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 활동소식

[2004아시아환경현장]거대한 파괴력이 숨어있는 바쿤댐

첨부파일 열기첨부파일 닫기

말레이시아 사라와크주 벨라가(Belaga)시에서 상류를 따라 한 시간쯤 가면 거대한 댐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바쿤댐(Bakun Dam) 지역이 있다. 우리는 지난 6월 21일 미리(Miri)시에서 랜드크루저를 타고 6시간동안을
달려 바쿤댐 지역에 도착했다. 바쿤 지역으로 가는 공공도로에는 벌목용 트럭이 줄기차게 지나다녔고 도로 곳곳이 움푹 패어져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트럭이 지나간 자리는 먼지로 가득했다.

바쿤 지역 쑥대밭으로 만든 댐 건설계획
황토빛 살갗을 반절 드러낸 검푸른 산

6월 22일 아침 일찍부터 바쿤댐 건설현장을 가기 위해 간단한 짐을 꾸렸다. 현장 동행을 약속했던
현지 활동가 로날드씨는 “근래 댐 근처지역의 보안이 철저하게
이루어져 접근이 쉽지 않다.”며, “댐 건설이 계획에서부터 공사 현재까지 매우 비밀스럽게 추진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밤 우리가 묵었던 숭가이 아삽(Sungai ASAP) 이주정착지(이주민의 삶은 다음 이야기에서 전해드리려 합니다.)에서
1~2시간 떨어져 있는 바쿤댐 지역은 생각보다 조용하고 인적이 뜸했다. 보안이 심한 터라 입구 건설현장사무소를 통과하고는 사진도
마음대로 찍지 못하는 상황때문에 가슴을 조이며 현장을 살펴야했다.



바쿤댐 건설현장은 한참동안 눈이 휘둥그래지고 입이 벌어질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발파작업으로 부서진 돌덩이들을 쉴새없이 나르는
덤프트럭이 희뿌연 연기를 내고, 거대한 공사장비들이 굉음을 내며 분주하게 돌아갔다.
댐 건설현장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에 멈춰 섰을 때는 숨이 막혔다. 검푸르던 산은 흉물스럽게 반쪽만 속살을 드러내고, 깎여
내려진 산 사이로 구불구불 트럭용 도로가 나 있었다. 이곳을 개미처럼 돌아다니는 포크레인과 덤프트럭들이 자꾸 눈에 거슬렸다.

활동가 사깅씨는 “주 정부 프로젝트에서
계획한 댐의 최고높이가 288m”라고 설명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 속에 열대우림이 무성한 산은 산꼭대기에서부터 단계별로 깎여지고
있었다. 반절 이상을 황토빛 살갗으로 드러낸 이 산은 조금만 있으면 회색빛 콘크리트로 뒤덮일 것이다. 바라보기만 해도 닥쳐올
엄청난 환경재앙이 두려워 눈을 감아버렸다.

이미 강 지류의 흐름을 돌리는 임시배수터널 공사가 완공되어 댐 지역 앞으로 흐르는 발루이강 상류는
메말라 있었다. 벌목작업 때문에 밀려든 토사가 쌓이면서 강 수위는 낮아졌고 강의 흐름이 바뀌면서 지류 한쪽은 땅이 갈라졌다.
원래 발루이강의 물이 흘러야 할 곳은 따로 있지만 이 흐름을 막고 반대편에 터널을 만들어 인위적으로 강물을 흘러보내고 있었다.
이 터널에 임시배수터널인데, 이는 지난 2002년 우리나라 기업인 (주)동아건설에 의해 완공됐다. 터널높이는 40피트 가량 된다고
한다.

임시배수터널부터 본댐까지 건설공사에 한국기업 참여

우리가 찾았던 그날도 발파작업이 한창이었다. 로날드씨에 따르면 발파작업은 하루 3회에 걸쳐 진행된다.
그런데 우리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지금 건설현장의 그 발파작업에 한국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 바쿤댐 지역의 한국 노동자 숙소(상)와 동아건설이 사용하고
버리고 간 장비와 물품들(하) ⓒ마용운

이날 현장에서 몇 명의 한국 노동자를 만날 수 있었다. 한국의 중소기업인 S사에서 관리직을 맡고
있는 J모씨의 증언에 따르면 현재 바쿤댐 지역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 노동자는 외부 빈툴루(Bintuli)시에 일하고 있는 5명을
포함해 20여명 정도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은 동아건설에서 나온 현지소장이 말레이시아 현지법인으로 설립한 회사에 고용됐다. 1년씩
일하는 조건으로.
한국 노동자들의 생활조건은 그리 나쁘지 않아 보였다. 전기는 발전기를 사용했고 물이나 생필품들은 창고에 쌓아 두고 꺼내 쓰고
있었다. 가끔씩 빈툴루 시내로 나가 인터넷도 사용하고 여가를 즐기기도 한다.
J모씨는 “바쿤댐 건설은 그 규모로도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 한국인들이 참여하지 않았다면 댐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되지 못 했을
것이다. 말레이시안들은 일을 진행하는데 매우 더디다.”라고 말했다. 또 “정부는 바쿤댐의 수력발전으로 얻는 전력을 말레이시아
전 지역에 공급하거나 수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지 사람들은 댐이 필요 없다고 이야기한다. 이곳은 그렇게 과대한 전력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J모씨의 증언에 사실 마음이 아팠다. 현지 사람들도 현지에서 일하고 있는 여러 나라의 노동자들도
‘이 댐이 필요 없다’고 입모아 말하고 있는데, 주 정부는 어떤 이유로 댐 건설을 강행하고 있는 것인지.
한편, 한국인들이 많이 온다는 바쿤댐 지역 어느 식당에서 만난 현지인은 “한국 노동자들은 밤낮으로 일한다. 하지만 여가시간에
시내에 나가면 여자만 찾는다.”며 일부 한국 노동자들의 행동을 비난했다.
현지에 있는 몇 안되는 한국인이 가난과 실업의 고통 속에 살고 있는 바쿤 지역 현지인에게, 그것도 약자일 수밖에 없는 여성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는 성매매를 요구한다는 사실은 열대우림을 파괴하는 댐 건설에 한국 기업이 참여한다는 사실과는 또 다르게 큰 부끄러움으로
다가왔다.

바쿤댐(Bakun Dam)은….

최고 높이 288m의 콘크리트 댐.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댐. 담수면적 7만헥타르(새만금 면적의 2배).
말레이시아 사라와크주의 바쿤 수력발전댐 건설은 매우 거대한, 대표적인 국책사업이다. IMF시대 말레이시아에 불어닥친 경제
침체가 댐의 발전용량을 2400MW에서 500MW로 80%나 감소시켰고 전력 이동수단으로 계획했던 해저케이블도 백지화시켰지만
정부는 댐 계획을 유지하는데 일관하고 있다.

현재 강 지류의 흐름을 돌리는 임시배수터널 공사가 완공되었고 본 댐은 올해 건설을 시작했으며 임시댐은 작년부터 단계별로
공사가 진행중이다.
댐 건설과 이주정책으로 야기되는 사회적·환경적인 영향이 커 지역공동체 일부와 지구의 벗 말레이시아(SAM) 등
현지 NGO가 이 프로젝트에 반대하고 있다.

관련기사

글/ 조한혜진 기자
사진/ 조한혜진, 국제연대국 마용운

admin

국제연대 활동소식의 최신글

댓글 남기기