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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와 한반도의 전쟁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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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3월 13일 부시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의 대이라크전을 지지하고 한국의 지원을
약속했다. 그 대가로 노대통령이 얻은 것은 ‘북핵문제에 대한 평화적 해결’이라는 답변이다. 평화적 해결이라는 말은 그동안 부시
대통령을 통해 여러 번 나왔던 말이라 사실상 별 새로운 것이 없다는 것이 북핵문제 관련 전문가들의 말이다. 노대통령은 전화 통화에서
“부시 대통령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및 국제테러방지를 위한 지도력을 항상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이를 지지한다”고 했다고 전해진다.
이 말을 빌자면, 현재 전세계 시민들의 이라크전 반대시위나 유엔 안보리이사국가들 대부분의 이라크전 공격결의안 표결 반대, 그리고
심지어는 뉴욕타임즈조차도 반대하고 있는 미국의 이라크전쟁 이유가 진정으로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방지하고 국제테러리즘을 막기 위한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을 벌이려는 진정한 이유가 대량살상무기나 테러리즘의 방지나 악의 화신인 사담 후세인의 제거와 정권교체 혹은 억압받는
이라크 민중을 해방시키려는 데 있는 것이 아니고, 이라크의 석유자원 확보와 중동지역에서의 미국의 군사적이권 강화, 미국 금융자본의
잉여자본의 해소, 군수산업의 이익, OECD 국가들 사이에서 석유대금을 그간의 기축통화인 달러화 대신 유로화로 결제받으려는 데
대한 미국의 저지를 통한 경제패권 유지 등인 것임은 누누히 언급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UN의 안보리나 주류언론을 통해
이라크 전쟁의 명분을 둘러싸고 은폐된 동기에 대한 언급은 별로 진지하게 논의되지 않고, 전쟁의 정당성에 대한 명분 없음에 대한
수사들만이 화려하게 되풀이되어 왔다.

이번에 부시행정부가 UN에서 이라크 공격을 재가하는 결의안이 채택되지 않더라도 단독으로 이라크를 공격한다면, 이는 2차세계대전
이후 UN을 통해 전쟁을 방지하고 평화를 유지하던 국제질서가 완전히 해체되고, 새로이 ‘미(美) 제국’의 시대가 시작됨을 의미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선제공격전략은 중세초기 어거스틴 이래 서구 전쟁론의 핵심이론이 되어 왔던 방어전쟁 중심의 ‘정당전쟁론(Just
War Theory)’이 완전히 폐기됨을 뜻한다. 전쟁은 평화적 수단이 모두 쇠진한 후의 최후의 수단으로, 평화를 목적으로,
시민들의 피해와 희생을 최대한으로 줄일 때 정당화 될 수 있다는 정당전쟁론은 이미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서의 원폭 사용이래
그 도덕적 명분을 상실해 왔지만, 그럼에도 서구의 현실정치에서는 전쟁을 막기 위한 마지막 보루로 지탱되어 왔었다.

미국은 전세계의 평화를 위해 이라크 전쟁을 개시하고 북핵위기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고 한다. 여기서 우리는 이른바 ‘팍스 아메리카(Pax
Americana)’에서 말하는 평화(Pax)라는 것이 과거 로마제국이 식민지를 짓밟아 점령해 이룩한 정치-군사적 차원의 평화를
의미한다는 점, 더 가까이는 부시를 비롯한 강경매파들은 언제나 ‘힘에 의한 평화(Peace by Force)’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한편, 전쟁은 평화와 대치되는 개념이 아니라 국내정치의 연장이나 외교의 한 수단으로, 자국의 ‘평화’와
이익을 위해 채용될 수 있다는 고전적 전쟁론은 현실주의 정치인들에게는 여전히 교과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기에,
한반도의 전쟁위기를 걱정하는 우리들이 이라크 전쟁에 대한 남한의 지원과 북핵문제에 대한 평화적 해결이라는 미국의 답변을 마치
‘이것’ 아니면 ‘저것’으로 ‘거래’한 노대통령의 해결방식을 수용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북한은 이라크나 이란과 함께 기독교
근본주의자인 부시에 의해 ‘악의 축’, ‘불법정권’으로 규정되었고, 그들에 의하면 반드시 절멸되어야 할 악이고, 교체되어야 할
정권이다. 진정한 차원의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을 하기에는 이들 정권을 바라보는 부시의 인식에는 깊은 심연이 놓여져 있다.

부시의 근본주의에 맞서려면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희구하는 우리는 이제부터라도 진정한 평화에 대한 근본적 인식을 가져야 한다.
그것은 바로 정의(Justice)에 기반한 평화(Just Peace)이고, 그것은 이반 일리치가 말해온 ‘민중의 생존에 기반한
평화’이다. 지금까지 죽어간, 또 임박한 전쟁으로 희생당할 이라크의 어린이들의 얼굴을 기억하는 것은 바로 북한의 굶주린 어린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는 것이며, 또한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랑하는 우리 가족, 우리 아이들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이다.

글 : 김정수 kjeongsoo@yahoo.co.kr
평화를만드는여성회 국제협력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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