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 관련자료

‘시화호 어리석음’ 반복해서야…

7일 오후 강원 원주의 한적한 산골짜기에 세워져있는 ‘토지문화관’으로 낯익은 종교인 화가 문
인 소리꾼 등 문화계 인사들과 정치인 환경운동가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토지문화관의 주인
격인 소설가 박경리씨와 시인 김지하씨는 그렇다치더라도 화가 임옥상, 판소리꾼 임진택, 김종
철 녹색평론 발행인, 최열 환경운동연합 전 사무총장, 최성각 풀꽃세상 전 사무총장, 이주향 수
원대 교수가 자리를 했다. 종교계에서는 수경스님과 문규현 신부도 참석했다. 환경연대, 녹색연
합, 풀꽃세상을 비롯한 200여명의 환경단체 관계자들도 전국 각지에서 달려와 토지문화관은 그
어느때보다 북적였다.

이 자리는 바로 여의도의 140배 되는 세계 5대 개펄의 하나이자 마지막 남은 서해안 개펄인 ‘새
만금 개펄을 살리기 위한 대화마당’ 자리였다. 새만금 영상물(감독 복진오)이 상영된 뒤 토론회
가 시작되자 박경리씨의 인사말과 김정욱 교수(서울대 환경대학원장), 조경만 교수(새만금 생명
학회 대안분과위원장, 목포대)의 발제와 경과보고, 그리고 새만금 주민인 신형록 대표(새만금 사
업을 반대하는 부안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모인 사람들은 정해진 토론자 없이 자유롭게
손을 들고 의견을 냈는데, 이야기가 무르익자 2시부터 6시까지로 계획되어 있던 토론회는 자연스
럽게 밤을 지새우게 되었다. 그리고 자정이 다 되어 ‘원주선언’이라는 이름의 결의문을 발표했
다.

-정치권 환경불감증에 분노-

박경리(작가)=요즘 건강이 좋지 않아 글쓰기도 어려울 정도여서 일절 다른 외부 활동은 하지 않
는다. 그러나 환경문제만큼은 내가 나서지 않을 수 없다. 정치인들이 환경에 대한 의식이 전혀
없는 것에 분노마저 느낀다. 어떻게 ‘표밭’만을 생각하고 진짜 밭과 논, 그리고 환경과 생명
에 대한 의식은 전혀 없을 수 있나. 오히려 우리같은 평민들이 나서고 있다. 나는 평민을 신뢰한
다. 나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 산에 가서 비닐봉지 하나라도 주워 오겠다.

-개펄은 ‘어민의 저금통장’-

김정욱(서울대 환경대학원)=새만금은 백합, 동죽, 맛 등 우리나라 조개류의 절반이상이 나오는
어민의 저금통장 같은 지역이고, 바다생물의 80%가 기대어 살아가는 자궁과 같은 곳이다. 방조제
가 건설되면 서해교전이 일어난 원인이 된 꽃게는 완전히 북한 연평도 쪽에서만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새만금은 호주에서 7일간 쉬지 않고 날아온 도요새와 같은 철새들이 머물러 몸을
추스르고 다시 시베리아로 날아가는 정거장이다. 도요새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날아오느라 몸
무게 반이 줄어 들 정도로 기진맥진해 있는데 갑자기 개펄이 없어지고 시멘트 구조물이 있다면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게다가 새만금 공사는 100원을 투자하면 56원을 건지는 경제성이 전혀 없
는 공사다.

-결정과정 불합리…재고해야-

조경만(목포대 교수)=새만금 개펄은 공사 강행 이전에 간척지의 가치평가, 개펄의 경제성, 결정
과정의 법적 문제점 등이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노무현 당선자는 일단 이전 정권에서 내
려진 결정이므로 뒤바꾸기 어렵다고 하는 것 같은데, 그 결정이 제대로 논의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이므로 오히려 반드시 다시 내려져야할 결정이라고 본다.

-‘바다도시’ 청사진 수용불가-

신형록(‘새만금 사업을 반대하는 부안사람들’대표)=이번 겨울은 마치 감옥의 겨울처럼 괴롭
다. 새만금 해창개펄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계화도 주민들은 조개잡이로 생계를 이어야 하는 이
겨울에 거의 조개를 잡지 못했다. 주민들은 술렁였고, 마을에는 생기가 없어졌다. 그래서 함께
주민들과 서울 광화문까지 걸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정치권도 바뀌어야 하겠지만 일단 주민들
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개펄에 들어갈 때 쓰레기를 마음대로 버리는 그런 마음 가지고는 새
만금을 반대할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요즘 건축가 김석철 교수의 ‘바다도시’ 제
안이 들리는데, 이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방조제를 뜯어내지 않고 그대로 두고 베니스
와 같은 바다도시를 만들자는 것인데 이것은 ‘화려하게’ 죽이는 것일 뿐이다.

