균형 발전을 위해서 꼭 필요한 제도다. 더구나 전국에 20만 채에 가까운 미분양 아파트가 있는 상황에서 그린벨트를 해제하여 서민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은 졸속의 전형이며,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격이다. 진정으로 녹색성장을 하겠다면 국민들의 90%가 반대하는 그린벨트의 해제는 즉시 철회해야 한다. 그린벨트 망치면서 그린성장 가능할까 ? 


여덟째, 대운하는 이제 더 이상 말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정부 차원에서 은밀히 운하가 진행되고 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국회에서도 운하 추진 국회의원들은 ‘대운하에 대해 제대로 평가해 보았느냐’며 꺼진 불씨를 살리느라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2009년 예산안에 하천정비 및 수질관리 사업비의 외피를 두르고 운하 계획이 포함되고 있다는 제보도 잇따르고 있다. 운하는 하천생태계를 파괴하기도 하지만, 에너지 다소비를 수반하는 막대한 양의 철근과 시멘트를 쏟아 붓는 토목사업으로 ‘고탄소 회색성장’의 애물단지가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경제를 살리겠다며 대선과정에서 그토록 공언했던 747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어 버렸고, 환경규제를 완화한답시고, 상수원 보호 지역을 대폭 축소하고, 환경영향평가제도를 간소화하여 무분별한 개발을 조장하는 정책을 편 것이 불과 몇 달 전인데, 이제 또다시 ‘녹색’을 들고 나왔으니 국민들이 어리둥절할 만도 하다. 출범 후 하루가 멀다 하고 문제점과 구설수를 달고 다닌 정부이지만, 이왕 펼쳐진 ‘저탄소 녹색성장’계획 만큼은 하루빨리 제자리를 찾아가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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