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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은 전쟁의 또 다른 피해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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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이승민 (시민환경연구소 연구원)

푸른빛을 발하는 커다란 구슬 – 달에서 지구의 모습을 처음 바라보았을 때의 그 놀라움을 지금 누가 기억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이 지구를 아름답지만 깨지기 쉬운 연약한 안식처로 이해했습니다.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지지와 후원을 받아왔던 환경운동은 이제
전쟁이 깊게 드리운 독성 구름 속에서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전쟁에서 사람들이 쓰러지고 죽어갈 때, 전쟁이 지구생태계에 가하는 폭력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눈을 감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입니다. 공기가 오염되면 우리의 호흡이 멈추게 되듯이 인간의 생명 또한 지구와 분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장밋빛 빙카와 같은 식물의 서식처를 벌목기계를 동원해 쓸어버린다면, 우리는 빙카가 어린이들의 백혈병을 치유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결코 알 수 없을 것입니다.

1991년을 걸프전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쿠웨이트 유정 600 여곳이 불타올랐던 몇 달 동안 페르시아만 하늘은 온통
시커먼 연기와 검댕으로 뒤덮였습니다. 페르시아만에 버린 수백만 배럴의 원유는 저 악명높은 엑손 발데즈 사건 때 유출되었던 양의
37배에 달하는 엄청난 양입니다. 당시 유정이 불타면서 형성되었던 검은 구름은 무려 5억 톤의 온실가스를 담고 있었습니다. 검은
스모그는 1천㎞ 이상 확산되었는데 불가리아?터키?흑해지역에서는 산성비가 내리고 심지어 히말라야에 덮인 눈에도 스모그에 함유된
물질들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라크 남부 습지에 살고 있는 마도요, 물새떼, 제비갈매기, 농병아리, 해오라기, 저어새 등 수백만 마리의 새들…. 매년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의 여행 도중 메소포타미아 습지에서 쉬어간다는 수많은 철새 무리들은 이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많은
사람들은 1991년 당시 기름에 흠뻑 젖어 새까맣게 불타버린 것처럼 보였던 가마우지를 기억할 것입니다. 수많은 새들의 사체가
페르시아 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수 만 마리의 새들이 검은 연기 속을 비행하면서 작은 기름 알갱이들을
흡입하였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이는 공기중으로 확산된 오염물질 때문에 전쟁이 끝난 후 이라크에서 111,000 명이
사망한 것과 같은 원인입니다. 이들 중에는 어린이가 74,000 명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편 페르시아 걸프만의 해저에서는 아직도 타르 알갱이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걸프전으로 약 80척의 배들이 침몰되거나 부서졌는데
이 때 배에 실려있던 많은 독성물질들이 바다 속으로 유출되었던 것입니다. 걸프지역은 멸종위기에 처한 네 가지 종류의 바다거북이
살고있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매우 중요한 바다거북의 서식처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기름 유출로 바다거북들은 물론 수달과 돌고래,
듀공과 같은 수많은 포유동물들이 죽어가야만 했습니다.

최근 사막생태계도 중무장한 군용트럭과 탱크로 표층이 파괴되어 거대한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예전에 비해 모래폭풍이 훨씬 자주
발생하고 있는데 쿠웨이트 시를 집어삼킬 만한 거대한 모래언덕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한편 사막 곳곳에 형성되었던 거대한 기름호수들은
지하수면 아래로 스며들었습니다. 이 때문에 쿠웨이트에서 기름 보다 더 귀중하다는 지하수의 30~40 %가 오염되었습니다. 걸프전이
끝나고 난지 7년이 흐른 후, 쿠웨이트를 방문했던 미국의 한 과학자가 손가락으로 땅 표면을 불과 몇 센티미터 정도 파보았는데도
기름 침전물이 묻어 나왔다고 합니다. 아직도 350 제곱킬로에 달하는 쿠웨이트 사막은 기름과 섞여 딱딱하게 굳은 타르크리트라는
모래로 덮여 있습니다.

가축들 역시 무사할 수 없었습니다. 미군이 야간 작전 과정에서 쏜 열추적 미사일로 베두인족 소유의 낙타무리가 전멸했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터지지 않고 남아있던 클러스터 폭탄이 말과 야생동물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습니다. 걸프전으로 쿠웨이트는 가축의
80 %를 잃었습니다. 쿠웨이트 동물원에 있던 동물들이 잔악하게 학살되고 총에 맞고 불에 타죽은 것을 빼고도 말입니다.

