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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락 밑으로 달리는 맛은 그 무엇과도 바꾸기 힘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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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자전거와 인연을 맺은 지가 꽤 오래됐다. 초등학교 3학년 무렵인가 아버지가 쓰던 큰 화물자전거로 인연을 맺은 뒤로 많은
자전거와 만나고 헤어졌다. 중학교 3년을 내도록 집에서 학교까지 난 왕복 10리 길을 줄곤 자전거에 몸을 싣고 다니면서 인연을
키워나갔지만, 그게 마지막이었다. 고등학교부터 도시란 곳에서 생활하면서 자전거는 도시에 잘 어울리지 않는 물건이 되었고 나도
자전거와의 인연을 포기했다.

그러다 다시 자전거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해 초 광명으로 이사를 오고 나서부터였다. 시내에서
벗어난 한적한 시골마을(?)에 보금자리를 틀면서 자전거와 인연이 다시 시작됐다. 시골마을이라 30분에 한 대씩 다니는 마을버스를
기다리는 것이 어렵기도 하려니와 자주 일어나는 음주가무로 막차를 놓치기가 일쑤라 고육책으로 15년 전의 옛 생각을 떠올리며 자전거와
관계를 다시 틀기 시작했다.

마음먹고 새 자전거를 샀지만 그 인연은 오래가지 못했다. 새 자전거의 누군가의 탐심貪心을 일으켰고
그 탐심과 함께 자전거도 바람처럼 사라졌다. 보화는 사람들을 도적으로 만든다는 노자老子님의 말을 몸으로 깨달으며 중고 자전거를
직거래로 샀다. 그때부터 애마와의 아름다운 인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종로까지 출퇴근을 하는 나는 마을에서 지하철역까지 20여분을 온갖 것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이다.
집에서 생태습지로 알려진 금개구리가 산다는 안터저수지까지는 거야말로 환상의 코스. 산자락 밑으로 CAR FREE의 시골길을 달리는
맛은 그 무엇과도 바꾸기 힘들다. 한겨울 추위와 한여름 더위도 그 맛을 포기하게 할 수는 없다. 그 맛을 미처 모르는 장모의
걱정과 아내의 핀잔도 나에겐 영 소 귀에 경읽기다.

매일 그곳을 지나면서 태어나 자라며, 거두고 감추는 자연의 시간이 어떻게 바뀌나 천천히 음미할
수 있다. 어떻게 배추가 자라고 고추가 익어가는지 길가 코스모스가 어제 아침보다 몇 개가 더 피어는지, 옥수수가 익어가는지 자전거
바퀴 위에서 천천히 그들과 이야기할 수 있다.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순전히 자전거가 가지는 속도의 자유로움 때문이다.

1.5키로 쯤 달려가면 주택단지가 시작된다. 이제부터는 정신을 좀 차려야 한다. 불쑥 차들이 나올
뿐 아니라 작은 아이들의 등교시간이라 요리조리 피해야 무사히 그곳을 빠져 나갈 수 있다. 마을 초입에 있는 ‘할머니 공동체’란
곳에서 이른 아침부터 나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할머니들을 만나고, 재잘거리며 학교로 가는 아이들을 만난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에 완전히 개방되어 있다. 1년 이상을 같은 길을 가다보니 눈에 익은 이들이 많고 가끔은 자전거 위에서 눈인사도 나눈다.

1키로가 채 안 되는 주택단지를 지나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큰길. 자전거도 차라 차도로 가야하지만
나는 인도를 애용한다. 큰 차가 무서워서 피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는 것이 아니듯, 그놈들이 내뿜는 독한
매연 때문에 똥을 피하는 마음으로 그들과의 경쟁을 피한다. 다행히 길은 넓고 사람은 많지 않아 사람들과 길가는 경쟁을 피할 수
있다. 자전거가 인도로 가는 것은 불법이겠지만, 자전거 도로 같은 것은 안중에 별로 없는 관리들이 자전거가 인도로 다닌다고 딱지를
떼지 않으니 그마나 다행스런 일이다.

