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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뿐인 MB의 ‘저탄소 녹색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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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8.15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국가 발전 비전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녹색성장은 온실가스와 환경오염을 줄이는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녹색 기술과 청정에너지로 신 성장 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신국가발전 패러다임”이라고 말하고, 세부 과제로 △재생에너지 산업 등 녹색기술을 통한 일자리 창출 △그린홈 100만호 보급사업 △그린카 세계 4위 국가 도약 등을 제시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이번 선언은 지난 6.9 일본 총리가 발표한 ‘후쿠다 비전’과 ‘저탄소사회 만들기’ 프로젝트에서 급하게 베껴온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일본은 이미 1997년 말 교토의정서 체결 이후 ‘저탄소 사회’를 위해 꾸준히 준비해 왔고, 그 흐름 속에서 ‘후쿠다 비전’은 그 내용과 형식과 절차가 자연스럽고 실현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일본 총리가 선언한 온실가스 감축계획은 2020년 까지 온실가스를 2005년 대비 14%, 2050년까지 60∼80% 감축하는 것으로 획기적인 계획안을 담고 있다.


이에 반해 이명박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비전은 일관성도 없고, 중장기 감축 목표치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사회적 논의는 물론 정부 부처 내에서의 의결과정도 거치지 못하고 있어 졸속이라는 비판이 많다. 지난 3월 환경부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2012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수준으로 유지하는 목표를 세웠다가 산업자원부(지금의 지식경제부)의 거센 반발과 청와대의 결정으로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폐기한 바 있다. 불과 5개월 전의 일이다. 당시 환경부는 향후 온실가스 배출량이 2.2%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행 수준을 유지해도 실질적으로는 감축의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환경부의 안조차 극히 느슨하고 보수적인 목표치에 불과했지만, 이마저 뭉개버렸던 정부가 갑자기 ‘저탄소 녹색성장’을 들고 나왔으니 황당하기  짝이 없고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공무원들도 어리둥절해 하는 분위기다.


많은 국민들은 출범한 지 얼마 되지도 않는 시점에, 대선 공약에 대한 점검도 없이 불쑥 새로 내놓은 ‘녹색성장’ 비전에 대해 또 다른 한건주의적 발상이 아닌지 크게 우려하고 있다. 대선과정에서 그토록 공언했던 747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된 것이 엊그제의 일이고, 환경규제를 완화한답시고, 상수원 보호 지역을 대폭 축소하고, 환경영향평가제도를 대폭 축소하여 무분별한 개발을 조장하는 정책을 편 것이 불과 최근의 일인데, 이제 또다시 ‘녹색’을 들고 나왔으니 뭐가 뭔지 모를 일이다.


이명박 정부의 불안한 행보의 원인을 국민과의 소통 부족이 원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고, CEO 출신 대통령의 한계라고 보는 사람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조급한 성과주의에 빠져 각종 정책의 비용과 편익 측면, 득(得)과 실(失)을 신중하게 검토하지 않고, 그럴듯해 보이는 정책이라면 앞뒤 안 가리고 던져 놓고 보자는 식의 한건주의의 발로가 아닌지 스스로 진단해 볼 일이다.


과연 이명박 정부가 ‘녹색’을 이야기할 자격은 있는 것인가 ? 단군 이래 최대 토목사업으로 대대손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한반도대운하 사업을 하겠다고 공약하고, 운하 추진 논리가 궁색해지자, 물류에서 관광 → 내륙개발 → 하천 정비 → 수질관리 등으로 수시로 목적을 바꾸면서 생태계 대재앙 프로젝트를 밀어붙이다 결국 전문가들과 국민들의 저항에 부딪혀 계획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을 졸속으로 타결하고, 국민들의 검역주권과 건강과 생명권을 송두리째 미국에 넘겨버린 과오는 유사 이래 최고의 실정(失政)으로 기록되고 있다. ‘녹색’을 이야기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환경∙에너지∙보건 분야의 주요 실정(失政)들을 점검해 보면, 이들 문제들은 우연히 발생한 것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속성과 철학에서 구조적으로 발생한 문제들임을 알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6개월간의 짧은 경험을 통하여 우리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성찰해야 할 것이다. 진정으로 ‘녹색’정책을 펼쳐 보겠다면 무엇보다 먼저 대기업 중심의 성장제일주의 정책기조를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환경보전과 경제발전과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의 균형 있는 발전이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관점에서 모든 정책을 재구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근본적인 정책기조의 변화 없이 불쑥 튀어나온 ‘저탄소 녹색성장’비전은 한낱 구두선(口頭禪)에 지나지 않는다.


과정과 절차의 잘못과 정책 일관성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저탄소 녹색성장’의 비전은 우리사회가 앞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다. 그동안 환경단체를 비롯하여 우리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많은 사람들이 요구해 온 것처럼, 녹색성장과 지속가능한 발전은 환경과 경제와 사회분야의 균형 있는 발전 속에서 실현 가능하다.
 
‘저탄소 녹색성장’의 비전이 구체적으로 실현되려면, 가장 먼저 국가차원의 중장기 에너지 사용량 및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을 설정해야 한다. 이 목표량이 없는 국가 비전은 공허한 장밋빛 환상에 불과하다. 이 대통령이 제시한 신재생에너지 비율(2030년까지 11%)은 EU의 사례(2030년까지 30%)로 볼 때도 지극히 낮은 목표치이며, 새로울 것도 없고 선도적일 것도 없다. 이 내용들은 이미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초안에서 언급된 내용들이고, 이미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내용이다. 녹색성장을 이야기 하면서 도시와 농촌의 균형 있는 발전, 사회 구성원 모두의 행복과 복지수준을 어떻게 높여나갈 것인지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연구도 필요하다. ‘747’로는 안 되니까 ‘저탄소 녹색성장’을 들고 나온 것이라면 이는 국가 미래를 위해 너무나 불행하고 실망스러운 일이다. 이명박 정부가 진정으로 ‘저탄소’와 ‘녹색’의 비전을 추구한다면, 말로만 비전을 제시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정책 목표와 실행계획을 국민들에게 제시하고, 국민여론을 수렴하여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노력을 더욱 진지하게 기울여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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