무차별적이고 목표를 잃은 인명살상은 이미 새로울 것이 없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래로 전쟁 희생자의 80%는 민간인이었습니다.
지뢰는 특히 농부나 양치기, 어린이들에게 위협적입니다. 세계인권감시(Human Rights Watch)라는 단체는 미군이 매설한
지뢰가 이라크와 쿠웨이트에만 117,634 개라고 발표하였습니다. 미국 국방성은 최근 90,000개를 더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오타와 지뢰사용금지 협약에 142개국이 서명했지만 그 속에 미국의 이름은 들어있지 않습니다.

미 국방성은 벙커 파괴용 소형 핵폭탄을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특히 화학무기의 지하창고라고 주장하는 시설을 파괴하는 데
사용할 것이라고 선언한 적이 있습니다. 만약 그들이 이를 실행에 옮긴다면, 거대한 양의 방사능과 수많은 독성물질들이 공기 중으로
퍼져 핵실험 반세기 동안에 쌓인 발암성 방사능 낙진에 또 다른 무거운 짐을 지구에 추가하는 꼴이 될 것입니다.

자연환경의 파괴는 인간 생명에 대한 공격이다

걸프전에서 미국이 사용했던 300톤 가량의 열화우라늄탄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에 대해서는 아직 분명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열화우라늄탄(DU)이 암을 유발하고, 기형과 걸프전 증후군을 가져왔다고 주장합니다. 최근에는 열화우라늄탄이 방사능이 매우 높은
우라늄-236을 함유하고 있음이 폭로되었습니다. ‘핵전쟁방지국제의사협의회(IPPNW)’는 열화우라늄탄의 사용은 제네바협약 부속서가
금지한 “환경전쟁”에 해당하므로 엄격하게 금지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부속서는 자연환경을 전쟁의
수단으로 삼는 행위의 금지 조항을 담고 있는데 베트남 전쟁이 끝난 후 제네바 협약에 추가되었습니다. 베트남전에서 미군이 사용했던
Agent Orange를 기억하시겠지요? 미국은 아직 이 제네바협약의 부속서에 서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자연환경의 파괴는 곧 인간 생명에 대한 공격으로 귀결됩니다. 2차 세계대전으로 태평양 산호초들이 파괴되고 폴리네시아에서 프랑스가
수 백 번의 핵실험을 자행한 결과 이 지역 주민들은 수 세대에 걸쳐 종양과 기형으로 고통받아야 했습니다. 또한 폐허로 변한 산호초에서
먹이를 취했던 물고기들은 질병을 옮기기도 했습니다.
영국은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 스코틀랜드 해안에서 약간 떨어진 외딴섬에서 탄저균폭탄을 실험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영국군은
탄저균에 오염된 양의 시신들을 절벽 아래에 묻어두었는데 사체들이 바다에 떠오르면서 스코틀랜드 해안가로 흘러들었고 스코틀랜드는
탄저병의 공포에 떨어야 했습니다.
1970년에 미군은 파나마에서 베네수웰라 말들의 뇌염에 관한 비밀 실험을 했습니다. 10년이 지난 후 그곳에서 훈련을 했던 미군들은
모기에 의한 전염병에 감염되었습니다.

크게 해롭지 않은 행위라 하더라도 수많은 사건들의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제트여객기에서 발생하는 비행운이 넓게
퍼져 구름을 만들고 결국 날씨를 바꾸어 놓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나쁜 소식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미 해군이 이라크
군대를 무력화시킬 목적으로 “넉아웃 가스”(신경가스로서 지난 해 모스크바 극장에서 120명 인질을 죽였던 것과
같은 종류의 것)를 사용할 작정이라는 것입니다.

안전을 위한 대가는 과연 무엇일까요? 미군은 지금까지 아무런 제약 없이 작전을 수행해 왔지만 좀 더 확실한 것을 얻으려 합니다.
미 국방성은 유독성 폐기물, 독성물질 처리, 그리고 대기질을 관리하는 환경법, 야생동물의 서식지, 철새, 고래, 그리고 해양포유동물
등을 보호하는 법으로부터 새로운 예외조항을 만들고 이 예외조항들을 자신들에게 적용하기 위해 조용히 움직여 왔습니다.

몇 세대가 지나면, 거대한 푸른 구슬의 지구는 공전하는 텅 빈 공간으로 변모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TORONTO STAR (http://www.thestar.com)

Mar. 23, 2003.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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