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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기지 환경오염으로 고통받는 필리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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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부기구 교류차원에서 대구환경연합 사무처 식구들과 함께 필리핀을 다녀왔다. 필리핀에서
7박8일 동안 여러 가지 일정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미군기지 환경오염 피해자들과 만난 일이었다.

수빅(Subic)과 클라크(Clark)는 각각 아시아 최대의 미 해군기지와 공군기지였다. 그러나
1991년 6월 인근에 있던 피나투보 화산이 대규모로 폭발하자 불안을 느낀 미군 당국은 1992년에 전격적으로 기지 폐쇄를 단행하고
미군이 철수하게 된다. 거대한 수빅과 클라크 기지에서 온갖 전쟁 연습을 해오던 미군이 필리핀에 남긴 것은 엄청난 양의 독성물질이었다.

▲필리핀 미군기지 현장을 방문한 대구환경연합 식구들

수빅 기지는 6천 헥타에 달하는 규모였는데 산으로 둘러싸인 넓은 들판이 바다와 만나는 천혜의 요새였다.
우리는 피해자들의 조직인 YAKAP(자연자원보호) 사무실에서 7명의 피해자들을 만났다. 수빅의 피해자들은 대부분 미 해군기지에서
수송작업을 하거나 부두노동자로 일하거나 잠수함과 배 수리 일을 오랫동안 했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미국 법정에 손해배상 청구를 하기 위해 현재 1100여 명의 소송단을 모은 상태인데, 엑스레이
촬영을 한 결과 모든 사람의 폐에 석면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석면, 6가 크롬, 수은 같은 중금속이나 독성물질에 오염되어
특히 폐와 호흡기, 피부질환이 많았다. 폐암으로 고통받고 있거나 숨쉬기가 힘들고 물 마시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아직 피해자들의
규모와 피해원인에 대한 조사가 완결되지도 못한 채 한명 두명씩 죽어가고 있었다.

클라크의 피해는 상상 이상이었다. 미군이 떠난 뒤 필리핀 정부는 빈민들을 이주시켜 그 곳에 살게
했는데 모든 비극이 그 때부터 시작된다. 이주한 주민들은 우물에서 물을 길어 마시고 아이들을 씻겼다. 물에 기름이 떠 있고 악취가
심했지만 가난한 주민들은 어쩔 수 없이 그 물을 먹어야 했다. 미군들은 자기 나라에서 물을 직접 공수해서 먹었지만 주민들은 달리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몇 달 뒤부터 주민들, 특히 노약자들, 임산부들에게 이상 증세가 나타났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심각한 질병을
가진 채 태어났다.

우리는 어느 종교재단에서 지었다는 회관에서 클라크 지역 피해주민 100여명을 만났다. 우리를 만나기
위해 불편한 아이들을 데리고 아픈 몸을 이끌고 온 사람들이었다. 뇌의 뼈 한 조각이 코 옆으로 내려온 안면기형, 뇌에 물이 차고
성장이 멈추어 버린 아이, 대뇌증으로 몸을 가눌 수 없어 늘 안겨있거나 누워있어야 하는 아이, 청각,시각,언어 장애…

▲필리핀 미군기지 현장을 방문한 대구환경연합 식구들

가족 중 한두 명이 아니라 가족 모두가 질병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문제가 생긴 이후에도 그들은 여전히 그 우물물을 사용하고 있고 어떠한 치료대책도 없다. 미국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필리핀 정부 또한 이 문제를 방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피부질환, 폐 기능장애, 심장질환, 대뇌증, 암, 백혈병을 가진 아이들을 쓰다듬어 주고
안아주었다. 아이들은 나이가 가늠이 안될 정도로 작고 약했다. 안되는 영어로 눈빛을 교환하면서 서로를 이해하려 애쓰는 동안 울컥
메어오는 울음을 참아야 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동정이 아니라 진정한 연대에 있다고 나 자신을 다잡았다.

수빅과 클라크의 미군기지 오염지역을 돌아보는 동안 나는 왜 다시 한국이 생각났을까.
그들의 현재가 어쩌면 가까운 우리의 미래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우리는 미군들에게 공짜로 땅을 내주면서도 그 땅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가. 미군이 그것을 공개할 의무조항 조차 가지고 있는가.

우리나라 강에 독극물을 몰래 버리고 병원성 폐기물을 산에다 묻은 것이 밝혀지는데도 그들이 미안하다고
말한 적이 한번이라도 있었던가. 아니 우리를 만나주기라도 했던가. 어린 두 여중생을 탱크로 밀어 죽여 놓고도 그토록 뻔뻔하던
그들이 아닌가.

분명한 것은 우리에게 공동으로 맞서 싸워야할 적이 있다는 것이고, 결국 그 힘은 약자이자
다수인 우리들의 단결과 연대에 있다. 슬픔이 가득한 필리핀의 피해 어머니들을 위로해 주고 싶었다. 언젠가는 그 슬픔에도 끝이
있을 것이라고.

글/ 이은정 대구환경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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