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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농성, 눈물 그리고 겨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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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위기를 호소하는 환경활동가들의 농성 기자회견. ⓒ조한혜진

천막도 없이 비가 내려도 의지할 곳 없이 우산을 들고 아스팔트에 앉아 3일째 풋내기 환경활동가들이
중심이 되어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국민들이 잘 알고 언론에 자주 비치는 그런 환경 운동의 원로나 대표들이 아니라
기껏해야 3-4년 짧게는 4개월도 채 안된 아직 부족하고 미숙한 환경활동가들이 자리를 박차고, 당장의 역할을 뒤로 하고 지금
광화문 한 귀퉁이 정부종합청사가 훤히 보이는 열린 시민공원 맨바닥에 앉아 환경위기를 호소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다. 우리는 3일째
접어든 이 길바닥 농성의 끝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환경단체 대표들이 농성과 단식을 시작할 때 정부의 일방적이고 무모하기 이를데
없는 정책들이 수정되고 재정리될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차가운 거리에 매일 나가 정부에 항의하는 시위를 할 때에도 이제
정부가 우리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일말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우리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차가운 거리로 무작정 나선 것이다.

환경위기를 호소하는 환경단체들의 절박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는 보란 듯이 환경파괴정책들을
속속 발표하면서 오히려 우리를 조롱하고 있다. 2004년 11월 10일 전국의 수백개 환경단체들이 노무현 정부가 내놓은 각 종
개발정책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며 뒤이어 단체대표들의 농성과 단식, 항의집회와 시위가 끊이지 않았지만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밀어붙였다.
대화로서 문제를 풀어보자고 사탕발림을 하던 정부와 여당은 환경비상시국회의가 출범한지 한달도 채 지나지 않아서 그 속셈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11월 25일, 열린 우리당은 기업도시특별법을 야당의 퇴장속에서 자신들의 입맛대로 상임위를 통과시켰다. 12월
1일, 환경부는 국립공원위원회를 열어, 과천 정부 청사 회의장을 기습 점거하여 회의를 중단해줄 것을 요구하는 환경단체 활동가들의
호소를 뿌리치고 회의장을 옮겨 계룡산 국립공원관통도로건설을 표결처리하는 비열한 행동을 서슴치 않았다. 그 뿐이 아니다. 12월
2일, 건설교통부는 6홀이하 미니 골프장을 도시계획법상 체육시설 어느곳에도 지을 수 있는 시행규칙을 발표하였다. 골프장 건설
규제완화에 대해 국민여론의 80% 반대하고 있고 대통령의 지시로 지속가능위원회에서 골프장 정책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환경단체가 그 어느때보다 환경위기가 심각함을 호소하고 개발정책을 중단하거나 재검토할 것을 요청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서두르지도
않아도 될 사업들을 연이어 발표하는 정부의 진정한 속셈은 무엇인가?

출산휴가로 1년간 몸을 풀고 나온 젊은 여성 활동가는 그가 출산하던 날 자신의 아이에게 생명과
환경을 지켜줄 것을 약속했다며 이제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가 의문시된다면 서글픈 눈물을 보였다. 그리고 모두가 그 눈물에
자연에 대한 아름다운 사랑을 느꼈다. 천막도 없이 시작된 거리 농성 3일째, 오늘은 아침부터 일찍 비가 내리고 있다. 이미 비가
올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우리는 전날 직접 하늘을 보고 예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막상 겨울비가 내리다 보니 지붕을 막을 수 없는
농성장으로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겨우 의자를 놓고 우산을 쓰고 앉아있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인 것 같다. 이 비가
그치지 않고 밤새 내리면 우리는 의자에 앉아서 밤을 세워야 될 것 같다.

그러나 아무리 추운 혹한과 눈비가 몰아쳐도 우리는 돌아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이 차가운 거리에
앉아 국토와 환경파괴로 신음하는 자연과 생명의 숨소리를 함께 느낄 것이다. 우리의 잘못으로 지키지 못한 뭇생명들의 고통을 함께할
것이다. 그리하여 겸허하고 진실한 마음으로 다시금 그 생명들을 살리는 운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노무현 정부가 진정하게
반성하지 않는 한 이 차가운 거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길거리에서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또 호소할 것이다.
지금 경제의 어려움을 무차별적인 환경파괴로 해결할 수 없음을 간곡히 호소하고 우리의 진정성을 보여줄 것이다.
차가운 길거리 맨바닥 농성을 결심한 젊은 환경활동가들의 용기와 자연을 향한 눈물 그리고 그 답으로 보내준 겨울비를 맞으며 우리는
굳센 인내력을 더욱 확고히 다지고 있다.

글/ 환경연합 정책실장 박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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