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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한’ 환경예산, 긴축정책 희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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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신영동 화정박물관 건너편 인도에서는 보도블록 교체공사가 한창이다. 보도블록이 몇 군데 깨지고 아예 바닥이 주저앉은 곳도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다고 그 길 전체를 새로 깔아야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하수도 공사를 하는 김에 보도블록도 전면 교체공사를 한다고 한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2010년까지 5000억 원을 보도블록을 새로 까는 데 쓸 예정이다.


촛불 인파가 몰려서 서울시청 앞 광장 잔디가 수난을 당했다는 보수신문들의 합창이 있은 뒤 서울시는 6000만 원이 넘는 돈을 들여 새 잔디를 깔고 있다. 지난 4년간 서울시가 내놓은 잔디 보호정책의 핵심은 ‘접근 제한’이었다. 하지만 광장이란 시민들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불러들이는 열린 공간이다. 잔디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시민들의 출입을 막는다면 그건 광장의 존립 근거를 의심케 만드는 행위다. 애초 광장 바닥의 재질을 선택할 때 시민들의 운집을 고려했어야 했다. 그래야 죄 없는 잔디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던 게다. 지난 4년간 잔디 교체 비용만 9억 원이 넘는다. 잔디광장을 조성하는 문제와 관련해 이러저러한 우려를 싹 무시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촛불 타령을 하면 어쩌자는 것인가.


나라 전체로 보자면 이런 소소한 예산 낭비가 한두 건이 아니다. 가장 무모한 예산 낭비 사례로 기록될 뻔했던 대운하 사업은 80%에 가까운 국민의 반대로 ‘없던 일’이 됐다. 하지만 경인운하는 여전히 공사 중이고 어쩌면 대운하는 4대 강 치수사업이라는 이름으로 화려하게 부활할지도 모른다. 민자로 해서 수익이 안 나면 국가가 그 돈을 보전해줄 게 뻔하다. 정부가 국민의 혈세를 쏟아부어 직접 사업을 벌이는 방법도 있다. 어떤 방식이건 수십조 원의 돈을 낭비하는 밑 빠진 독이 될 공산이 크다.


이명박 정부의 묻지마 감세정책도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기획재정부는 현행 25%인 법인세를 20% 대로 내리기로 했다.


향후 5년간 기업들의 감세액은 총 8조60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문제는 이런 감세정책이 과연 경제 살리기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일 터인데, 역사적으로 보면 정반대의 결과도 있다. 감세와 경제 회복을 연계하는 정책은 미국 레이건 정부 때 시도됐는데, 소수의 기업 지배자들만 이익을 보았을 뿐 정책 자체는 실패하고 말았다.


불필요한 관급공사 최대한 줄여야

대규모 세금의 증발이 불러올 두려운 미래는 감세분을 메우기 위해 꼭 필요한 예산마저 긴축하는 일이다. 이명박 정부는 예산에서 총 20조 원을 줄이겠다고 공언해왔다. 중앙정부 예산 10%를 절감한다는 목표를 제시하자마자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앞다투어 환경과 복지 예산을 줄이기 시작하고 있다. 아토피 관련 예산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는 아토피를 앓는 어린이가 네 가구 중 하나꼴로 있는 사회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의 내년 아토피 예산은 올해보다 고작 1억 원 증액된 28억 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유럽의 국가들이 ‘알레르기는 정치다!’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환경 질환을 줄이기 위한 예산을 대폭 늘리고 있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정부가 국가 예산을 서민들이 가계부 쓰듯 계획하고 집행한다면 이런 일들이 벌어질 리 만무하다. 따라서 ‘어디에 먼저 세금을 쓸 것인가?’를 정하는 절차와 예산 집행 과정에서의 낭비에 대한 국민의 감시가 획기적으로 강화되어야 한다. 그래야 기업들의 이익을 보장하는 대가로 서민들에게서 환경의 질을 개선할 기회를 빼앗는 뒤틀린 예산배분의 고질병을 고칠 수 있다.


올해만 공무원 인건비를 빼고 230조 원이 넘는 예산이 집행될 예정이다. 환경과 복지 분야처럼 삶의 질 개선에는 과감하게 써야겠지만, 관급공사 지원금처럼 불요불급한 곳의 예산은 최대한 줄여야 한다. 진짜 구두쇠는 돈의 용처를 잘 가리는 사람이지 무조건 아끼기만 하는 수전노가 아니다. 예산총액만 줄이면 만사형통인 것처럼 여기는 정부가 가져야 할 용전론(用錢論)이다.


* 이 글은 뉴스메이커 784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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