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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품으로 돌아가야 할 용산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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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용산에서 떠나면 공원이 조성될 것이라고 한다. 이 공원을 이용할 서울 시민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서울은 국제 경쟁력을 갖춘 아시아 금융 허브가 되기엔 매력과 여건이 다소 떨어진다.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대기오염과 쾌적성 문제. 서울의 대기오염은 선진국의 대도시에 비해 여전히 심각하다. 강력한 배출 규제와 상당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등 일부 대기환경지표는 여전히 빨간불이 밝혀진 상태이다. 1인당 생활권 공원 면적도 뉴욕이나 파리의 절반, 런던이나 베를린의 1/4에도 미치지 못한다. 매연이 뒤덮이고 녹색이 부족한 상황에서 서울의 노른자위에 위치한 용산기지가 곧 푸르른 녹지와 쉼터의 모습을 하고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 현재 일부 조성된 용산공원의 모습 ⓒ 정책실
▲ 현재 일부 조성된 용산공원의 모습 ⓒ 정책실

용산기지의 공원화는 서울의 풍경과 이미지를 완전히 바꿀 천우신조의 기회이다. 먼저 냉전의 산물로 시민의 자유로운 출입을 막았던 용산 미군기지가 매연에 찌든 회색빛 도시에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고 후손에 물려 줄 역사 공간이자 자연 유산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넓게 보면 용산기지 공원화는 서울의 생태축을 복원하는 결정적 사업이다. 북악산에서 종묘를 지나 남산을 거쳐 용산에 숲이 조성된다면 서울시 남북으로 형성된 거대한 녹지축이 한강과 교차하게 된다. 상상만해도 아름답고 즐겁지 않은가.

그런데 이런 경사스런 일을 두고 정부와 서울시는 쉼없이 충돌을 빚고 있다. 지난 8월 24일 국무총리실에서 거창하게 준비한 ‘용산기지 공원화 선포식’엔 대통령의 옆자리에 서야 할 서울시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축하객으로 앉아 있어야 할 시민단체 대표들 상당수도 보이지 않았다. 행사가 열린 국립중앙박물관 근처에서 ‘용산기지 개발 반대와 용산공원 특별법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했기 때문이다.
건교부와 서울시의 다툼만 부각되면서 정작 용산공원의 주인이 되어야 할 시민들의 목소리는 듣기 힘들다. 국가가 주도할 용산기지의 활용 방안은 시민, 나아가 국민들의 바램과 요구를 반영해서 결정해야 한다.

▲ 용산공원 특별법 반대 기자회견에서 ⓒ 녹색연합
▲ 용산공원 특별법 반대 기자회견에서 ⓒ 녹색연합

말과는 다르게 정부는 용산공원이 아닌 용산개발을 계획 중이다. 국무총리실과 건교부가 용산기지 공원화를 말하고 있지만 지난 7월 28일 입법예고한 특별법안에는 초고층 상가나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복합개발의 의지와 계획들이 담겨있다. 한미 간의 기지이전 협상의 결과에 따라 막대한 주한미군 기지 이전 비용을 마련해야 하는 정부는 용산을 개발해서 일부 비용을 마련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건교부가 용산공원 조성을 맡은 배경도 용산 개발을 통해서 기지 이전 비용을 마련하는 것에 건교부가 적임자라고 생각했기 때문 아닐까.

그런데 서울시가 메인포스트, 사우스포스트 81만평의 공원화를 요구하고 시민단체들은 한 걸음 나아가 용산 개발 반대와 전면 공원화를 강력하게 들고 나오자 건교부 장관은 예정에도 없던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산재 기지를 제외한 81만평 본기지는 완전히 공원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81만평 본기지 공원화 발언은 진실을 교묘하게 가리고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의 ‘용산 민족,역사공원 건립추진위’ 홈페이지엔 용산공원의 규모를 ‘용산가족공원, 중앙박물관, 전쟁기념관 등을 합쳐 약 80만평 규모로 가능’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세 부지는 용산 본기지 81만평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이 세 부지 면적만 해도 약 16만평에 이른다. 즉 81만평에서 약 15만평 내외는 이미 다른 용도를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 대사관 이전지가 2만 4천평, 드래곤힐 호텔 2만 5천평, 국방부 요청 부지 5만 7천평 등이 이미 공원용지에서 제외된 셈이다. 공원이 조성되어도 이런 시설들은 그대로 자리를 잡을 것이다.

▲ 더 많은 녹지와 쉼터는 서울시민들의 품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 정책실
▲ 더 많은 녹지와 쉼터는 서울시민들의 품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 정책실

건교부가 진실로 81만평을 공원으로 조성하겠다면 미군과 국방부가 요청한 부지에 대해서 우리 정부가 어떤 입장인지 정확히 밝혀야 한다.
반면 건교부는 공원접근시설과 공원의 문화, 휴양시설 조성을 위해 용도 변경이 필요하고 건교부가 용산공원 조성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건교부는 분당선을 연장하여 용산역까지 연결하면서 용산부지 내에 전철역을 설치하고 지하복합공간을 조성할 구상을 흘리고 있다. 이런 것을 공원 조성 사업으로 간주하는 건교부의 해석과는 달리 많은 사람들은 이것을 전형적인 개발 사업으로 볼 수밖에 없다.

캠프 킴, 유엔사, 수송단 등 본 기지와 인접한 미군기지 5만 8천평의 용도도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 정해야 한다.
미군 기지 이전 비용 마련과 반환 용산기지 활용을 구분해야 한다는 논리와 주장이 대중적 설득을 얻는 상황에서 산재 미군기지라도 개발해야 한다는 논리는 근거가 희박하다. 우리가 용산기지를 활용할 때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용산 공원화의 원칙과 방향을 정해야 할 것이다. 인접 기지도 반환받는 용산기지의 일부이기 때문에 이런 원칙과 방향은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

인접 기지를 개발한다면 그것이 본기지 공원화와는 어떻게 구별되는 지, 또 인접 기지 주변 정비 방침과는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지 함께 고려해야 할 과제가 한 둘이 아니다. 인접 미군기지 개발에 앞서 용산공원이 부자들의 앞마당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경관의 독점화 혹은 사유화를 막을 방안부터 서울시와 정부는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2045년에 용산공원 완공하겠다고 일정을 밝혔다. 124년간 외국 군대의 주둔지로 내 주었던 수도 서울의 중심지를 민족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역사 공간으로 보전하면서 세계에 자랑할 도심 생태공원으로 만드는 대역사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정부는 조급하게 서두르며 개발 위주의 ‘용산공원 특별법’을 밀어붙이기 보다는 더 많은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하여 용산공원의 경계와 용산공원의 성격을 명확히 하는 용산공원 마스터 플랜부터 제시해야 할 것이다. 기지 이전 비용과 용산 공원 조성 비용 마련도 다양한 전문가는 물론 시민의 지혜를 모아서 함께 풀어야 한다. 도시 공원은 조경공사가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하고 사랑하는 시민들에 의해 달라진다. 시민의 외면을 받는다면 용산 공원도 또 하나의 개발사업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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