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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팔아 얻을 것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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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쌀 살리기 100인 100일 걷기’에
나선 일행이 지난 7월 1일 진도 용장산성을 출발, 뙤약볕에 달궈진 아스팔트 지열을 이겨내며 지금 남도 평야의 국도변을 걷고 있다.
위태롭게 한 줄로 걷고 있는 그들에게 매연을 내뿜으며 스치듯이 달리는 자동차로 15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이들은 매일 한 걸음
한 걸음 떼어 지금은 전체 1800킬로미터 여정 중 300킬로미터를 걸어왔다. 각 마을에 들어가면 20명 남짓의 이들을 격려해주시는
농민분들이 대다수셨지만, ‘다 헛짓거리’라며 들일로 쩍쩍 갈라진 손으로 손사래를 치며 정부에 대한 깊은 불신을 분노로 표출하는 분도
계셨다. 또 저녁이면 소주를 사 들고 이들을 맞으러 오는 농민 분들의 얼굴에서 웃음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 삼별초가 몽고군에 대항했다는 진도 용장산선에서 출정식을 올리고
있는 참가자들

국민을 속이고 중국마늘수입제한조치를 해제한 정부협상은 2004년 WTO 농산물수입 재협상을 앞둔 정부의‘농업포기정책’의 신호탄이었을지도
모른다. 농업은 WTO협상에서 단순한 교역대상이 아니다. 식량은 생명유지에 필수적이고, 기후, 토양, 식품소비가 다양하여 단일한
기준으로 접근하기 곤란하며 농업은 국토면적의 최대 사용자인데다 다양한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바대로 유전자
조작식품 문제로 다국적 기업의 수입식품 안전성 문제가 불거진 지 이미 오래다. 또 우리나라 논은 홍수조절, 지하수 담수, 대기정화
등으로 연간 20조원 이상의 비경제적 가치를 생산한다. 따라서 WTO교역에서 개도국의 지위를 부여받도록 협상력을 집중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수입을 유예시킬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가 있는 것이다. 농업의 이러한 사정은 어느나라든 똑같아 유럽의 경우는 정부의
농업지원금이 농가 소득의 80퍼센트 이상이고, 외국의 농산물 시장개방을 서두르려는 미국도 50퍼센트를 넘는다.

▲ 농사짓기 체험을 통해 처음으로 희망이라는 말을 떠올렸다는
도시 토박이 이주희군.

정부를 믿고 생업에 종사해야 할 이들이 생업을 중단하고 100일 정성을 다해 걷기에 나선 이유도 바로 이와 같이 정부주도의 농업이
총체적으로 망하는 시점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실상사 귀농하교 8기 출신인 이주희군(20)은 농사를 지어보며 처음으로 인생의 희망을
보았다고 말했다. 그는 걷기과정에서도 숙소에서 가까운 곳에 PC방이 있으면 쉽게 지나치지 못할만큼 도시에서 컴퓨터 게임에 중독되다시피
살았었고, 소비생활이 전부였던 도시롤 떠나 살아본 적도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농사짓는 일은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도 얼마든지
인생의 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가치있는 일이라고 말하며 귀농학교 기간 동안 ‘몸으로 부딪쳐 밀어붙이기’라는 인생의 좌우명까지 얻게
되었다고 했다. 100일 걷기 전구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대다수 광고를 보고
찾아온 자발적 참여자들이다.
걷기에 참여하여 처음으로 만난 이들은 스스로 빈틈을 찾아 각자의 일을 찾아갔다.
걷기에 신청했다가 스스로 실무일까지 맡게 된 이선규(26)씨는 밤늦은 일에도 아침이면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 매끼 식사를 준비해 산부처라는
별명이 무색하지가 않았다. 수년간 기체조를 해 오신 분은 걷기로 뭉친 몸을 풀게 해 주었고, 유기농 차 농사를 지으시는 분은 밤이면
차를 끓여 참가자들의 마음을 다스려 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참가자 전원은 배려의 마음과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서로서로 맑은 기운을
주고 받았다. 자신을 피폐케하는 100일 정성은 결과에 집착하는 마음을 생기게 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들은 농약과 제초제에 찌들고
미래가 없는 농업에 신음하는 농민들과 매일 밤 만나 생명을 살리는 농업에 대한 비전을 농민 스스로 가져 전국민의 동의를 얻고 설득시켜
나가자고 낮은 목소리로 전하며 스스로 변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다져나갔다.

▲ 7월 1일 107일간 1800킬로미터의 대장정에 나선 참가자들이
진도대교를 건너고 있다.

농업의 문제는 도시문제와 분리된 것이 아니다. 도법스님의 말씀대로 도시는 농촌의 지원이 없으면 붕괴되지만, 농촌은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구조이며 농업을 포기한다면 억만금을 준다해도 밥한끼 얻어먹기 힘든 시대가 반드시 오고야 말지도 모른다. 거기에 70년대부터
진행돼온 정부의‘농정포기정책’으로 청장년층 농민들은 도시 변두리로 유입, 도시빈민이나 비숙련 노동자로 전락되어 온 지 오래다.
누구보다 낮은 곳에서 정직한 노동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우리의 산과 들, 그 혜택인 농사. 그것은 우리의 과거이자 우리가 올바르게
다시 세워야 할 미래임에 틀림없다. 우리의 생명이자 미래를 잃으면서까지 손아귀에
넣어야 할 것이 과연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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