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 활동소식

[2004아시아환경현장]강제이주, 고통에 잠긴 원주민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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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9년까지 말레이시아 사라와크 발루이강 상류의 15개 롱하우스에 살고 있던 카얀, 껀야, 라하난, 우킷, 페난족
약 9천여명의 원주민은 ‘개발의 힘’에 이끌려 댐 건설지역에서 30여km 떨어진 숭가이 아삽(Sungai ASAP)이라는
낯선 곳에 이주하게 되었다. 물론 이 이주에는 원주민들에게 이익을 줄 수 있다는 정부의 수많은 약속들이 함께 했다. 하지만
우리팀이 아삽지역 몇몇의 롱하우스를 방문했을 때 원주민들이 말하는 상황은 사뭇 달랐다. 발루이강 상류지역에서 자급자족하며
살고 있던 사람들은 이주 후 몇 년이 지난 지금 후회와 빈곤의 고난 속에 고통받고 있다.

이주정책의 거품, “정부는 약속을 지키기 않는다”
원주민 법적 소송 준비, 토지 소유권 주장 위해 지도작성

▲ 우마바왕 롱하우스의
농부 잘룽씨.ⓒ 마용운

숭가이 우마바왕 롱하우스에서 만난 농부 잘룽(Jalong. 46)씨는 “주정부가 주민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 처음에는 집도 공짜로 주고 더 나은 시설을 보장한다고 했지만 정부의 약속은 진공상태다. 정부가 집세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주 정착지의 집세는 말레이시아 반도에 있는 대도시의 저렴한 집값의 두 배격인 5만2천링깃(1링깃은 320원) 정도
된다. 이주민들은 옛 집에 대한 보상의 대가를 현금으로 받지 못 했을 뿐더러 받은 보상금도 작아 집세를 낼 형편이 못된다.”고
말했다.
숭가이 우마바왕에 살고 있는 이주민들 대부분이 이런 상황에 처해 있다. 잘룽 씨는 정부에 항의하기 위해 집세를 내지 않고
있다. 잘룽 씨가 이주 전 바쿤지역에 가지고 있던 땅은 400에이커였다. 그러나 지금 코코아나 후추, 과일나무 등을 키우는
자기소유의 땅은 토지보상으로 정부가 준 3에이커가 고작이다. 그만큼 소득도 턱없이 부족하다. 매일같이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10시간 이상을 밭에 나가 일해도 1달에 100∼150링깃 정도만 번다고 한다.
많은 원주민들은 조상대대로 지켜오던 그들의 땅이 정확히 조사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주정부의 조사방법에 투명성이 거의 없고
원주민들의 고유한 소유권을 제대로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주민들은 예전에 가지고 있던 땅이나 소유권에 대한 정확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

한편, 우마바왕 롱하우스를 비롯해 원주민들이 이주해온 아삽지역의 롱하우스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나무와 재료들은 질이 낮고
제대로 지어지지도 않아 많은 가정들이 결국 수리를 위해 자비를 지출할 수밖에 없었고 공동체생활을 위해 필수인 공공 베란다가
좁을 뿐 아니라 난간은 눈으로 식별 가능할 정도로 썩었다. 몇몇 롱하우스의 계단은 이미 무너졌다.

정부의 비현실적인 이주정책이 이렇게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실제로 주민들은 반대운동에 적극적이지 못하다. 정부에게 반대하면
바로 국가보안법에 의해 체포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두려워하고 있다. 그래서 원주민들은 좀더 안전한 법적 소송을 선택했다.
현지 활동가 로날드씨는 “올해 바쿤댐에 대한 고등법원의 공판이 많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카얀족, 컨야족, 우낏,
라하난 등 5개 롱하우스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SAM을 통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토지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원주민들이 조상의 땅, 원주민의 땅에 대한 토지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자료를 모으고 이를 지도로 작성했다. 이것은 법적
자료로 큰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숲에서 멧돼지도 잡고 강가에서 물고기도 많이 잡았는데…”
댐이 주는 사회적·환경적 영향, 원주민들 정확한 인식 필요

숭가이 아삽 지역에 머무르는 동안 우리팀은 수많은 롱하우스를 방문했다. 아삽 지역의 이주민들은 페난, 카얀, 컨야, 우낏,
라하난 등의 다양한 부족들로 구성돼 다양한 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다. 곳곳의 롱하우스 방문할 때마다 각 공동체의 원주민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주정부의 바쿤댐 건설계획과 이주정책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소박하게 살아오던 원주민의 삶을 철저히 파괴시켰다.

