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일반 관련자료

이 가족이 사는법 – 김혜장. 신재정씨네

김혜장·신재정씨 네


마포두레 생활협동조합원들이 초등학생들을 위해 만든 방과후 교실‘꿈
터’에서. 나라와 종호는 이우학교에
입학지원서를 내놓은 상태다.
/최순호기자

첨서울 성산동 성미산자락에 사는 여성학자 김혜장(42)씨네 네 식구는 미
국 할렘 같은 빈민촌에선 살아도
무인도에선 단 하루도 못산다. 그건 이웃집 ‘한슬이네’가 증명한다. 양
쪽 집 다 맞벌이에 남매 둘씩인데,
1주일에 적어도 다섯 번은 만나 수다를 떨고 한솥밥을 먹어야 직성이 풀린
다. 한쪽 엄마의 귀가시간이 늦으면
다른 엄마가 네 아이들을 먹이고 씻기고 재워서 다음날 등교까지 시킬 정도
다. 팬티까지 제 아이들 것으로
갈아입혀 보내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우리 집이나 마찬가지니까요. ‘마포두레 생활협동조합’이라고 들어보
셨어요? 여기 조합원들은 다 우리처럼
살아요. 사는 재미가 따로 있나요 뭐? 이웃집에 마실 가고, 일도 품앗이하
고, 아이들 문제도 머리 맞대고
상의하고. 우리 마을에선 숲속 음악회도 열립니다.”

김씨네 가족의 이른바 ‘공동체 생활’은 10년 전 시작됐다. 네 살 된 나
라(13)를 어느 유치원에 보낼까
고민하던 중 신문에서 공동육아 어린이집 모집 기사를 읽었다. 지역의 부모
들이 출자해 어린이집을 세우고 교육
프로그램도 직접 만들어 운영한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자고로 여럿이
함께 키워야 한다”고 믿은 남편 신재정(44·제천정신병원
전문의)씨의 적극적인 지지로 김씨는 국내 최초의 공동육아 어린이집인 신
촌 우리어린이집의 창립 멤버가 됐다.

현관문만 닫아걸면 완벽하게 ‘남’이 될 수 있는 아파트촌에서 공동육아
의 파급효과는 의외로 컸다. 유기농산물
거래부터 무료법률상담까지 공동으로 하는 생활협동조합을 만들고, 어린이
집에 이어 초등생을 위한 방과 후 교실을
마련하고…. 청년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마포스 밴드’는 1년에
한번 마을축제인 ‘숲속 음악회’를
주도한다.

“솔직히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즐거워해요. 옛날엔 다들 이렇게 살았잖
아요. ‘우리’를 걱정하며 함께
사는 노력은 큰 힘이 되기도 합니다. 성미산에 배수지를 건립하겠다는 서울
시에 맞서 캠페인을 벌이는 중인데,
지난달 열린 전문가 공청회에서 자연녹지로 보전하는 게 더 가치있다는 결
론이 나왔답니다.”

공교롭게도 경상도의 전형적인 유교 집안에서 태어나 대식구 북적대며 살
았던 두 사람은 신접살림도 시할머니,
시누이, 시동생과 함께 시작했다.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골수’ 페
미니스트와 보수적인 교육자 집안의
의사 맏아들의 조합! 그것이 가능했던 건 서로에 대한 존중과 이해, 그리
고 융통성이다.

“한번은 시아버지 생신과 제 사촌 여동생 결혼식이 겹친 적이 있어요. 뭐
가 더 중요하다 우기면 싸우기밖에
더해요? 남편과 함께 1주일 전에 결혼식 축하해주러 다녀왔죠.” “개업의
는 싫다”고 고집하며 지방의 정신병원들로
자청해 옮겨다니는 신씨야말로 김씨의 듬직한 동반자다. 아내의 귀가시간
이 늦으면 집 앞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렸다가
만나 함께 들어가고, 술이라도 마셨으면 잠시 포장마차에서 들러 자기도 한
잔 걸치는 식. 얼마 전 김씨는
박사학위 논문의 주제를 ‘공동 노인 모시기’로 정했는데, 말년을 외롭게
보내고 있는 시어머니 때문이다.
“시아버님과 사별하신 뒤 장남 뒷바라지한다고 제천으로 따라가셨는데, 남
편이 퇴근해 들어올 때까지 종일 혼자
지내세요. 공동육아처럼 마을에서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공동으로 노인
을 모시는 정책을 제안해보려고요.
의지만 있으면 어렵지 않아요.”

이 부부는 또, 오는 9월 문을 여는 도시형 대안학교 ‘이우’에 일명
‘100인 공동체’로 불리는 설립위원으로
참여했다. 자신들은 전세방 신세를 면치 못했으면서 3000만원의 기부금을
학교의 종잣돈으로 성큼 내놓은
것. “대학 진학을 위해 12년의 학창시절을 저당잡히지 않아도 되고, 출세
가 아니라 더불어 사는 삶의 소중함을
먼저 가르치는 학교가 세워진다면 전 재산을 투자한다 해도 아깝지 않다”
는 게 이들 부부의 신념이다.

(김윤덕기자 sion@chosun.com )

admin

정책·일반 관련자료의 최신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