그때부터는 별로 볼거리는 없다. 볼거리는 매일 변해야 눈요기가 되는데 매일 그 자리에 똑같은 모습으로
있는 가게나 상점이 흥밋거리의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주위 것들과 대화를 멈추고 본격적인 속도경쟁에 나선다. 20여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해준 자전거는 역 옆에 있는 집으로 들어가 개처럼 묶이고, 나는 큰 통조림 같은 지하철로 들어간다.

다시 자전거와 만나는 퇴근 시간. 아침에 보이지 않든 자전거 집의 여러 가지 모습들이 눈에 들어온다.
안장이 없는 놈. 핸들이 빠진 놈. 몇 일째 주인을 만나지 못했는지 먼지가 뽀얗게 앉은 놈. 주인이 꽤나 불안해하고 있을 열쇠가
채워져 있지 않은 놈…… 안장이나 핸들이 없는 놈들은 분명 무한의 악순환을 거치면서 다른 자전거위에 놀고 있을 게다.
또 다른 느낌하나. 아침 출근길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주머니를 뒤졌는데 열쇠가 없는 허탈함. 그리고 하루종일 오는 불안. 불안
뒤에 오는 반가움. 이런 느낌을 가질 때면 자전거 세상이 하루속히 와서 자전거 공유제의 세상을 꿈꾸어본다. (*자전거 공유제
– 자전거를 먼저 본 사람이 먼저 탈 수 있는 자전거 열쇠가 없는 세상을 말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출근길보다는 한결 여유가 있다. 가게 문을 닫는 이들도 천천히 바라보면서
길가에 이것저것 파는 것을 기웃거리면서 천천히 이것저것을 구경하며 페달을 밟는다. 자동차들처럼 늦게 간다고 빵빵거리는 놈들이
없으니 그야말로 자유자재다. 빨리가고 싶으면 빨리가고 늦게가고 싶으면 늦게가는 순전히 자유의지다. 다시 안터저수지에서 산자락
밑으로 난 가로등 없는 새카만 길은 나에겐 ‘사색(思索)의 길’로 아내에겐 ‘사색(死色)의 길’로 통한다. 길만 희미하게 보이는
어두운 길을 가면 낮의 온갖 것들이 보이지 않는 대신 머릿속에 온갖 것들이 떠오르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그것은 순전히 아무것도
안 보이는 데서 오는 순수한 기쁨이다. 마을입구에서 기다리는 아이들을 자전거 뒤에 태우고 집으로 가는 길은 하루의 피로를 온전히
가시게 하는 최고의 절정. 네 살 짜리 딸아이가 떨어질 새라 허리를 꼭 껴안은 느낌은 자동차에 싣고 가는 데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최고로 짜릿한 쾌감(!)이다.

참고로 우리 집은 자전거일당이다. 나와 아내의 중고이긴 하나 두 발 짜리 자전거 한 대씩. 다섯
살 난 아들의 보조바퀴가 달린 두 발 자전거, 네 살 짜리 딸의 세발 자전거 여기다 씽씽카까지 합치면 자전거 족속들은 꽤 많다.
아들놈도 자전거 맛을 아는지 동네를 몇 바퀴씩 돌고 옆 동네까지 원정을 가는 걸 보면 자전거가 맺어주는 진한 연대의식을 느낀다.
난 자전거의 인간적인 속도와 인간적인 속도가 가지는 여유를 아는 지라 나의 자전거 15년 만에 재개된 인연은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지속될 것 같다.

“여의도에서 광화문까지!”
도시에서 푸른 하늘을 본 지 오래되었습니다. 뿌연 스모그, 불쾌한 공기, 수백만대의 자동차, 별빛 대신 빛나는 온갖 네온싸인….
이제 도시에서 푸른 하늘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일까요. 해마다 나빠지는 도시의 대기환경으로 인해 수도권에서만 연간 1만명 이상이
직간접으로 사망하며, 연간 10조원 이상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토요일(24일) 오후, 수도권YMCA가 시민들과
함께 “녹색대행진, 여의도에서 광화문까지”을 통해 자전거로 여의도에서 광화문까지 달려가면서 푸른하늘만들기에 대한 시민들의 의지를
모으는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이 글은 홈페이지(http://www.happysky.or.kr/) 게시판에 올라온 야불 회원분의 글을
옮겨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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