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 활동소식

[2004아시아환경현장]소리잃은 문강과 어부들

우리의 마지막 목적지인 팍문댐과 라시살라이댐을 방문하기 위해 우본행 비행기를 탔다. 그동안
우리 일정을 안내 해 준 피’피앗(SEARIN 동남아시아강네트워크 사무국장)과의 아쉬운 작별을 해야만했다. 치앙마이에서 깽수아뗀댐
예정지까지 그와 함께 한 시간들은 참으로 즐거웠다. 이동하는 차안에서 그는 한국 트롯트 음반을 가지고 있었는데, 우리에게 오랜만의
한국 음악을 감상하라며 웃음을 선사했다.

언젠가 그에게 꿈이 무엇인지 물어 보았다. 그는 나에게 이렇게 자신의 꿈을 천천히 이야기 해 주었다.
‘나의 꿈은 미래의 댐 반대 활동가들을 키워내는 것이 전부예요’ 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댐 반대 운동의 경우 국제적인
연대의 행동이 더욱 절실하다고 했다. 아직도 그의 음성이 귓가에 선하다. 짧은 영어지만 그가 함께 나눈 대화는 나의 머릿속에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다. 그는 항상 Try, try… 우리에게 항상 용기를 가져다 준 멋진 활동가였다. 언젠가 꼭 한번 한국에
초대하고 싶다는 말을 뒤로하고, 그의 건강을 빌며 공항 안으로 들어왔다.

▲동남아시아 강네트워크 사무국장 피피앗과 함께

15일 2시 쯤 우본공항에 도착했다. ‘라'(동남아시아강네트워크 활동가)가 공항에 나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팍문댐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차를 탔다. 마을의 이장님댁을 방문했다. 이장님을 기다리는 동안 근처의
문강을 구경했다.

10살이 조금 넘은 듯한 개구쟁이 아이들은 강에 뛰어 들어 새우를 잡고 있었다. 이 아이들의 부모들은 대부분 방콕으로 돈을 벌러
가야만 하기 때문에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다. 공항에서 나온 간식이 주머니에 있던 터라 아이들에게 내밀었다. 수줍어하는 듯
하더니 곧, “캅쿤(고맙습니다)” 하며 저리 달아나 버린다. 문강에는 우리 눈에 익숙한 ’오리배‘가 있었다.
어찌된 영문인지를 물어 보니 관광객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문강에서 새우를 잡는 아이들의 모습

문강은 태국의 동북부(이산 지방)를 흐르는 강으로 메콩강의 최대 지류이며, 이 지역의 각종 용수를
공급할 뿐만 아니라, 어족자원이 풍부하여 1천2백만 유역 주민들에게 값싼 단백질의 최대 공급원이다. 이 문강 하구에 건설된 150MW급
수력발전댐인 팍문댐은 메콩강으로부터 어류가 문강으로 거슬러오는 것을 차단하여 169종의 물고기가 문강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댐
건설로 정부가 예상했던 241가구 보다 훨씬 많은 1,700가구의 주민이 이주했으며, 어업 피해는 6,000여 가구에 달하자,
주민들은 10여년 이상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며 댐 해체를 요구하고 있다.

팍문댐 반대 운동의 역사들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박물관을 방문했다. 이곳의 활동가들은 우리에게
팍문댐 반대 운동의 전개 과정을 담은 영상물을 보여 주었다. 지역주민들과의 밀접한 관계 유지를 위해 그들이 준비한 시간들은 너무나
다양했다. 어민학교를 열어 물고기들의 이름과 특성을 알려준다거나, 숲의 중요성을 교육하는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댐 반대운동의
힘을 싣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등 끊임없이 어민과 그 지역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이 아름답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팍문댐을 방문했다.

▲수문이 굳게 닫힌 팍문댐의 모습 – 문강으로 거슬러오는 것을 차단하여 169종의
물고기가 문강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댐 주변에는 수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는 어민들의 애처로운 모습의 행렬이 끝이 보이지 않았다. 사흘
밤을 세워 가며 그곳에서 새우잠을 청하는 그들은 기다림에 지쳐 가고 있었다.

이들은 댐에 대한 보상과 수문 개방 및 댐 해체 등을 요구하며 집회와 농성을 벌여왔다. 특히,
1999년 3월, 팍문댐 바로 옆에 매문만윤1(Mae Mun Man Yeun 1)이라는 농성촌을 차리고 5천여명의 주민이 농성을
시작하였으며, 2000년 5월 15일에는 댐 건너편에 매문만윤7이라는 또 다른 농성촌을 만들었다. 300-400여명의 주민이
몇 달 동안 방콕의 정부청사 앞에서 농성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투쟁의 결과, 2000년 7월 당시 총리였던 추안 릭파이 내각은 팍문댐의 수문을 연간 4개월씩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많은 대형 어류(70~80kg 짜리)가 문강으로 거슬러오고 있으며, 주민들이 다시 어업활동을
재개하고 있으나, 주민들은 피해보상과 수문의 완전 개방 내지는 댐의 해체를 계속 요구하며 농성을 중단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부분적으로만 수문을 개방하고 있었다. 전 가족이 다 나와 팍문댐을 바라보고 있다. 문강은 소리를 잃었다.

배를 타고 문강을 거슬러 올라가며 보이는 어민들의 여유로운 삶을 따라가 보았다. 담배 한 대 물고,
동료 어민들과 미소를 나누며, ‘오늘은 물고기를 좀 많이 잡았냐?’는 인사를 건네는 그들은 정말이지 한 폭의 좋은 풍경화 그
자체이다. 이렇게 평화로운 사람들을 댐이 그만 삼켜 버릴 것만 같다.

일정/ 6월 15일
글, 사진/ 진주환경연합 박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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