1998년 9월 아삽지역으로 이주해온 우낏족 공동체. 인도네시아 깔리만탄에서 살고 있던 우낏족은 소수만 사라와크로 이동해
왔다. 우마 우낏은 51가구가 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다. 51가구 대부분이 후추나 채소를 재배하고 자기 땅에 양어장을 키우는
사람도 있다.
우마 우낏 롱하우스를 방문했을 때 7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떠둥(Tedung. 50)씨는 “예전에는 먹을 것을 찾기 쉬웠다.
조금만 걸어가면 숲에서 멧돼지와 같은 야생동물을 사냥하기 좋았고 물고기도 많이 잡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지금은
먹을 것을 구할 수 있는 가까운 숲도 없고 정부에게 받은 땅은 비옥하지 않아 수확량이 많지 않다. 돈을 벌기 어렵다. 아삽으로
이주해 온 뒤 모든 생필품들을 돈을 주고 사야한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 현지 전력회사 SESCO로 부터 온 경고장. 기일까지 전기세를 안내면 전기공급이
중단될 것이라는 경고문이 써있다.

페난 딸룽(penan talun)이라는 롱하우스를 찾았다. 이곳에서 만난 밍구(Minggu. 30)씨는 지금 부모가 정부로부터
받은 땅에서 농사일을 하고 있지만 다른 건설일 등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정부가 추천해준 건설관련 교육을 받고 수료증을
얻었지만 지금은 댐 건설 현장 등에 일거리가 없어 직업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몇 달 동안 받은 그 교육이 지금은
얼마만큼 도움을 줄 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정부의 이주정책은 실업이라는 큰 고난을 주민에게 안겨주었다.
또 페난 딸룽의 지역 주민들은 6개월째 전기가 끊긴 채 살고 있었다. 전기세나 집세를 낼 수 있는 여력이 되지 않아 어둠
속에서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한편, 활동가 사깅 씨는 “댐 건설계획은 원주민들의 교통수단을 변화시켰다. 싼값에 배로 이동하던 원주민들은 비싼 돈을 주고
랜드크루저를 빌려 타고 시내에 가야하는 불편함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댐 건설공사가 시작되면서 강 수위가 낮아지고 어로활동을
할 수 있는 영역이 좁혀지거나 토사가 흘러들어 강물은 사용할 수도 없게 되었다.
처음에는 사람들은 벌목이나 댐 건설로 인한 환경적인 영향에 정확한 정보가 없었다. 인식조차 없었다. 활동가들이 환경적인 변화나
영향을 이야기해도 사람들은 이해하지 않았다. 그런데 운송이나 교통의 불편함이 생겨나고 수위가 낮아지는 등 강의 상태가 변함에
따라 사람들도 점점 댐 건설에 대한 영향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바쿤댐 반대 운동에 전신하고 있는 로날드씨는 “바쿤댐 건설계획이 주는 영향에 대해 원주민들이 정확히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일부 원주민은 댐이 무엇인지도, 수몰의 위기나 이주정착의 피해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바쿤댐이란 거대한 콘크리트 더미가 주는
환경재앙은 원주민의 삶에 너무나도 가까이 와있다. 이것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로날드씨를 주축으로 지구의 벗
말레이시아는 바쿤댐 상·하류지역의 54개 롱하우스 공동체를 대상으로 워크샵을 마련하는 등 켐페인을 시작할 예정이다.

자연과 함께 살고 있던 사라와크 원주민들은 느닷없이(?) 들어선 댐 계획에 의해 물과 전기 공급도 제대로 못 받는 곳으로,
그들의 오랜 생활 방식이자 삶의 조건이었던 숲도 없는 황무지 같은 곳으로 내몰렸다. 우리는 바쿤댐 지역과 이주정착지를 방문하는
동안, 생계의 어려움에 고통받고 있는 원주민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정체되고 더 나아질 것 같지 않아 보이는 그들의 삶은
또 다른 변화를 희망하고 있는 것 같았다.

글/ 조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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