-방조제 폭파결사대 만들자-

김종철(녹색평론 대표)=고향이 마산인데, 현재 마산수출자유지역이 원래는 개펄이었다. 그게 들
어서고 나서 사람들의 인심이 사나워지고, 험악한 곳이 되어 버렸다. 예전에는 모두들 근근이 먹
고 살았는데, 수출자유지역이 생기고 나서는 아주 잘사는 소수와 비참할 정도의 극빈층이 생겨났
다. 새만금이 그렇게 된다면 환경은 물론 그곳 주민들의 심성과 생활방식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
치는 것이다. 두가지 제안을 하겠다. 온힘을 다해 간디처럼 ‘사람들의 맘이 순해지라’는 기도
를 하자고. 또 하나는 다소 과격하지만 폭파결사대를 조직해 이미 33㎞중 23㎞가 진행된 새만금
방조제를 무너뜨리자고.

-돈만 벌면 된다는 사람들이 강행-

최열(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결집된 소수가 늘 느슨한 다수를 이겨왔다. 그러나 지금 새만금을
강행하는 이들은 결집되었는데, 반대하는 사람들은 매우 느슨하다. 더이상 토론회나 하고 있어서
는 안된다. 이미 공사의 상당부분이 진척된 상황에서 지금이 마지막 기회이다. 시화호 때도 우리
가 ‘오염되니 안된다’고 하자 저들은 ‘충분히 조치를 취하니 괜찮다’며 강행했다. 역시 심각
하게 오염이 되자, 그땐 다시 돈을 들여 정화시설을 한다고 했다. 그래도 안되니 이제는 뜯어내
겠다고 한다. 그들은 시화호를 죽이는 공사를 해서 돈을 벌고, 다시 그 공사를 뜯어내는 공사를
해서 돈을 벌었다. 돈을 버는 사람들만 있었고,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들이 없다. 새만금을 막아
서 농지를 만든다는 것도 허구로 증명됐고, 공단을 만든다는 것도 현실성이 없는데, 도대체 왜
막나? ‘돈’만 벌면 된다는 것이다.

-다른 경제적 효과 제시해야-

임진택(판소리꾼·연출가)=방금 전주에서 달려오는 길이다. 그런데 전북도민의 정서를 너무 과소
평가하시는 것 같다. 전북도민들은 새만금방조제가 완공되어야 그곳이 발전되고 지역개발이 이루
어진다고 생각한다. 정치권이 쉽게 중단을 결정하지 못하는 것은 바로 전북도민의 정서때문일 것
이다. 이들을 설득하고, 새만금 공사에 비견될 만한 경제적 효과가 있는 뭔가를 제안해야 할 것
같다. 이와 더불어 대 국민 홍보와 여론환기를 위해 새만금을 주제로 한 연극이나 마당놀이, 전
시회 등과 같은 지속적인 문화행사를 하는 것이 필요한 일이다.

-‘생명운동’ 대중연대 필요-

김지하(시인)=남들이 5공타도 운동을 왜 하지 않느냐고 손가락질했던 80년대부터 생명운동을 해
왔다. 그런데 지금은 생명이 유행이다. 예전에는 민주시를 쓰는 게 유행이었다면, 지금은 생명시
를 쓰는 게 유행이다. 그런데 아무리 생태계를 회복시키는 운동을 한다해도 맘보를 바꾸지 않으
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맘보가 바뀌지 않으면 큰길에서는 휴지를 줍다가도 골목길에 오면 슬그
머니 버린다. 이것은 하나의 전쟁이다. 병정놀음이 아닌 것이다. 단순히 몇번 욱해서 외치는 것
은 병정놀음이다. 흥분하지 말고, 침착하게 멀리 보고 서두르지 말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비둘
기처럼 순결하고, 뱀처럼 간사하게 말이다. 새만금 이후까지 해결하려면 대중적 민중노선이 필요
하다. 우리는 ‘붉은 악마’에게 배워야 한다. 새만금을 살리기 위해 3보1배를 한 문규현 신부
와 수경스님 같은 종교인들에게 배우자. 새만금을 새만금으로만 고정시키지 말고, 문화혁명으로
만들어야 한다.

◇새만금 살리기 원주선언 2003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위해 오늘 이 자리에 모여 뜨거운 가슴과 지혜를 모았습니다. 그 결과 새
만금 간척사업은 마땅히 중단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다시 한번 도달했습니다. 아직은 새만금 갯벌
을 되살리고 주민 삶을 되살릴 수 있는 희망이 충만합니다. 어려움을 겪은 지역이기에 오히려
더 깊은 혜안으로 새로운 세계를 열어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전국 곳곳에서 시민들과 함께 생명
의 소리를 울리기로 했습니다. 새만금 갯벌에서 머리 숙여 생명의 존엄함을 터득했던 세계 곳곳
의 벗들과 함께 생명의 소리를 울리기로 했습니다. 그것이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희망의 신호가
되고 깃발이 될 것입니다.

다시 한번 촉구합니다. 노무현 당선자는 새만금 간척사업을 중단해야 합니다. 국가가 지켜야 할
국토를 앞장서서 파괴하는 어리석은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합니다. 그것만이 국가와 사회를 구하
는 길이며, 새만금 지역 발전의 전기를 마련하는 길입니다. 그리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길입니
다.

2003년 2월7일. 새만금 샛벌을 살리기 위한 대화마당 참석자 일동.

/원주·이무경기자 lm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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