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 활동소식

[2004아시아환경현장]잊을 수 없는 이반족 롱하우스

인류학자들은 현지조사를 통해 그 집단의 문화를 기술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한다. 질적 연구라고도
불리는 현지조사는 다른 사회과학의 조사와는 달리 연구자가 조사대상인 사회를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 그 구성원들 사이에서 장기간
체류하는 것이 특징이다. 내가 인류학을 공부하면서 낯선 곳에서 조사하는 내 자신을 상상해 본적이 있었는데 무척 재미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1년 이상의 긴 시간, 어찌 보면
단조로울 것 같은 이민족의 생활, 목표로 한 연구주제가 얼마나 명확하게 진행될 지에 대한 우려감 등등…

가장 먼저 이반족이 사는 롱하우스를 찾아가는 길부터 어려웠다. 비포장도로를 달려 루마방가(Rhuma
Banga) 롱하우스에 도착해보니 우리들 꼴이 말이 아니다. 흰 먼지를 뒤집어 쓴 것은 우리뿐 아니라 짐들도 마찬가지다.

현대화된 롱하우스라고 하지만 우리가 찾은 롱하우스 인근에는 다른 마을들을 찾아보기 힘들고 외진
곳에 위치해 있다. 우리를 맞은 추장은 인사를 하면서 살아있는 닭을 잡아 우리들 머리 위에서 돌리며 환영의식을 간단히 진행했다.

이곳은 22가구가 사는 하나의 긴 집으로 추장집은 그 가운데 다른 집들보다 좀더 넓게 자리하고
있다. 모두들 가까운 친족들이라고 한다. 당시에는 젊은 남자들이 몇 명뿐이었는데, 대부분의 남자들은 도시로 돈을 벌기 위해 나갔다고
한다. 도시에서 사온 설탕, 쌀, 커피, 과자, 맥주 등을 선물로 드렸다. 진정 그들만을 위한 선물은 아니었지만(나중에 모두
함께 나누어 먹었으니)…

▲이반족 축제장면

더운 날이지만 잠시 뒤 오늘밤 축제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여성들은 ‘우렁’을 잡으러 작은 하천으로
이동했고, 남자들은 야자나무에서 특별한 먹을거리를 얻기 위해 숲으로 들어갔다. 난 추장과 마을 남자들을 따라 야자나무를 베러
갔다. 기계톱과 칼로 30분 정도 열심히 잔가지를 치고 줄기를 잘라 수 차례 갈라내니 안쪽에 하얀 속살이 드러나는데 이것을 삶아
먹거나, 그냥 먹을 수 있었다. 그냥 먹을 때는 고구마 맛과 비슷했다. 이 외에도 축제 본무대를 장식할 나무를 베어와 세워두었다.
여기에 우리가 사온 맥주와 과자, 과일들을 묶어 걸어둔다.

축제를 진행하면서 이반족 칼을 들고 춤을 추는 참가자들이 한 개를 선택해 먹을 수 있는데 이때는
반드시 남기지 않고 모두 먹어야한다. 그날 사용된 칼은 150년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이웃 부족 헤드헌팅(Head hunting;
머리 사냥)에 사용된 칼이었다.

추장은 인사말을 통해 “나무에 거는 음식을 숲에서 가져와야 하는데, 시내와 공장에서 가져오게
되서 미안하다”고 자신들의 달라진 삶을 미안해했다. 과거에는 숲이 안정적인 먹을거리를 제공해주었지만, 지금은 구하기가
힘들다. 개발이 모든 것을 가져가 버렸기 때문이다.

추장은 “정부가 학교, 먹을 것, 물을 제공해주면서 개발을 해야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우리는
저항하는 것”이라며, 다소 긴장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숲이 파괴되면서 동물들이 롱하우스를 공격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고
한다.

오후 6시가 넘자 자가발전으로 전기를 켰다. 이제는 텔레비전도 즐겨보는 것이 그들의 중요한 문화가
되었다. 이웃 롱하우스에서 초대된 분들이 오면서 저녁식사를 하고 곧 축제도 시작되었다. 전통의상의 여성들이 춤을 추면서 시작된
축제는 아름답고, 신비로운 음악 속에서 진행되었다.

하이라이트는 이반 칼을 들고 춤을 추면서 음식을 선택하는 것이다. 춤을 추는 모습에 서로가 재미있다고
웃는다. 10시30분이 넘자 응구르몽(engkurumong)과 공(gong), 근당(gendong) 등 전통악기를 다루던 분들이
물러나고, 음악은 오디오에서만 흘러나온다.

모두들 쌀로 만든 전통주를 마시고 웃고 즐기는 것이 우리들과 다를 바 없다. 그날 밤 우리들은
그들과 한 형제자매가 되었다. 전통주를 권하고 마시며, 울며, 웃고 아름다운 밤은 그렇게 지나갔다. 지금도 그들의 따스한 정을
생각하면 진심으로 가슴이 뛴다. 영낙없이 전라도 우리네 인심이 느껴졌다. 정말 고맙다.

글, 사진/ 무안의제21 김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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