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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신행정수도 건설 논란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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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정수도 건설을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이렇게 커다란 사업을 둘러싸고 논란이 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무턱대고 논란이
일어난다고 해서 좋은 것도 아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시끄러운가?

먼저 이 사업이 제기된 뿌리로 돌아가 볼 필요가 있다. 이 사업은 서울의 과밀과 이에 따른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필요에서 비롯되었다.

서울은 과밀인가? 그렇다. 무지무지하게 과밀이다. 천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는 다른
나라에도 많이 있지만, 서울처럼 한 나라의 전체 인구의 1/5이 모여 사는 도시는 서울밖에 없을 것이다. 0.6%밖에 안 되는
땅에 전체 인구의 1/5을 넘는 사람들이 모여 산다는 것은 대단히 기형적인 현상이다. 수도권으로 그 범위를 넓히면 과밀은 더욱
더 심각하다. 전체 면적의 11.8%에 해당하는 수도권에 이 나라의 전체 인구의 절반 가까운 수의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
이 나라에 그렇게 사람들이 살 곳이 없는가?

대기오염으로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서 매년 11,000명씩 조기사망하며 이로 말미암은 경제적 손실은
최소 2조원에서 최대 10조원에 이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대기오염규제가 허술한 것이 이런 끔찍한 결과의 중대한 원인이기는 하지만,
사실 더욱 직접적인 원인은 과밀 자체에서 찾아야 한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이 좁은 곳에 모여 살고 있어서 오염문제가 다른
지역보다 훨씬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서울과 수도권의 병적인 과밀은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경제적 효율성으로 보나, 시민 보건의 향상으로 보나, 서울의 분산은 시대적 요청이다. 그 방도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기능분산과 집중방지는 대표적인 예이다. 그런데 이런 정책을 거의 30년 동안 펼쳤어도 서울의 과밀은
개선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미 박정희 때부터 새로운 수도 건설은 그 중요한 방도로 검토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리고 ‘국가균형발전’을
최고의 국정목표로 내걸고 있는 참여정부에 이르러 마침내 그것을 실천에 옮기게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되자 갑작스레 ‘국민투표론’이나 ‘위헌론’의 형태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 선봉은 희한하게도 한나라당이다. 왜 희한한 것일까?

사실 노무현 대통령이 2002년 가을에 대선공약으로 신행정수도 건설을 제시했을 때부터 많은 논란이
있었다. 특히 당시 한나라당과 이회창 후보는 이에 대해 명시적으로 반대했다. 그런데 2004년의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은 당론을
바꿨다. 2003년 12월의 경과를 보면, 한나라당 내부에 상당한 진통이 있기는 했지만, 결국 한나라당은 당론을 바꾸고 신행정수도
건설에 찬성했다. 그 결과 2003년 12월 29일에 신행정수도건설특별조치법(신행정수도법)은 재석의원 194명 중 찬성 167명,
반대 13명, 기권 14명이라는 압도적 결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때 ‘정신적 여당’이었던, 2003년 11월에 창당된 열린우리당의 의원수는 몇명이었던가? 16대
국회는 한나라당 133석, 민주당 119석, 자민련 17석으로 시작해서 한나라당 136석, 민주당 60석, 열린우리당 47석,
자민련 10석으로 끝났다. 신행정수도법은 한나라당이 제정한 법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한나라당은 자신이 6개월
전에 제정한 법을 스스로 잘못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이래서야 국민이 어디 한나라당을 믿을 수 있겠는가?

한나라당은 신행정수도 건설이 국가의 안위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중요한 사안에 관한 법을 스스로 제정해 놓고는 6개월 만에 폐기처분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는가? 지금 신행정수도 건설은
한나라당이 2003년 12월에 제정한 특별법에 따라 추진되고 있다. 이 사업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한나라당이 제정한
법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를 탓하기 전에 우선 그 법을 제정한 한나라당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대통령 탄핵조차
밀어붙일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졌던 한나라당이 신행정수도법의 제정 따위를 막지 못했겠는가?

한나라당은 정책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차떼기당’이나 ‘떼쓰기당’이 아니라 국정을 책임지는
정책정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신행정수도 건설을 둘러싼 논란을 보면, 이런 약속을 믿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 한나라당은
신행정수도 건설에 찬성하는 척해서 충청표를 얻고, 그렇게 해서 과반수 제일당이 되면 다시 신행정수도 건설에 반대하려고 했는가?
지금 신행정수도 건설을 둘러싸고 보이는 한나라당의 행태는 정책정당이 아니라 정략정당이다.

이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대응도 분명히 문제를 안고 있다. 그렇게 날선 대응을 하는 까닭은 물론
탄핵파동의 주동세력이 지금의 신행정수도 건설 논란의 주동세력이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신행정수도 건설은 한나라당이 제정한
법을 집행하는 것이므로 그런 식으로 대응할 필요가 전혀 없는 사안이다. 이런 점에서 탄핵파동을 떠올리게 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대응은 또 다른 정략적 행태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을 차분히 설득하고 올바른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한 정책 사안을 정략적 정쟁
사안으로 돌변하게 하는 식의 언사는 하지 않아야 옳을 것이다.

신행정수도 건설은 사실 어마어마한 사업이다. 혹독한 생존경쟁을 이기고 어렵사리 서울에 둥지를 튼
수많은 사람들에게 신행정수도 건설은 큰 두려움의 원천일 수 있다. 이런 두려움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그런 정략에 또 다른 정략으로 맞서려 해서도 안 될 것이다. 서울의 과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고, 그래서 신행정수도법을 제정한
참된 정책정당이라면, 올바른 계획을 세워서 이런 두려움을 가시게 해야 옳을 것이다. 치밀한 연구와 토론과 결정으로 신행정수도
건설이 제대로 진행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글/ 홍성태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상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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