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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시민사회 참여가 불편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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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법률센터 조성오 운영위원

얼마 전 새로 이사 온 아파트 뒷길 한가운데 집이 한 채 있다. 이용도가 낮은, 아파트 단지 사이의 겨우 300㎙짜리 2차선
도로여서 이 때문에 교통불편을 겪지는 않았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아파트 주민들의 적응력이었다.
그 집으로 인해 양분돼 도로 구실을 못하는 어중간한 공간을, 처음에는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이들이 점거하더니 조금 뒤에는 배드민턴,
축구, 조깅 등을 즐기는 사람들이 나타났고, 이제는 주부들이 아기를 데리고 나오면서 나름대로 산책로를 갖춘 역할을 하고 있다.
가끔 이 길을 걷다 보면 서울에서 차나 매연으로부터 이만큼 자유로운 산책로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즐거워진다.

우리 국민의 반이 수도권에 밀집해 있다. 사람이 모이면 집도 필요하고 도로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무한정 지을 수도 없다. 그리고 영국의 수학자가 증명했듯 도심의 도로건설은 교통분산보다 교통집중의 효과가 훨씬 더 크다.

그래서 1970년대부터 수도권 분산 정책이 입안됐다. 2년 전에는 신행정도시특별법이 국회를 통과,
행정수도 이전이 현실화하는 듯 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계획이 좌초함에 따라 일부 부처가 이전하는 행정특별시 건설 계획안이
추진되기에 이르렀다. 수도권 분산은 일부 기득권층은 몰라도, 대다수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일 것이 분명하다.

국민소득은 1만 달러를 넘어섰지만 환경지수는 고작 세계 124위다. 녹지에 배고프고 휴식공간에
목마른 처지다. 특히 수도권의 인구 집중과 과밀화, 그로 인한 삶의 질 저하는 위험 수준이다. 정부의 획기적인 정책만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사회갈등이 훨씬 더 다양하고 복잡해짐에 따라 정부 결정이 그 모든 요소를 고려, 반영하리라는 기대를
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이럴 때 사회통합과 국책사업 결정에 대해 시민사회의 적극적 참여를 생각할 수 있다. 참여정부의 모토도
국민의 국정에의 접근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국민 참여권이 선거 때뿐만 아니라 평시에도 보장 될 때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대단히
크다.

먼저 민주적 정당성의 확보다. 중요정책이나 환경, 복지 등 장기적 전략이 필요한 결정에 앞서 시민사회로부터
정보와 의견을 상시 수렴할 수 있다면 그 최종결정은 사회적 합의에 접근할 수 있다.

둘째, 절차적 정당성이다. 이 경우 특정계층이나 특정 정부부처의 이익과 독단에 치우치는 정책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셋째, 참여민주주의의 실질화다. 국민은 민주주의의 직접 경험을 통해 국정에 대한 책임과 관심을
갖게 될 뿐만 아니라 성숙한 민주시민이 될 수 있는 토대가 형성될 것이다.

물론 국민 참여권의 실현을 위해서는 전제가 되는 제도의 정비가 필수적이다. 국민의 국정정보 접근성의
실질적 보장,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통로의 상시화, 사후책임을 물을 수 있는 국민소환제나 집단소송제의 도입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도로로서의 효용이 없어진 우리 아파트 길을 산책하면서 길 중앙을 막고 있는 집이 철거되더라도 도로
효용성이 낮은 이 길은 계속 산책로로 남겨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경험한 주민이면 모두 다 동의하는 것이다. 거주자가
아닌 관할 관청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지혜로운 결론이다.

국민은 정부정책의 혼선을 지겹게 느끼고 있다. 이제는 국민이 국가정책 결정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할 때다.

시민사회의 국정참여가 세계적인 추세임에도 우리의 경우는 시민단체가 정책 결정과정에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등 시민의 권리를 제약하는 시대착오적 발언이 계속 나오고 있다. 우리 사회가 참여민주주의의 실현과정에서 겪고 있는 여러 경험들은
차원 높은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가치 있는 진통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 이 글은 2월 25일자 한국일보에 기고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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